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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드라마 감상법에 덧붙여

2010.06.15 14:40

약초궁주 조회 수:1385 추천:189

 

엄니를 볼때마다 드는 생각.

나는 저 나이 되도록

일 저렇게 못한다.

 

끊임없이, 끈질기게

하루 종일 그늘로만 찾아다니며

잡초 뽑기에 열심이신 엄마.

 

어머니가 이제는 종종 실수를 하시면

인정 안하려 드실때도 있고

깍쟁이같은 손자손녀들이 데스킹을

빡세게 해서 섭섭하게도 한다.

 

그러시면 하는 말이.

너희들도 내 나이되봐

나보다 더할테니....

 

그말이 맞다.

딸아이가 더 정신머리 없고

나도 마찬가지고.

 

그러면서, 엄니의 드라마, 뉴스. 신문등

해석의 이상한 불일치와 오독 오해에

또 기억의 불확실성과 애매모호함에

너그러워져야겠단 생각이 든다.

 

데스킹 편집 하지 말자.

당하면 기분나쁘니까

사는데 지장없으니까.

 

 

할머니의 드라마 감상법

[매거진 esc] 강지영의 스트레인지 러브
한겨레
 
» 강지영의 스트레인지 러브




나는 드라마 보는 할머니를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건 할머니의 특별한 감상능력이다. 어렸을 적 드라마를 보고 나면 할머니는 종종 숭늉으로 입가심하듯 방송 내용과는 사뭇 다른 해석을 내놓곤 했다. 예컨대 문화방송 ‘아들과 딸’이 방영될 당시엔 주인공 최수종과 김희애가 한 이불 덮는 부부(드라마에선 남매)이고, 정혜선은 감때사나운 시어머니(실은 남매의 엄마)로 둔갑되기도 했다. “저 집구석은 시에미 때문에 글러먹었어. 저렇게 메누리를 쥐 잡듯 잡으니, 메누리는 메누리대로 바람나고, 아들은 아들대로 딴살림 차려 겉도는 거 아니겠냐?”
 

물론 나는 여러 번, 그것도 극중 인물과 탤런트의 실명까지 들먹여가며 뒤틀린 관계들을 바로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할머니의 수긍과 이해의 유통기한은 고작 일주일뿐이었다. “종말이년 올케 시집살이 시키는 것 좀 보아라. 옛말에 시다고 시누이랬다.”

 

일주일 뒤 최수종·김희애 남매는

 반목하는 부부로 돌아갔고, 철없는 막내동생 종말이는 못된 시누이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텔레비전이 대중화된 이래 할머니와 드라마의 관계는 그 어떤 친구보다 정답고 살가웠다.

 

 자손들이 제 살길 찾아 집을 나서고, 오랜 지병 끝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재개발로 이웃과 친척들이 도시로 떠나간 사이 할머니 곁을 지킨 건 드라마뿐이었다.

 

 할머니가 아무리 내용을 곡해하더라도 드라마는 속없지만 입심 좋은 이웃 아낙처럼 매일 저녁 할머니를 찾아와 수다를 떨었다. 오랜 세월, 드라마는 자손들 대신 할머니와 옛집을 참 묵묵히도 지켜왔다.

할머니는 요즘도 드라마를 본다.

 

한국방송 ‘수상한 삼형제’를 보며 ‘소문난 칠공주’의 군인 아버지가 경찰로 직업을 바꾸고 새 아내까지 얻어 사는 줄로 안다. “조강지처 버리고 잘되는 놈 못 봤느니라. 경찰 벌이로 딸 넷에 아들 셋까지 치다꺼리하려면 저 영감 날비 좀 맞겠구먼.”

 

할머니는 드라마를 보고 나는 그런 할머니를 바라본다. 상대를 완벽히 이해하는 관계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제멋대로 읽고, 제멋대로 해석한들 어떠한가. 함께 있어 즐거우면 그만이지.

강지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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