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려그려~ 이제 안심이 되네 ^^*

그간 무지 애를 쓰고 있었어. 이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무조건 신랑이랑 헤어질 궁리만 하거나 혹은 까닭없는 불안에 시시때때로 힘들어 했을 것 같네.

팔이 잘린 무기력한 소녀가 두손이 자라난 스스로의 여성성을 회복한 고통의 왕국의 어머니로 여성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는 랄라에겐 두고두고 되새겨볼 이야기가 될꺼야.

왜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는지.
왜 그렇게 관계 속에서 불안에 떨었는지.
알것같아.
고통의 왕국! 그 왕비의 아들 이름도 참 거창하지. 딸을 갖고 싶었었어. 딸이었으면 좋았겠다 재서에게 늘 그랬지. 감히 내 입으로 뱋어내지 못하는데, 고통의 왕국이라고 아들이 표현되는 아들 정말 랄라에게도 그렇구나 했지.

'뻔하지 뭐'라는 그의 말에 왜 그렇게 무기력해졌는지 그러면서도 왜 내 스타일로 연구소를 운영하고 싶었는지도. 그리고 이제는 그가 뻔하지 뭐라고 해도 내 스타일의 연구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저자의 말대로 남성의 기준에 맞추어 낼려고 하는 것도 일종의 컴플렉스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척하는게 싫었어.
남편이 늦게 들어오면 괜찮은척 하는거. 정말로 많이 불안했거든. 이제 인정하려해. 내 속에 얼마나 여리고 유약하고 가슴 오돌오돌 떨며 그냥 남자에게 모든 것을 내어 맞기고 살고 싶은 소녀가 있다는 것을. 그 어린 소녀를 무시하고 어거지로 강한척 하는게 얼마나 나를 부실하게 만들지도. 그 어린 소녀와 타협하는 법을 배울려고.

결국 이 못된 남자, 무심한 이 남자를 내가 만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네. 그가 나의 무의식의 아니무스라니. 그가 또 나의 또 하나의 단편이라니.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돌이켜보면 자상하고 따뜻한 남자가 그와 함께 공존하며 내 선택의 시기에 있었다는 것을. 그래도 결국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지금의 남편을 선택했을거야. 왜? 내가 그런 강한 남자를 원했으니까.

책을 마칠 즈음에 홍대앞 미용실에 갔어. 웨이브를 하고 싶다했지만 조금더 길러야 한다대. 남편을 위해서도, 또 흘러간 또 다른 연인을 위해서도가 아니라 나 스스로 달빛을 받아 영롱히 빛날 수 있는 그런 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 달빛을 받아 영롱히 빛날 뿐만 아니라 고통의 왕국을 데리고 스스로의 껍질을 깨고 스스로 주체적인 사람이 되어야겠어.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있어.
사랑받지 못할까봐 두려웠던 무기력했던 소녀가 되어, 이 시간까지 들어오지 않는 남편을 향해 미친듯이 핸드폰 날려댔는데....., 신기하게도 전화를 안하게 되네. 전혀 안했다는 것은 아니야. 그런데 죽을 것 같은 그 불안은 정말 줄어들었어. 그간 그를 그렇게 무시하려고 했을 때에는 잘 안되었었어. 진짜루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약초샘이 무관하게 자거라 하셨어도 솔직히 많이 힘들더라구. 물론 한단계 관계에서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나 자신을 느끼고 있었지만.

보아언니!
뭐랄까! 나와 내 남편의 관계를 쑤욱 위쪽에서 쳐다볼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각을 가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론서로 나와있는 융의 정신분석서를 들고 씨름했던 것이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어. 그 딱딱한 이론서는 너무 어려웠는데 이 책은 정말 너무 쉽게 그 개념들이 이해가 되었어. 아니무스 아니마! 투사 투영! 그림자.

언니!
난 내 그림자가 내가 끔찍히도 싫어하던 '시어머니'더라. 그녀를 보면 정말 미치도록 화가 났었거든. 투사 투영을 알아보는 방법도 어찌나 쉽게 설명이 나와있던지 통제되는 분노는 투사가 아니라고. 나 그 느낌 분명히 알거든. 통제할 수 없는 분노폭발~~~

고맙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이 랄라의 변화를 다 표현해 낼 수 없을 것 같아. 많은 변화가 있을거야. 재서아빠와의 관계에서, 재서와의 관계에서, 또 친정엄마와의 관계에서, 그리고 연구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뭐라 말할 수 없이 뿌듯함 느끼고 있네... ^^*
나도, 남푠이랑 쌈박질만 했다 하면 끝장을 보려는 집념(?)에서 자유로워졌지.
어느 순간 돌아앉아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남편을 보면, 그 전까진 비겁하게 도망치냐고 나와서 끝장 보자고 펄펄 뛰며 내가 먼저 막장으로 달려갔는데 (내 승질도 죽이쥐? 이런 나를 공주과라 하시다니 샘도 참~ ^0^)
그 후로는, 들어갔어? 때 되면 나오겠지 머... 마음껏 들어앉았다 나오셔... 그런 여유가 생겼다.
그렇게 느긋해지니 동굴 들어가 박혔다가도 금방 나오더구먼. 그러면 부드럽게 속깊은 "대화"가 되었지. 아 그거 되더라고~

새벽 열번 열다섯번 전화에 온다고 하면 또 차안에서 자지 않나 전전긍긍 그게 나였는데. 어젠 11시 통화 이후로 새벽3시에 전화했더니 안 받더구만. 하여 홈페이지 켜고 언니한테 글을 마악 올리고 났는데 들어오더라. 하면서 에구 나와좀 보지 하대. 왜? 했더니 12시 반에 도착했는데, 대리운전기사한테 돈 치르고 그 자리에서 곯아 떨어졌대. 헤드라이터 켜고 자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가 깨워줬다고. 애면글면 깨울랴 하고 했는데 너무 간단하게 풀려. 컴퓨터 켜져 있는거 보더니 빨리 끄고 나오라고 하대. 이야기 하자고. 참 이상치 언니~~ 관계라는 법칙은 참 요지경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