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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에 불던 바람2009.11.30 23:18 오늘 마지막 촬영날, 민이가 잠든 대관령 옛길로 해민이와 함께 떠났습니다. 다행히 눈비는 오지 않았지만 엄청나게 강한 바람이 몰아쳐 촬영이 쉽지 않았습니다. 해민이가 민이나무를 향해 외쳤습니다. '민이누나! 꽃 던질게!' 보랏빛 들국화 다발이 해민이 손에서 힘껏 벼랑으로 날아갔습니다.. 찬 바람 탓에 입이 얼어붙어 말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촬영팀은 끈질기게 버티며 나의 말과 그곳 경치 곳곳을 담아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해민이는 피곤했는지 칭얼대더니 오늘 대관령에 가져갔던 민이 유품- 민이의 샌들-을 꺼내 자신이 신겠다고 발을 들이밀며 떼를 썼습니다. '네 발은 너무 커서 안 들어가. 샌들 찢어지겠다'하면서 신발을 상자에 넣어버렸더니 몹시 서럽게 울어댑니다. 신발 상자를 들고 자겠다고 하면서 상자를 베게 위에 던지길래 제가 화를 냈어요. 왜 물건을 던지냐고... 제 말과 표정에서 심상치 않은 분노를 느꼈는지 해민이는 더욱 심하게 울기 시작했어요. 민이 샌들을 안고 자겠다고요. 결국 샌들을 손수건에 싸서 품에 안고 잠이 들었습니다.
오래도록 대관령에서 불던 바람이 제 가슴 속에도 불었습니다. 평소 민이 이야기를 해민이에게 한 적이 거의 없고 해민이 앞에서 눈물 흘린 적도 없었는데 요 며칠간의 경험이 해민이에게 혹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민이에 대해 깊은 얘길 할 땐 제작진이 해민이를 따로 데려가서 놀았기 때문에 아이가 별 느낌 없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엄마의 스트레스를 느꼈던 걸까?
그러나 편집 후 씨디를 보내준다고 하니 민이와 해민이가 하나의 화면에 담긴 추억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는 데서 큰 의미를 찾게 됩니다. 울며 잠든 해민이를 생각하며 이젠 좀더 밝은 엄마가 되어 더 많은 사랑을 해민이에게 줄 것을 다짐해봅니다. 응원해주신 선생님과 이곳 가족들께 감사드려요^^
(아참, 대관령 칼바람 속에 놀라운 것을 찾아냈어요. 굵은 마디 마디가 박힌 나무에 봉오리 같은 것이 돋아나 있더라고요. 만져보니 부드러운 것이 나무 끝 뿐 아니라 마디마다 뭔가가 움트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분명 나뭇가지 감촉은 아니었어요. 아..그 혹독한 바람 속 벌거벗은 나무에 생명의 싹이 돋고 있었을까요? 압살라님의 말,
'얼지마! 울지마! 부활할 거야!'
그 말을 사별자 모임 엄마들께도 전하렵니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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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 안고 잤다.
소중하게 끌어안았다는게
욕심이 아니라.
그래야할것같은 이끌림과 아끼는 마음
아니었을까.
민이에게 상처가 아니라
나름대로 함께한 나눔 의식이지.
대견하고 고마운 일.
민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는
그건 우리가 더 의논해 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