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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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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명호쌤의 초대 '대학살의 신'

2010.05.06 17:46

랄라 조회 수:1205 추천:175





사실 늘 그래요.

글을 쓰다 보면 랄라가 약초샘을 협박하는 글이 된단 말쌈.

쌤 얼른 랄라 이혼 허락 도장 꽈앙꽈앙 찍어주시와요.

마치 쌤의 결재 도장 나기만 하믄 결행하겠다는 여전사처럼.

그런데 다른 한편 그렇게 이혼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만큼이나 내 결혼생활을 정말 잘해내고 싶은 소망도 강렬한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그 양가감정 사이에서 그래도 가장 신뢰로울 사람이 우리 약초샘이라고 생각하니까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끄집어 내는지도 모르겠다.

어째튼

나랑 재서아빠랑 둘이 묶어서 무언가를 하도록 하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운을 띄워줬건만 꿈쩍아니할 두사람을 위해 본인께서 손수 나서신 '대학살의 신'으로의 초대.

모든 일정을 바꿔가면서 간만에 대학로에 나선 랄라는 다소 떨리는 감도 있었는데, 재서아빠는 되도록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어째튼 랄라는 너무 후련했다.

가끔은 이리저리 피하면서 문젯점에 직면하지 않으려는 재서아빠 때문에 부부싸움 다운 부부싸움 못해봤는데, 남편에게 강펀치 날리는 여배우! 자기의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꽃들을 짖이겨버리는 여배우를 보면서 한방 제대로 재서아빠랑 속시원한 부부싸움을 한듯한 기분이었다.

여과없이 우리들의 이런저런 모습들을 보여주는 연극 한편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우리들의 모습을 관객의 입장에서 보니, 참 여러가지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아프리카 대학살의 만행을 고발하겠다고하는 그래서 고상한척 하는 여자의 말을 들으면서 내 모습도 보았다. 장애아들에게 봉사 어쩌구 저쩌구 하는 말들을 늘어놓으면 내 남편도 저 연극 속의 남편처럼 거부감을 느끼겠구나.

.

.

.

일을 핑계로 핸드폰으로 끊임없이 바깥일로 전화를 해대는 남편! 그 남편의 핸드폰을 꽃병속에 쳐 넣어주자 정말 속이 다 후련했다. 회사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며 술자리를 정당화시키면서 12시, 1시, 2시, 3시 그렇게 늦은 귀가로 나를 외롭게 만들때마다 어디서 술먹고 있는지 알면 당장 달려가 술상을 화악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었었다고 연극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남편한테 말해주고 그렇게 우리는 껄껄 웃었다.

 

재서아빠는 연극이 참 불편했다고 말했다. 배우와 직접적인 닿음 그리고 뭔가 아슬아슬한 느낌이 자기는 내내 불편했노라고. 연극에 대해서는 그저라는 말로 흐렸지만, 우리는 꽤 오랫동안 대학로에서 창덕궁까지 걸었다. 재서아빠는 회사를 옮기고 2년차 자기의 불완전한 위치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아직 10년은 넘게 일을 해야하는데, 자기의 위치가 너무 불안하다고. 하여 열심히 인맥을 쌓는 것인데 그 덕분에 나름 자기 평은 좋다고.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젠 자기도 좀 일찍 귀가해서 재서랑 놀고 그러고 싶다고도 했다.

 

우리 부부의 문제는 자기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데서 온다는 결론을 내려주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말도.

 

사실 남편의 핸드폰을 물에 쳐넣고, 잠시 속시원한 그것도 있었지만, 추욱쳐져버린 그의 모습에서 또 남편의 모습도 보았다. 나로써는 왜 처와 자식에게 나눌 시간을 그렇게 사회적 위치를 지키는데 다 허비하는지 알 수 없지만 남자들에게 사회적 위치는 좀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솔직히 재서아빠가 조금만 마음을 써줘도 우린 그렇게 문제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이미 확보된 안정빵 관계라고 그가 너무 소홀한데서 오는 억울함이 내 안에 있다.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는 우리 부부가 한바탕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저질스럽게 부부싸움 제대로한 듯한 카다르시가 우리를 평화롭게 해준다. 참! 그의 마음은 모르겠다. 내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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