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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김탁환-나, 황진이

2010.01.29 20:09

랄라 조회 수:1276 추천:147



명호샘은 나한테 소설 '칼의 노래'도, '허난설헌'도, '이현의 연애'도, 김현경씨의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도 추천해주셨었다......물론 좋았다.

 

근데 이번에 추천해주신 김탁환씨의 나, 황진이!

소름이 돋았다. 읽는내내.

소설이 시일수도 있다는 것!

소설과 그림(삽화)가 이리 멋지게 어우러질 수도 있다는 것!

김탁환 작가는 남자이면서도 어찌 이리 황진이에 감정이입이 되야 그녀의 시각과 느낌을 고스란히 1인칭 시점으로 풀어낼 수 있단 말인가!

 

더 중헌 것은 이 소설 읽지 않았더라면 황진이란 일개 웃음을 팔았던 기생으로 내가 본보기 삼을 바 없는 사람이다란 선입견으로 평생을 아둔하게 살 뻔했다는 사실이다. 황진이에 대한 내 편견을 이리 속시원하게 깨주다니.....,

 

읽는내내 아~~

기녀 항진이가 아니라 인간 황진이의 치열한 삶의 태도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새삼 내가 여자라는 것도 자랑스러워졌다.

 

<본문 중>

양반은 양반답고 아전은 아전다우며 기생은 기생다워야 한다는 규범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겁니다. 그다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나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내 밖으로부터 오는 것이라면, 어찌 그것을 내 삶의 법칙으로 받아 들일 수 있겠습니까.

 

한 사내의 그림자로 평생을 살기보다 나 자신을 무대에 올려 박수를 받는 상상만 했어요. 늙어 목상좌를 쥘 때까지 오로지 배움의 안팎을 살피겠다는 마음뿐이었지요.

 

세상에는 자기를 완성시켜가는 인간과 자기를 파괴시켜가는 인간, 이렇게 두 부류가 있을 뿐입니다.

 

아름답지 못하고 방자하다는 비난을 듣더라도, 저 시업의 위대함과 시마의 지독함을 보임으로써 나만의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섶사냥을 당하더라도 끝까지 나만의 굴에서 나가지 않을 작정이었답니다.

 

스승은 만물을 품도록 마음을 크게 키우라셨어요. 지금 못난 제자가 앓는 병도 만물을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일까요.

 

득도란 결국 길을 얻는 것이니 어찌 길 위로 나서는 것을 멈출 수 있겠는지요.

 

냇물이 흐를 때, 꽃이 필 때, 새가 날아오를 때, 그것들이 무슨 말을 하더냐. 내 말을 기억하기보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의 흐름을 살피거라.

 

십 년 전 스승은 나를 문하로 받아들이며 물으셨지요. 스승이 사라진 후에야 제자는 비로소 공부를 시작하는 법이니 내가 없더라도 공부를 그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이젠 정말 목매기송아지에서 벗어나 제대로 공부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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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자로 태어난 자신을 조금이라도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남성 못지 않게 치열한 시대정신으로 살아낸 인간 황진이를 직접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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