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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반...딸램2010.03.02 09:34
이제 5학년이 된 딸아이, 아침에 딸래미는 첫 등교를 했다. 아이를 보내고 이 글을 쓴다.
아이는 엄마와 늘 함께 잠을 청하고 싶어하고, 거의 늘 나는 아이와 함께 밤으로의 여행길을 함께 했다. 그런데 이제 5학년 되면 스스로 밤으로의 여행을 감행하기로 굳게 약속을 했기 때문에 어제가 엄마로써 함께 잠드는 공식적인 마지막 밤이었다. 뭐 아이가 아프거나 하면 밤도 지새며 옆에 있어줘야 하겠지만, 이젠 혼자 씩씩하게 잠드는걸 훈련해야 하기에 이런 계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늦는다 어쩐다 말이 많을 수도 있지만, 내 아이의 템포를 이해하고 무리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그 템포에 맞게 움직여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가족 내에서의 질서에 맞게 기다려주고 준비가 될 때까지 함께 의지처가 되어주었다.
딸아이는 잠들기 전에 종종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어제 밤에는 매우매우 놀라운 이야기들을 내게 들려주었다. 우리 딸은 기독교 계통의 학교에 다니지만,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고 종종 말하곤 했다. 자신은 교회에서 말하는 하느님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생각을 언제나 존중해주었고, 아이는 종교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절에 가면 나와 함께 대 웅전에서 절도 해보고, 탑돌이도 해보면서 부처의 삶에 대해서 궁금해하기도 하고, 성당에 가는 일도 물론 해본다.그러나 언제나 종교로부터 자유롭고, 아이 스스로의 의견은 언제나 존중되어왔다. 아이는 잠들기 전에 뜬금 없이 이런 말을 한다.
"엄마, 나는 하느님이 없다고 생각해." "그래...그렇지 지안이는 그렇게 생각해." "왜냐면, 나는 지금의 내가 되기 이전에도 있었고, 그 이전에도 있었어." "그래? 응...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그래..." "이 지구 대기층을 보면 공기가 있고, 우리가 숨을 쉬며 살잖아..." "응..." "나는 그 너머에도 있었어, 나는 내가 창조한거야. 나는 원숭이가 진화해서 만들어진 존재도 아니고 난 틀림없이 다시 태어났지. 또 태어나고..." "....(잠시 놀라서 할말을 잃음) 응...그렇게 생각해?" "응...나는 신라시대 선덕여왕이었을수도 있고, 김춘추였을수도 있고, 평민이거나 하인이었을수도 있어..." "응...그렇구나.그럴수도 있지. 그래..." "응...나는 여러번 태어났고, 그래서 지금의 나야." "우리 지안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말 몰랐네. 깊은 생각이야. 지안이 생각을 엄마는 완전히 존중해."
아이는 완전히 평온한 상태에서 베시시 웃으며 잠으로 초대되어갔다. 아이의 맑은 내면은 과거와 미래를 그대로 비추는 힘이 있는건가? 아이의 깊은 지각 앞에 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며 생각의 강을 넘실거렸다. 분명...아이는 내 인생의 도반임에 틀림없다. 옳고 그름은 여기서 필요 없다. 우리는 깊이 자각해야할 어떤 것을 필요로 할 뿐이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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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어린 친구.
어리지만 깊은 친구....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