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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김해자님의 시를 작은소리로 읽으면2010.07.09 11:19 시를 작은 소리로 읽으면 바로 아름답고 절절한 기도가 됩니다.
미싱공으로 시모님을 봉양하며 엄마와 아내노릇을 하는 노동시인입니다.
오늘 하루 김해자
오늘 아침 눈 뜨고 숨 쉬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1억5천만킬로 쉴새없이 달려와 정수리에 닿고 있는 공중과 강과 대지에 차별 없이 내리쪼이는 무량한 빛과 바다를 밀고 당기며 수억만년 영겁의 춤을 추며 생명을 키우는 고요한 달빛 아래 절합니다 변함없이 우리를 굽어보시는 넓디넓은 하늘과 콩 심으면 콩잎 올려주고 옥수수 알 심으면 옥수수 잎사귀 틔워주시는 따스하고 정직한 어머니, 우리 모두의 대지와 보드라운 흙에 엎드립니다 생명을 담고 있는 모든 씨알과 세상의 암컷과 수컷 남자와 여자들에게 경배합니다 어둠 속에 뿌리를 묻고 공중으로 힘차게 팔과 머리 뻗어 올리는 누런 보리와 고구마순과 하얗고 붉은 감자꽃과, 쑥과 씀바귀 고들빼기 서로 싸우지 않고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며 주는 줄도 모르고 다른 생명에게 스스로 몸을 내어주는 저 숱한 지장보살들에게 절로 이 몸 숙여 절하기를 나무와 풀에 깃든 나비와 벌과 새와 풀벌레 소리 천지 간 삼라만상에 감읍하기를 마른 대지와 어린 콩잎을 적시는 단비에 입맞추기를 토마토와 고춧잎을 흔드는 바람의 품에 절로 안기길 우리가 이 세상에 올 때 거저 온 이 몸뚱이처럼 거저 주어진 것들은 다 거룩하고 소중한 것 저 광활한 하늘과 대지와 시내와 강이 다 공짜입니다 하늘이 거저 주신 이 모든 생명이 기적입니다 어머니의 실핏줄인 강과 어머니의 팔다리인 나무와 풀이 다칠세라 살금살금 걸어다니게 하소서 어머니의 젖가슴이 다칠세라 함부로 파헤치지 않게 하소서 함부로 찍어내리지 않게 하소서 가르고 파고 파맏고 죽여도 아프다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는 배를 뒤집고 죽어가는 고물고물한 어린 것들 앞에 고개 숙이게 하소서 먹을 만큼만 가져가고 꼭 보답하게 하소서 꼭 필요한 것만 가져가고 되돌려주게 하소서 기억하게 하소서 하루 열네시간 카페트를 짜고 축구공을 깁는 아직 덜 자란 아이들의 부황 든 뺨을 일당 1달러짜리 작은 손들을 회초리처럼 가는 수억 수십억 가는 다리들을 힘없고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들 탐욕과 갈등과 전쟁으로 죽어가는 그들의 눈물에 눈감지 않기를 내 몸의 세포 50조개가 낱낱이되 딴 몸이 아닌 것처럼 우리는 한 몸, 하늘에서 땅 밑까지 하나로 이어져있습니다 생명의 몸짓만이 한 생명이 한 생명에게 가는 유일한 길입니다 사랑의 몸짓만이 한 생명이 한 생명을 북돋을 수 있습니다 평화의 몸짓만이 한 생명이 한 생명을 이어지게 합니다 하늘이여 땅이여 내 뜻대로 마시고 당신 뜻대로 하소서 오늘 밤도 당신 품에서 배불리 젖 빨고 단잠 자는 아기처럼 편안히 거하겠나이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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