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이동 될수 있습니다
[re] 시아버지께 드리고 싶은 책 에이 하지 말까?2010.06.17 13:00 나는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해본 적이 거의 없네. 유일한 예외가 있으니 바로 약초밭 샘의 삼총사 시리즈이지.
책은 글쓴이의 생각이 담겨 있는 것이라서 누군가에 대해 아주 잘 알지 못하면서 책을 권하는 건 내 생각을 그에게 강요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지. 마찬가지로 선물받은 책을 제대로 읽은 적도 없다시피 하고...
책을 사주는 건 빌려주는 것과는 또 차원이 다른 것 같아. 사주는 건 이게 내 맘에 들었으니 너도 봐라... 일종의 압박이 느껴지고 빌려주는 건, 난 맘에 들던데 넌 어떨까 함 봐봐... 권유 정도라서 받아들이기에 가볍지.
직접 골랐거나 남들의 추천을 듣고 생각하며 고른 책 결국은 내 손을 통과해 들어온 책만 읽네. 책선물을 할까말까 하는 랄라의 고민을 읽다보며 깨닫게 된 거긴 하다. ^^ 별 엉뚱한 데서 한까칠 하는 인간이잖우. ^^;
결론은? 없어... 선물 할건지 말건지는 랄라가 알아서 해.
아버지에 대한 실망이 큰 여자들은 시아버지를 좋아하기도 하나? 나도, 거의 할아버지 뻘이 되는 시아버지를 좋아했었지. 친자식들에게는 강렬한 애증이 교차하는 아버지였지만 (어느 집이나 그렇지 않겠어?) 그 분과 과거지사가 없는 나는 그 양반의 약간 차가운듯 하지만 깔끔한 성격이 처음부터 좋았어. 그 분도 나를 좋아하셨다고 생각해. 결혼하고 3년만에 돌아가신 데다, 그 기간마저 우린 내내 외국에 가 있었기 때문에 좋은 감정만 남기고 가실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지.
그 분이 암 진단을 받고 1달만에 세상을 뜨셨는데... 위암이 꽤 진행되어 길어야 서너달 사실 거라는 의사의 선언이 있었지만 가족 중 아무도 시아버지 본인에게 그 얘길 해주지 않는 거야. 장남을 어려워했던 시어머니는, 장남이 입 다물고 있는데 내가 먼저 어찌 말을 하냐... (이것 때문에 시아버지 돌아가신 후에 고생을 많이 하셨지. 본인 생각만 밝히면 될 일도 장남 눈치를 보느라 입 다물고 일을 이리저리 꼬셨으니 누굴 원망하시겠냐만은) 보통 땐 장남이라고 나대며 어머니 무시도 불사하는 장남은 요번 일만은 어머니가 먼저 하셔야지... 그러고 있고 그러면서도 둘이 합의는 커녕 그 일에 대해 의견교환 할 생각도 안하고 서로 상대방이 먼저 칼 빼주기를 기다리고만 있는거야. 넷이나 되는 딸들이랑 차남이며 막내인 남편은, 형이랑 어머니 사이에 왜 끼어들어 피보기를 자초할거냐 하더라. (6남매의 막내인 울 남편은 새중간에 끼어서 곤란해질 것 같은 낌새만 보여도 아예 꼬리 감추고 초장부터 쏙 빠지는 게 어릴적부터 몸에 밴 삶의 기술이더군)
하루는 시아버지가 나하고 둘만 있는 틈을 타 나한테 물으셨어. 내 병이 뭐냐... 하고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을 질문인데 내가 지금만 같았으면 안 그랬을텐데... 그 때는 나이도 어리고 결혼한지 아직 몇년 되지도 않아서 시집 식구들 판 돌아가는 규칙도 모르겠고 그러니 나서야 할 타이밍인지도 판단이 안서서 (사실 결혼 직후 별 생각 없이 나섰다가 눈치없다 소리 들은 적 있었다. 다들 뒤에서 계산기 두드리느라 침묵했던 건데 그걸 당연히 몰랐던 난 이건 이러면 간단히 되잖아요? 그래버렸거든? ^^) 저도 몰라요 아버님... 그러고 빠졌다.
죽을 날 받아놓은 사람이 본인만 그걸 모르고 있는데 그걸 알려주고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가족이 할 일인데 그리고 나는 그 분을 정말 좋아했는데도 그분한테 꼭 필요한 도움을 드리지 못했던 거지. 그럴 기회가 있었는데도.
돌아가시기 전에 가족들한테 원망을 하셨다. 나에게도 하셨다. 너도 나뻐... 가슴이 아팠고, 그건 지금도 아파.
물론, 아내나 자식들이 했어야 하는 일이고, 내 일이 아니었긴 하다. 그러나, 나에게 물으셨을 때 비겁하게 고개 돌렸던 게, 가시로 남아 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것 만큼은 꼭 다르게 하고 싶은 일. 난 겁이 많을지는 몰라도 비겁한 사람은 아니고 싶고, 그렇지 않거든. 댓글 13
|
|||||||||||||||||||||||||||||||||||||||||||||||||||||||||||||||||||||||||||||||||||||||||||||||||||||||||
사주는 건 이게 내 맘에 들었으니 너도 봐라... 일종의 압박이 느껴지고
빌려주는 건, 난 맘에 들던데 넌 어떨까 함 봐봐... 권유 정도라서 받아들이기에 가볍지
==>맞아! 난 그 어른을 가르치고 싶은 욕구가 안에 있어. 시부모님 특히 아버님과 화해 평생 할 수 있을지. 사실 많이 밉고 원망하는 마음도 깊지. 물론 다 내가 못나서지만. 약하고 아팠던 시절 밟히면 참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는거같아. 이러니 애정결핍은 왜곡된 정서를 낳는다니까. 어른들께 잘하지 않으면 죄를 받는다는 무서운 말도 있잖아. 그런데도 용서할 수 없는 부분도 있는거같아. 물론 이것도 아직 내가 못나서이기도 하구. 구구절절 풀까 하다가도 에이 어디서부터. 또 뭐라고 나 알아달라고 이제 그런 인정욕구에 사로잡혀 그만 살자 싶어. 처음부터 좋을 관계는 처음부터 좋아. 꼬이는 관계는 아무리 바로 잡으려해도 자꾸만 엉키기만 하지. 굳이 엉키는 인연을 바로 잡아 뭐하게. 어짜피 서로 자기 주장만 할터인데. 나는 나대로 그쪽은 그쪽대로. 하여 이런 책 읽으면 그냥 아버님 생각이 나서 술한잔 할까 싶다가도 다시 뭐하러 그럴 가치도 없는걸. 남편을 통해서 이루어진 인간관계잖아. 굳이 그를 통해 관계하면 될일을 너무 깊히 너무 넓게 나서지 말자 하고 마음을 닫아. 왜 굳이 시댁과는 이런 관계로 살아야하는지 알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