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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2010.05.11 05:32

랄라 조회 수:1260 추천:108

40년 만에 알게된 사실!

랄라가 나서 중2까지 자란 시골집 정원은 압지가 가꾸신게 아니라 엄마가 가꾸셨던 거랜다.

랄라는 철썩같이 그 아름다운 정원이 솜씨 좋은 압지가 지어낸 것이라 믿고 있었다.

밤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모과나무, 앵두나무, 오디나무, 드룹나무, 사철나무, 자두나무, 백일홍, 무궁화, 싸리나무, 붓꽃, 봉숭아, 채송화, 도라지, 취......, 그 모든게 엄마가 가꾸어 놓은 것이라니.

랄라는 1남 4녀 막내딸로 내가 태어났을 때에는 이미 밤나무도 쑤욱쑤욱 키가 커버렸고, 아름 입벌려 밤을 쏟아내고 있었던지라.

사과나무, 배나무 전지하던 압지 모습도 보았고....., 하여 그 모든 아름다운 정원은 모조리 압지 솜씨라 생각했었는데......,

동네에서 맨 위집, 산자락 끝에 자리잡은 우리집은 울도 담도 없이 그냥 훠엉 집한채만 덩그러니 있었더란다. 그때 랄라압지는 객지에 나가고 없었고. 그 훵한 것이 싫어서 울엄마 도라지 캐러 이산저산 다니시면서 좋은 나무 보시면 뒤뜰에 심었던 것이라고.

앵두나무는 누구 아저씨 접을 떼어 왔고.

사과나무, 배나무는 철뚝 길에 나있던 묘목을 옮겨심은 거였더란다. 기차 안에서 사과, 배 먹고 던져놨던 것이 용케도 싹을 틔어 애지중지 캐와서 뒤뜰에 심어 놓은 거였다고.

이사하신지 2년이면 익산집 정원이 조금 멋지게 변해가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여전히 별 진전을 보이지 않는것에 속상해하면서 어제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정말로 40년 만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랄라 익산에 다녀왔거든)

 

남편은 객지에 나가고 없고, 새끼들과 사는 집은 울도 담도 없어 훠엉하니 그게 싫어서 포근하라고 산에서 잡목을 캐어와 울을 만들었던 거라고.

밤나무의 경우에는 남의 산에 심어져 있던 묘목 10그루를 훔쳐오는 대담성까지 발휘했었노라고......,

참 바보같다.

어미새가 새끼들에게 포근한 둥지를 제공하려고 애쓰듯이, 그렇게 랄라 엄마는 어미새 마냥 포근한 집을 일구었더랬는데......,

왜 여지껏 단한번도 그 정원은 엄마 솜씨가 아니라 압지 솜씨라고 생각했었던 것인지......,

지고 또 피고 지고 또 피는 창포붓꽃을 잘라 학교로 가지고 갈랴치면 예쁜 꽃을 가져왔구나 칭찬하는 선생님께 예 압지가 가꾸신 꽃입니다라고 말하곤 뿌듯해하곤 했는데......,

물론 덩쿨 장미랑 드룹나무 복숭아는 압지가 심었다고.

내가 그렇게도 재연해 내고 싶었던 그 아름다운 집이 엄마가 만든 것이라니.

왜 이렇게 맥이 풀리노.

동안 엄마는 낭만도 뭐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악악댔었는데....., 왜 엄마는 그 집은 자기가 꾸민 것이라고 한번도 얘기해 주시지 않았을까?

아니 내가 한번도 물어본적이 없었으니까.

나혼자 그렇게 믿어버렸으니까.

울압지는 이렇게 멋진 정원을 가꾸신 사실은 마음 따뜻한 멋쟁이, 낭만을 아는 멋쟁이라고 내가 그렇게 믿어버렸으니까. 아니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었으니까.

바부~~

난 늘 압지를 닮아 내가 꽤 자연을 사랑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엄마를 닮은거였네.

어제는 하루종일 이것때문에 가슴이 쏘옥쏘옥 아팠다.

엄마한테 너무나 많이 미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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