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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연애박사엄마 상담기2009.12.29 15:37
- 나의 얼토당토않은 엄마 중에서~~~ (김연 지음, 실천문학사 담쟁이 문고-청소년 책)
매번 실패하긴 하지만 엄마는 연애박사이긴 하다. 어쩜 이리도 교묘하게 건수를 만들어 내는지, 작가 워크숍은 무슨! 스티브와 엮어보려는 속셈이 한눈에 훤히 들어오는구만! 한순간에 표정이 먹먹해진 엄마가 벗어놓았던 면장갑을 끼더니 상추씨 봉투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간다. 엄마가 사라지자 남은 초코파이를 맹렬히 해치우고 엄마의 작업실로 향한다. 요즘 맹연습 중인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주제가나 열심히 두드리다 보면 기분이 좀 나아질 것 같다. 작업실 창문 너머로 밭으로 내려가는 엄마가 보인다. 밭으로 내려간 주인을 기다리며 충직한 부하인 컴퓨터는 몇 개의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내 다리는 김유신의 말처럼 주인의 의지를 배신하고 피아노 앞이 아닌 인터넷이 켜져 있는 책상 앞으로 날 데려간다. 창들을 새로 열고 내 싸이에 발을 들여놓으려던 참이었다.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장난의 운명인지 엄마가 열어놓은 창을 하나 보고 말았다. 그리고 침을 꼴깍 삼키고 나서 이브가, 백설공주가 사과를 깨물던 순간처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고야 말았다. 엄마가 싸이에 써놓은 비밀 일기를 읽기 시작한 것이다.
“울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아, 네 까짓 게 나를!이란 그 표정을 자꾸 되새김질하고 있다. 내 딸한테 미안할 뿐이다. 무슨 말로 어떻게 해야 내 딸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을까. 싫다던 널 끌고 그 밤에 술집까지 기어이 쫓아갔지. 엄마는 이 끝이 뭔지 알아야 겠다며, 박신양의 바닥을 봐야 포기가 된다는 이유를 너에게 들먹이며. 애한테 했던 그 모든 구라와 환상들. 열세 쌀짜리 애 눈에도 선명하게 보였던 것을 나만 보지 못했던 거지, 아니, 보지 않으려 햇던 거지. 어젯밤 그 남자가 게시판에 글을 올렸더군. 제목이 ‘새로운 시작.’ 웃기지도 않아. 작년 여름 내게 보냈던 이메일 제목과 받침 하나 안 틀리네그려. 땡큐와 쏘리란 단어를 모르는, 언어교육이 필요한 사람이 쓰는 말과 글에서 소설가적 상상력으로 상징과 의미를 과도하게 해석했다는 결론. 내 사랑의 카운슬러가 어제 냉철한 조언을 들려주었지. 엄마의 욕심이었다고. 무거운 짐을 내린 듯 홀가분 하기도 하다. 이게 나인가? 하고 항상 짐스러워했던 순간순간들. 철 지난 정장을 차려입고, 게시판에 글을 쓰기 위해 난해한 현대음악을 의무감으로 듣고, 고양있다 자처하는 이 사회의 돈 많은 위선자들과 외교적인 대화를 주고받고, 맘이 없어 바쁜 걸 진짜 바쁜 줄 알고 전화라도 한번 받아주면 과분해하면서 미안해하고, 내 가난을 저주하면서도 안 그런 척 당당해하려다 오히려 청승을 떨게 되고.....분열이었어. 이렇게 바닥을 쳐야 나라는 사람은 정신을 차리니.....이렇게라도 정신을 차리는 게 어디인가? 너, 분명 후회할 거야! 너도 언젠가는 ‘이연 놓치고 후회하는 클럽’멤버의 회원이 될거야. 이혼이란 지옥도 경험했는데 까짓것 이것 하나 못 견디겠어? 내 청춘을 오롯이 함께 하며 애까지 낳은 남자하고도 내 의지로 헤어졌는데 손 한번 안 잡아본 남자랑 헤어지는 게 뭐가 어렵겠어? 다 지나갈 거다. 또 지나놓고 보면 그때 날 버려줘서 눈물나게 고맙다고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을 거다. 엄마의 어리석은 사랑에 충고는 해도 질책은 하지 않는 든든한 내 딸. 스스로가 어리석어 비웃음을 날릴 때마다 옆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안타까이 지켜보던 내 딸. 씩씩하게 살 거다. 내겐 저 딸이 있으니.....그러니 이번에도 죽지 않을 거다. 내 딸이랑 기필코 멋지게 살아남을 거다. 꿋꿋하게 살아남아서 예의없는 세상에 예의 바르게 복수하고 말 거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2악장>. 눈물이 나는군. 베토벤 만큼 날 울린 남자도 없지. 울어야겠다. 부드러운 흙 속으로 감자 눈을 내려놓으며 내 눈물도 이제 그만 내려놓으리라. 세월아, 어서어서 가거라. 오늘 심은 감자가 싹이 나고 잎이 나서 내 딸과 감자를 먹을 무렵엔 오늘의 이 슬픔도 내 인생의 거름이 되어 썩어 있으리라.“
모니터에서 고개를 들었을 땐 그네 앞 잣나무 숲에 수런수런 어둠이 깃들고 있었다. 숲의 정령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하는, 엄마가 하루 중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감자가 싹이 나서 잎이 나서 묵찌빠.
청소년 딸이나 아들이 읽거나 청소년을 둔 부모가 읽으면 좋을책.
나 이미 자식들 커서 성인용 읽어할 나이지만 밤새워 깔깔 거리며 읽었다.
딸의 마음도 되었다가 주책떠는 엄마 편도 되었다가....
김연 애썼어.
이거 책 제목만 잘 뽑았으면
대박일건데. 우쒸.
에를 들면 연애박사엄마의 딸 상담기라든가.
그래야 하는거 아녀?
엄마. 지긋즈깃할 나이애덜이
얼토당토않은 엄마에 꽂히겠냐구.
내용은 참신하고 재밌고 유익만빵.
그러나 김연. 진짜 장하다. 징허다. 찡허다!!!!!!
뉴뇩에서도 화이팅 할거지
어나더 스티브도 짐도 잭도 다 덤벼보라구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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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목이 끌리누만요! 읽지는 않았지만 괜히 아쉬워지네요. 이 대목 보니까 뭘 확인하고 싶었는지 알 것 같아요. 애 딸린 저도 남편과 정리도 안된 상태에서 무조건 잠수 드러가 버린 남자 그것도 집까지 찾아가 내참 그 남자의 아버지와 대면하고, 결국 그 남자의 심경을 내 눈을 내 귀로 똑바로 들은 다음에 뒤돌아선 나니까. 사랑 그거 어떤 사람한테는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산다고 하는데 그 인연에 내 온몸 온 마음 던져 사는 미련퉁이들도 있지요.
나이들고 애까지 있는 처지에 오는 사랑에는 아련한 미련같은 것 그리지 않습니다. 현실을 같이 발 디디고 헤쳐나갈 수 있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를 점검하지요. 상대방이 그 의지를 보여줬다면 아마 저는 약초샘이 아무리 말리셨어도 어떻게든 그쪽에 남은 목숨 다 걸었을 것입니다.
미칠것 같은 사랑이었지만, 현실화 시킬 의지가 없다면 더 이상 그 상대방에게 매달리는 것은 미련한 짓이지요. 사랑은 구걸하는게 아니라는게 제 철칙입니다. 구걸하는 순간 관계는 지저분해집니다. 구걸하는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끌림으로 그냥 찾아야하는 것이지요.
저 때문에 첨밀밀 봤다면서 죽어도 그 영화 이해할 수 없다란 남자. 임마 니가 그 운명을 믿고 싶지 않으니까 그 영화가 가슴에 와 닿지 않지. 그냥 그러구 살아. 그냥그냥 평범한 여자 만나서 그냥그냥 애낳고 그냥그냥 살아. 어디 니가 나랑 사랑키워가겠냐 그 정도 배뽀도 없으면서.
때론 사랑은 다 버려야 겨우 하나를 얻게 되기도 하지요. 병행될 수 없는 사랑이라면 기꺼이 식어버린 사랑을 집어 던질 용의가 있었더란게 저의 고백이었습니다.
딸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적인 김연씨의 모습이 그냥 이뻐보이네요. 사랑 그런거 뭐 그렇고 그런거 아니야 하고 말하는 사람보다는 감출 수 없는 그 진실한 마음을 고스란히 딸에게 느끼도록 한다는게 그냥 좋아보여요. 더 인간답고. 꼬옥 읽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