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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선물글-신통방통하다.전라도닷컴

2010.07.31 13:07

약초궁주 조회 수:1881 추천:295

드디어 공식적인 휴가 돌입니다.

 

늘 뽑아오던 풀뽑기.

 

고장난 농기계?도 수리하러 부천 어드메 공장을

 

찾아가봐야 한다.

 

엄니는 벌써부터 당신을 데리고 얼렁 떠나주길

 

고대하시지만....금쪽같은 나의 휴가지 않냐.

 

아들이 간만에 모친을 접대하겟다고도 벼른다.

 

자기가 좋아하는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을

 

같이 가는 계획도 있다.

 

5000원짜리 김치찌개인데...돼지고기가 틀린단다. 듁는단다.

 

또 영등포 어드메에 있는 양꼬치구이에 칭따오 맥주를 마시면

 

또 듁지 듁는단다.

 

 

휴가에, 나의 구부정한 목이  걱정된다. 그쟈.

 

서울아트시네마에선,  영화 특선을 한다.

 

평소 볼수없었던 작품들이 걸린다는데.

 

 

마르그리띄 뒤라스가 감독한 영화도 있고

 

여성주인공들을 특집으로 기획한거라.

 

나름 멋진 여자들을 만나고 싶다.

 

 

늘 찾아가는 홈피만 들려는데

 

전라도 닷컴, 이거 잼나겠더라.

 

박어진- 나랑 놀아주는 이쁜 후배가 쓴거라서

일단 퍼왔네그려..

 

 

 

 

 

 

삶의창] 신통방통하다, 전라도닷컴 / 박어진

 

(한겨레신문)

 
» 박어진 서울셀렉션 기획실장
한때 내가 전라도 사람이라는 게 창피했다. 광주에서 여중을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여고로 막 진학한 사춘기 무렵이었다. 수업중에 내 발표순서가 되면 옆자리 급우들은 웬일인지 고개를 돌렸다.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쉬는 시간에 그 아이들이 내 전라도 사투리를 흉내 내며 킥킥거리는 걸 보고서야 알았다. 전라도는 이 나라의 변두리였던 것이다. 굳이 악의랄 것까지도 없는 급우들에게서 받은 상처로 나는 사춘기답게 제법 어두운 여고시절을 보냈다. 오랜 서울살이는 내 전라도 억양을 차츰 희석시켰다. 그렇게 나는 나주평야의 가을 풍경과 전라도 말을 내 가슴에 묻었다.

 

 

 

그러다 만난 전라도닷컴. 대박이다. 이 월간지의 모든 지면에는 전라도 말이 표준이다. 문어체로, 서울 표준말로 번역되지 않은, 전라도 입말을 그대로 옮겨 놓으니, 행간에 전라도 말의 고저와 억양이 들릴 지경이다. “죽을똥 살똥 매달려서 따갖고 일일이 추리고 하리네 몰려가꼬 씨치고 또 하리네 데울러가꼬, 까가꼬 그렇게 해가꼬 왔어.” 말린 산수유 열매를 구례 산동장에 팔러 온 아저씨가 바로 옆에 서 계신 듯하다.

 

 

취재원 겸 주요 등장인물은 전라도 도민들, 아니 전라도 땅에 깃든 나무와 숲과 돌멩이들을 포함한 모든 존재들이다. 고샅길에서 마주친 강아지와 야옹이들, 곡성장 곡물상 이용희 아짐의 다라이, 지리산 숲길에 피어난 노랑망태버섯도 당당한 취재대상이 된다. 거기에 순천 쌍암장 최성엽 할머니 주막에서 ‘독한 놈’으로 불리는 됫병 소주는 맥주컵으로 한 잔에 천원이고 솥뚜껑 위에 부쳐지는 부침개는 따로 값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보도가 이어진다.

 

그렇다면 전라도닷컴의 여주인공들은? 바로 몸뻬 차림으로 논밭과 동네를 종횡무진하는 아짐씨들과 할머니들이다. 일제와 분단과 전쟁을 겪고, 때로는 어린 자식을 잃었으며, 가난과 온갖 곡절을 겪어왔음에도 “암시랑토 않은 양 한세상 건너가고 있는” 아짐씨들과 할머니들, 내 눈에는 그녀들이야말로 한 생애가 도달할 수 있는 도저한 달관의 경지에 이른 현자들로 보인다. “사람 사는 시상에 숭헌 일이 왜 없당가? 소소헌 고통은 금방 잊어불어야 사는 거제. 그것이 뭣이 아까와서 담고 있당가? 전라도닷컴에 생중계된 김정봉, 순옥 자매의 목소리다.

 

 

이 잡지엔 연예인의 사생활, 그중에서도 남녀상열지사가 없다. 그런 것들을 하나도 궁금해하지 않는 전라도닷컴 독자들이 열광하는 건 전라도 술 빚는 이야기, 임자도 소금농사꾼 유억근씨, 구례 대장장이 박경종씨, 구례 인정슈퍼 주인 문덕순씨, 그리고 인도네시아식으로 멸치 무친 며느리 마르하마 스리 마리아나와 함께 사는 함평 모복순씨가 쏟아내는 이야기다.

 

 전라도를 누빈 취재진에게 전라도 사람들이 차려준 밥상들도 100호 발간 잔치에 한몫을 단단히 한다. 그 밥상에 오른 온갖 나물과 파김치, 돈나물비빔밥, 매운탕, 개망초나물, 묵은지, 비지찌개, 미역무침을 보면 마치 내가 그 소박한 밥상 앞에 앉은 듯 흐뭇하고 배부르다. “고만 웃어싸코 언능 밥 묵으씨요.” 남도의 붉은 황토밭에서 양파를 푸대자루에 담아 이고 온 아짐의 말이 들리는 듯하지 않은가?

 

 

글 쓰는 이들이 대상에 대해 지닌 시선의 담담함도 좋다. 깊은 사랑은 원래 담담한 것이려니. 전라도 사람과 전라도 말, 산과 들과 강과 마을을 귀하게 여기는 그 마음가짐이 느껴진다. 그들은 담양 이순자 장아찌 할매의 입을 빌려 속내를 털어놓는다. “좀 못난 것도 좀 덜된 것도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어. 갈무리하는 데 공력과 정성만 들여봐. 쓸모없는 것에도 쓸모가 생겨. 사람도 그러잖아.”

 

 

집으로 배달된 전라도닷컴을 읽으면 뜨건 밥에 시뻘건 토하젓을 비벼 먹는 것 같다. 전라도 너른 들이 보인다. 논밭과 개펄에서 일하는 전라도 사람들의 땀방울이 보인다. 그 사람 사는 냄새, 참 좋다.

 

 

박어진 서울셀렉션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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