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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안부인사 올립니다.

2009.12.24 17:44

강릉아줌마 조회 수:1428 추천:178

선생님, 안녕하세요?

너무 많은 환자를 대하시다보니 저를 기억하실란가 모르겠네요.

3/20일에 강릉아줌마라는 이름으로 글 올렸었구요,당시 선생님 덕택에 임신해서 5개월 되었을 때구요.

 

지금이 12월이니 10개월만에 인사드리는 거네요.

너무 늦은감이 있지만 그래도 좋은 소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저 7월 30일 새벽 1시 39분에에 자연분만으로 3.16kg 남자 아이 출산했어요.벌써 5개월 다 되어 가네요.

지금은 직장 휴직하고 모유수유하면서 아기키우고 있습니다.

 

사실 아기낳을 때 조금 고생을 해서 선생님께 투정좀 부리려고 장황하게 출산후기 작성하고 있었는데요,

여기와서 다른분들이 써 놓은 글 읽어보니 저의 고생은 고생도 아닌 것 같아 간단하게 올립니다.

 

예정일보다 일주일 빨리 나와서 직장에서 인수인계도 못하고 그냥 낳았지요.아니 예정일 임박해서까지

일을 다닌 제가 너무 욕심을 많이 부린거지요 뭐.아무튼 진행이 빨리 되어 병원 도착한 지 두 시간 만에 낳았으니 순산한 샘이구요,워낙 생리통이 심해서 그런지 출산시의 진통은 참을만 했구요.

 

그런데 아기 낳고 3시간 정도 있다가 갑자기 출혈이 심해져서 두 차례 아주 잠깐이지만 실신했구요,

다행히 지혈이 잘 되어 무사했지만 아기 낳는 것보다 자궁문 벌려서 지혈하는 게 더 고통스러웠어요.

회음부 절개한 곳도 다시 꿰맸지요.잠 한 숨도 못잤습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에 체력이 다 바닥나서 입맛도 없었어요.해서 밥은 안 먹고 포도를 한 송이 먹었는데

애기 낳은 다음날은 이 포도가 탈을 일으켜서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설사를 50번은

더 한 것 같아요.화장실 갈 기력도 없어서 그냥 침대에 기저귀시트 깔고 누워서 남편에게 똥수발 받았네요.

정말 젊은 나이에 신랑한테 그런 모습까지 보여줘야한다는 게 너무 수치스러웠어요.계속 수액맞고 철분제 맞고 소변줄꼽고 그랬어요.역시 잠 한 숨도 못잤지요.그 후 조리원에서 일주일 있었는데 저한테는 조리원 생활이 맞지 않아 계속 잠을 거의 못자고 조리도 잘 못했어요.원래는조리원에 2주 있을 예정이었는데 1주일만에 집으로 와서 산모두우미 썼어요.아무튼 지금은 다 지나간 일이지만 순산만 했을 뿐 사후에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합니다.

 

출산 2개월까지 계속 젖몸살와서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3개월 되니 손떨림,심장두근거림 증상이 나타났는데 마침 회사에서 건강검진이 있어 검사해보니 갑상선기능항진증 의심소견이 나왔어요(TSH 0.01).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산후갑상선염이 산후에 일시적으로 올 수 있고 대부분 자연스럽게 없어진다고해서 별다를 조치는 안 하고 몇 개월 있다가 호르몬 검사나 다시 해보려구요.하지만 새벽에 아기 젖주느라 매일 잠을 제대로 못 자는 탓도 있겠지만 갑상선 때문인지 생활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그 밖에 내시경결과 만성위염이라고 나왔어요.

 

아무튼 아기가 너무 예쁘지만 아기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어요.이 땅의 모든 부모님들이 존경스럽네요.육아가 힘들어서인지 신랑이랑 싸우는 일도 잦아졌는데 여기에 올아와 있는 글들을 읽어보니 제가 부끄러워집니다.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여러가지 질환으로 고생하시는 환자분들 힘내시구요,특히 저처럼 아이가 생기지 않아 마음고생 많으신 분들에게 삼신할머니 바이러스 뿌리고 갑니다.물론 선생님과 한의원 가족들도 항상 행복하시길 바라구요.모두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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