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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풍경/나에게 주는 글선물

2009.11.27 11:08

약초궁주 조회 수:1058 추천:92

어제 저녁무렵 오신 남자 환자분.
대퇴부 신경통이신데
누워서 옷을 벗으시고 침맞을 준비가 끝난줄 알고
다가갔다.
 
겨울이라., 내복까지 입으셨는데.
둔하셔서, 팬티까지 확 내리셨다.
 
옆으로 누워계시지만
검은 털과 그곳이 다보였다.
깜짝 놀란 내가 허리께로 옷을 덮어 드리고
...휴유
 
임신중인 간호사가 이걸 보기전에
내가 먼저 처치했음을 다행으로.
또 민망해 하실까봐
팬티는 입으시라고 할수도 없고.
 
성기와 음모노출은
때와 장소에 따라 느낌이 너무 다르다
잔인한 육체의 진실이랄수 밖에.
 
 
출근하여 한겨레 신문을 펼쳐들고
자, 오늘은 혼빙간음죄가 위헌판결난 기사나
자세히 읽어 볼까나...그러는데
눈에 확띠는
-----달콤한 노년의 연애..잔인한 육체의 진실.
 
이 카피에 꽃혔다.
노년..어르신...이거 내얘기 될거고
 
잔인한 자연퇴행 노화...진행중이고
그럼 육체의 진실은 뭘까? 뭐란 말인가?
음..공부해둬야지
 
최재봉 기자는 문학전문으로 명성이 자자한
글솜씨를 가진 분, 꼼꼼히 음미해봐야 겠다.
 
사랑의 풍경은
나에게. 그리고 그대들의 엄마들에게 주는
글선물이다. 즐감~~~
 
» 박완서 ‘마른 꽃’
박완서(1931~)의 소설집 <너무도 쓸쓸한 당신>(1998)은 노년에 바치는 송가와 같다. 수록작의 절반 정도가 작가 또래의 노인들을 등장시켜 그들 삶의 이모저모를 실감나게 그리고 있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중에서도 <마른 꽃>은 노년의 사랑을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노년이라고는 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 ‘나’는 소설 속에서 해가 바뀌어서야 비로소 환갑이 되는 여성이다. 그러나 연전에 남편을 여의고 홀로되었으며, 지방에서 열린 친정조카의 결혼식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가 야무지게 어른 대접을 받으려 하는 데에서는 나름대로 노년의 면모가 보이기도 한다.

기대했던 폐백을 받지 못한데다 조카 쪽에서 상행선 차편을 미리 마련해 놓지도 않았던 터라 이래저래 마음이 상한 주인공은 가까스로 표를 구해 버스에 오른다. 그 버스에서 우연찮게 옆자리에 앉게 된 동년배 남성이 ‘나’에게 찾아온 노년의 사랑의 상대역이 된다.

 

“수려한 골상에 군살이 붙지 않아 강직해 보였고, 눈빛은 따뜻했다. 가슴이 소리내어 울렁거렸다. 이 나이에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누가 믿을까.” 초면인 남녀 사이를 흐르는 내외의 시간이 지난 뒤 두 사람에게는 서로를 향한 호기심과 호감이 싹튼다. 고즈넉한 밤 버스에 나란히 앉아 말을 섞는다는 정황이 감정의 물기와 강도를 더한다. “흘러간 영화, 좋아하는 배우나 음악, 맛 좋고 분위기 좋은 음식점, 세상 돌아가는 얘기 따위를 두서없이 주고받으면서 나는 내가 얼마나 수다스럽고, 명랑하고, 박식하고, 재기가 넘치는 사람인가를 처음 알았고 만족감을 느꼈다.”

 

마침 상대방 역시 홀몸인 터라 두 사람 사이에는 본격적인 연애가 시작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사랑은 수십 년의 세월을 되돌릴 수도 있다. “(그와 드라이브를 하는 동안) 곳곳이 새로워 함부로 탄성을 지르지를 않나, 열여섯 살 먹은 계집애처럼 깡총거리지를 않나, 요즈음 신세대 탤런트의 연기를 톡톡 튄다고들 하는데 내 안에서도 뭔가가 핑퐁 알처럼 경박하고 예민한 탄력을 지니게 되었다는 걸 느꼈다.”

 

그러나 연애의 달콤한 환상을 가차없이 깨뜨리는 잔인한 진실의 순간이 찾아온다. 예컨대 주인공이 목욕 직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늙은 나신을 직시하는 장면이 그러하다. “배꼽 아래는 참담했다. 볼록 나온 아랫배가 치골을 향해 급경사를 이루면서 비틀어 짜 말린 명주빨래 같은 주름살이 늘쩍지근하게 처져 있었다.”

 

아마도 이 장면에서 받은 충격 때문이었을 것이다, 주인공이 결국 남자와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한 것은. 그에게는 두 사람의 노추(老醜)를 극복할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것을 그는 ‘짐승의 시간’이라 표현한다. “적어도 같이 아이를 만들고, 낳고, 기르는 그 짐승스러운 시간을 같이한 사이가 아니면 안 되리라.”

 

이 대목을, 같은 소설집 중 늙은 남편의 벗은 몸을 묘사한 표제작의 한 대목과 비교해서 읽어 볼 필요가 있다. “넓적다리에 약간 남은 살은 물주머니처럼 축 처져 있고, 툭 불거진 무릎 아래 털이 듬성듬성한 정강이는 몽둥이처럼 깡말라 보였다.” ‘혐오스럽다’고까지 표현했던 남편의 이런 몸을 그럼에도 주인공이 가만히 어루만지는 결말은 ‘짐승의 시간’의 성격과 효력을 말해주는 반증이라 하겠다. 연애는 빛과 영광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사랑은 어둠과 치욕까지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 자유와 권리만 탐하는 게 아니라 의무와 책임까지 떠안아야 하는 게 진정한 사랑이라는 사실을 이 소설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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