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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배운 도둑질 참 재미있다2010.06.25 00:17 자랑은 아니다. 아니 자랑인가! 요즈음 책 읽는게 참 즐겁다. 그냥 즐거운게 아니다. 신랑의 늦은 귀가(그의 사회적 위치가 조금은 더 공고해진 관계로 앞으로도 쭈욱 그의 부재가 계속될 예정임)에 늘 퍼르르 퍼르르 화가 나서 사실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런데 나 정말로 달라졌다. 물론 동안 약초밭에 많은 화를 토해내고 정화된 것도 사실이지만, 어떤 비약에는 결정적 계기라는게 있는 듯하다. 그 결정적 계기가 바로 지난번 정혜신 쌤의 강의를 들었던거! 그날이후 읽게 된 책에서 남은 나를 자극하여 내 화를 돋굴 수는 있어도 내 화의 근원이 될 수 없다는 명제 앞에 사실 나는 깨끗이 무릎을 꿇었다. 신기한 것은 내가 어거지로 남편의 늦은 귀가를 참아내는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도 여전히 참지 못하면 그에게 전화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받지 않으면 미친듯이 10번 20번 30번씩 전화를 해대던 내 집요함이 사라졌고, 통화를 해도 일찍 들어와앙~~ 하고 애교를 부리며 기분좋게 끝는다는 것이다. 전에는 늘 기분나쁘게 전화가 끊기고, 늘 언제들어오나 카운트다운을 하면서 씩씩대며 그에게 벌점을 매겼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요새 그가 들어오지 않는 시간에 독서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물론 예전에도 책을 아니 읽은 것은 아닌데, 그때는 내 맘을 대변해주는 그런 글귀들을 찾아 상대방을 공격하는 총알로 사용하려는 불손한 의도로도 독서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어쩜 이렇게 사람마다 독특한 시각으로 그러면서 동일한 맥락을 이야기해낼 수 있는지 그들의 시각을 들여다보는 재미에 사실 신랑이 들어오면 불끄고 자야하는데....,(이상하게 신랑이 들어오면 독서하고 싶은 욕구가 사라진다. 그냥 불 다끄고 편히 자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그러면 그 욕구에 따른다.) 그가 늦게 들어오니 마음껏 독서를 하는 이 재미에 정말로 푸욱 빠졌다. 첨에는 그의 부재를 어떻게든 잊어보려는 심산에서 시작한 독서였느지도 모르겠는데, 이제는 책 읽는거 자체가 즐겁다고 해야하나. 놀멍 쉬멍 걸으멍 올레길을 떠나고 싶어서 서명숙 선생님의 책도 주문해 놓고, 또 서명숙선생님이 번역하신 센텐스라는 책도 내겐 큰 영감을 줄 것 같아 주문해 놓고, 정혜신 선생님의 배신과 삼색공감을 들고 들어와 어느것부터 읽을까 고민중이다. 물론 지금은 보아언니가 보내준 마음가는대로 산다는 것을 탐독중이지만. 힘겨운 시간을 이겨보려 책을 택했는데, 이제는 그가 오지 않는 시간이 나에겐 마음껏 남의 머릿속을 여행하는 자유로운 시간도 될 수 있다니. 참 세상 오래 살고 볼일이다. 죽을 것 같은 시간이 전화위복이 되어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랄라는.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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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밤을 책무덤 속에 들어앉아
읽어대고. 읽어대고.
아침이면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감정을 추스려
애키우고 일하고...
멋지고 이상적인 삶은 아니었을지라도.
그런 불면과 고통의 날들이
지나고 돌아보니 바로 날것의 삶.
지지고 볶는 그 모습이더라고.
지금 생각하면 왜 집착했던가.
왜 버림받을까봐 조바심 쳤을까.
모두 자기애의 부족을
남에게서 받아서 메꾸려했던
허약한 자아때문이었지.
그것도 감정의 빚잔치인걸 모르고. ㅋㅋ
이런 도둑질은 지지격려 고무찬동 해줘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