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akchobat.com/files/attach/images/671/aa586f70698924dea235ebf53f68a6f2.jpg
  logo    
약초밭자유놀이터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이동 될수 있습니다



대관령에 불던 바람

2009.11.30 23:18

해민엄마 조회 수:2383 추천:292

오늘 마지막 촬영날, 민이가 잠든 대관령 옛길로 해민이와 함께 떠났습니다.

다행히 눈비는 오지 않았지만 엄청나게 강한 바람이 몰아쳐 촬영이 쉽지 않았습니다.

해민이가 민이나무를 향해 외쳤습니다.

'민이누나! 꽃 던질게!'

보랏빛 들국화 다발이 해민이 손에서 힘껏 벼랑으로 날아갔습니다..

찬 바람 탓에 입이 얼어붙어 말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촬영팀은 끈질기게 버티며 나의 말과 그곳 경치 곳곳을 담아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해민이는 피곤했는지 칭얼대더니

오늘 대관령에 가져갔던 민이 유품- 민이의 샌들-을 꺼내

자신이 신겠다고 발을 들이밀며 떼를 썼습니다.

'네 발은 너무 커서 안 들어가. 샌들 찢어지겠다'하면서

신발을 상자에 넣어버렸더니 몹시 서럽게 울어댑니다.

신발 상자를 들고 자겠다고 하면서

상자를 베게 위에 던지길래 제가 화를 냈어요.

왜 물건을 던지냐고...

제 말과 표정에서 심상치 않은 분노를 느꼈는지

해민이는 더욱 심하게 울기 시작했어요.

민이 샌들을 안고 자겠다고요.

결국 샌들을 손수건에 싸서 품에 안고 잠이 들었습니다.

 

오래도록 대관령에서 불던 바람이 제 가슴 속에도 불었습니다.

평소 민이 이야기를 해민이에게 한 적이 거의 없고

해민이 앞에서 눈물 흘린 적도 없었는데

요 며칠간의 경험이 해민이에게 혹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민이에 대해 깊은 얘길 할 땐 제작진이 해민이를 따로 데려가서 놀았기 때문에

아이가 별 느낌 없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엄마의 스트레스를 느꼈던 걸까?

 

그러나 편집 후 씨디를 보내준다고 하니

민이와 해민이가 하나의 화면에 담긴 추억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는 데서

큰 의미를 찾게 됩니다.

울며 잠든 해민이를 생각하며

이젠 좀더 밝은 엄마가 되어 더 많은 사랑을 해민이에게 줄 것을 다짐해봅니다.

응원해주신 선생님과 이곳 가족들께 감사드려요^^

 

(아참, 대관령 칼바람 속에 놀라운 것을 찾아냈어요.

굵은 마디 마디가 박힌 나무에

봉오리 같은 것이 돋아나 있더라고요.

만져보니 부드러운 것이 나무 끝 뿐 아니라

마디마다 뭔가가 움트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분명 나뭇가지 감촉은 아니었어요.

아..그 혹독한 바람 속 벌거벗은 나무에

생명의 싹이 돋고 있었을까요?

압살라님의 말,

 

'얼지마!

울지마!

부활할 거야!'

 

그 말을 사별자 모임 엄마들께도 전하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25 재서 서울대 병원 다녀왔어요 ^.^ [2] 랄라 2009.12.16 1242
724 엄마, 때리지 말고 같이 술마셔 주세요^&* [2] 약초궁주 2009.12.16 1084
723 '막무가내' 큐레이터 노릇 [4] file 약초궁주 2009.12.11 1364
722 [돼지난담] 그저 많이 하는 것 [3] 장철학정명원 2009.12.10 1198
721 MBC엄기영 사장이 사표를 냈네요 [1] 랄라 2009.12.10 1242
720 누가 이 여인을 모르시나요오~~~ [5] file 약초궁주 2009.12.09 1343
719 미치겄어 화가 나서~~ [6] 랄라 2009.12.09 1071
718 [re]이것들이 나 조폭선생님 읽게 만드네 [5] file 랄라 2009.12.09 1388
717 수첩-한해를 마무리하며 file 랄라 2009.12.07 1015
716 현재의 육아휴직 제도 [2] 생강 2009.12.05 1253
715 요리-본의 아니게 엿듣기와 애첩카페 [5] 약초궁주 2009.12.04 1312
714 어떤 킬러 [6] 압살라 2009.12.03 964
713 [re] 약초궁주님이 언급하신 그 후배의 그 칼럼입니다. [3] 유재언 2009.12.05 1766
712 조카는 장사다!! [2] 은수 2009.12.02 1178
711 그대들은 몸망가지는 남편들이 이쁘기만 하신지 [11] 랄라 2009.12.01 1149
710 [re] 특히 압살언니와 쌤 필독-그래도 괘안은 넘이라고 생각되는 대목!! [2] 랄라 2009.12.03 1302
709 생활습관을 바꾸는 계기로 삼을께요. [1] 랄라 2009.12.01 996
» 대관령에 불던 바람 [4] 해민엄마 2009.11.30 2383
707 헬렌 니어링의 시 한편으로 여는 아침... [1] 평화이룸 2009.11.30 1423
706 [잡담]드라마 아이리스 광화문 촬영...불편하고 불쾌해!! [2] 유재언 2009.11.29 1080

side_menu_title

  • 약초밭자유놀이터
  • 먹고! 읽고!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