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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배운 -- 낫질

2010.10.27 15:37

약초궁주 조회 수:1187 추천:114

도종환

 

언제나 먼저 지는 몇 개의 꽃들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이슬과 바람에도 서슴없이 잎을 던지는, 뒤를 따라 지는 꽃들은

그들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며 사랑한다는 일은 책임지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는 일은 기쁨과 고통, 아름다움과 시듦, 화해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삶과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일이어야 함을 압니다.

 

시드는 꽃밭 그늘에서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어 주먹에 쥐며

이제 기나긴 싸움은 다시 시작되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고 삶에서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것이 남아 있는

우리들의 사랑임을 압니다.

 

 꽃에 대한 씨앗의 사랑임을 압니다.

 

-<꽃씨를 거두며>전문

 

 

엄니집 마당에 여름내 풀들이 무성하게 자랐다

말라간다. 누렇게.

나랑 인연이 없는지 잔디갂는 기계는 말을 안듣고.

마당에 무성한 풀이 우거진것을 참다못해.

낫을 들었다.

 

 

김복남 살인사건에 등장하는 낫보다

좀 작고 덜 무서운 낫!

 

 

허나 그도 낫이긴 매한가지.

오른손에 풀뿌리를 그러쥐고

왼손에 낫을 들고 쳐나갔다.

 

바리깡이 쥐어뜯은듯 울퉁불퉁하게

풀들은 대충 뜯겨나갔다. 마른풀은 모아

나무밑둥에 이불되라고 덮어주었다.

 

 

풀들을 헤쳐내고 나니

속에는 민들레. 쇠뜨기들이 파랗게

자라고 있다. 풀들이 바람을 막아주어

따뜻한게 봄인즐 아는지...파릇파릇.

 

기온 급강하하고 바람이 태풍처럼 쇠아솨아 부는데

난, 낫질에 열중하느라

얼굴은 빨개지고 목덜미엔 땀이 다났다.

이거. 은근히 적성에 맞는듯하다.

 

 

그러나 마지막 실수 아차차.

찔레넝쿨에 엉긴 가시많은 뱀풀이

줄기마다 씨방이 여물어있었는데.

 

 

낫으로 툭툭 쳐내다보니

앗. 저 잘익은 씨방들이 자유낙하하여

여기서 무럭무럭 자라면 안되는디.

이럴때는 나무밑에 자리를 깔고

씨앗을 받아버려야 했을것을.

 

 

망초와 뱀풀...사랑할수 없는 풀들에 대한

마음을 어찌할꼬.

 

 

낫질을 마치고 자고나보니

아침에 손목이 우두둑 부은듯하다.

저녁에 운동가서 또 여기저기 움직여본다.

온몸이, 톱니와 부속들이 기름칠 해달라고

아우성이다. ㅋㅋ

 

뱀풀-너 내년 봄에 나면 튀겨먹을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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