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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랑은 할수있다. (김선주 칼럼 필독~)2009.11.17 12:07 11월은 쓸쓸한 달이다. 연말이 가기 전에 한번 만나야지, 라는 연락이 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12월에 약속을 잡으려면 힘이 든다며 11월에 만나자고 재촉한다. 1년 내내 안부전화 한 번 없이 지내다가 기념일 챙기듯이 맞는 게 망년모임이다. 1년에 한 번 망년회 때 만나는 게 친구인가 하다가도 그것도 안 하면 살았달 게 없다 싶어 부지런히 날짜를 맞춘다.
젊은이는 양의 기운을 가져서 나이가 드는 것이 신나지만 늙으면 음의 기운이 강해져서 나이 드는 것이 서글프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버티지만 숫자란 게 정확하기 그지없어서 누구나 숫자가 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요즘은 젊은이들도 나이 먹는 것을 무서워한다. 장래에 대한 불안과 취업 걱정 등 먹고사는 일이 고달파서 사랑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액세서리 정도로 취급해 버리는 것 같다.
지난주, <한겨레 21>에서 공모한 ‘제1회 손바닥 문학상’의 최종심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충격을 받았다. 본선에 올라온 22편의 글 가운데 단 한 편도 사랑 이야기는 없었다. 연말 기분에 신산하고 삭막했던 터라 진한 사랑 이야기 한 편이라도 건져 내 영혼이 양식을 얻길 기대했다. 인류 최대의, 인생 최대의 보편적인 관심사는 사랑이고, 문학이든 영화든 어떤 예술작품이든 사랑이 영감을 주는 시발점이 된다고 믿고 살아왔다. 그런데 한창 피가 끓는 2, 30대의 응모자들이 사랑을 소재로 작품을 쓸 여유조차 없었다고 생각하니 우울해졌다.
공포, 구직의 어려움, 비정규직의 불안함이, 작품들의 주된 소재였다. 거대한 감옥 안에 갇혀 있어서 움치고 뛸 수조차 없이 실의와 좌절, 체념에 빠진 모습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그것이 현실이고 진심이고 가장 절절한 문제였을 수 있다. 그러나 돈이 없어도 직업이 없어도 장래가 불투명해도 사랑은 할 수 있다. 사랑은 돈을 번 다음에 직업이 생긴 다음에 장래가 보장된 다음에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 때문에 밤을 새우기보다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뛰면서, 취업공부를 하면서 불안하고 고단한 밤을 새우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 글은 개인적으론 한 사람의 자화상이고, 어떤 시대의 이야기는 그 시대의 자화상이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시대정신이, 그 불안감이 그대로 반영된 탓이라고 받아들였다.
폴란드 작가 마레크 흘라스코는 2차대전 이후 폐허가 된 바르샤바를 무대로 두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 <제8요일>을 썼다. 젊은이여 희망을 가지라는 말이 아무런 현실감 없이 다가오는, 가난하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젊은이들이다. 그래도 그들은 사랑을 한다. 사랑을 나눌 벽이 있는 삼각형의 방이라도 찾기를 소원한다. 다시 일요일이 와도, 또다시 일요일이 와도 고단한 날이 계속된다. 그들이 안식을 찾을 수 있는 날은 달력에도 없는 제8요일이어야 하는가. 그가 이 소설로 세계적인 작가가 된 나이가 스물여섯이었다.
내 한 몸도 가누기 어려운 현실에서 원나이트 스탠드가 편하다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데 누구하고 사랑을 할 수 있겠냐고 한다. 내일을 기약하는 사랑만이 사랑은 아니다. 이 겨울에 이 시대의 고단한 젊은이들이 돈이 없어서, 직업이 없어서, 장래가 불투명해서, 딛고 있는 자리가 불안하겠지만, 그래도 사랑은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었으면 좋겠다. 키가 작은 것도 ‘루저’라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세상에서 비정규직으로 돌면서 ‘루저’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진짜 ‘루저’는 조건만을 찾아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젊은 세대들이 ‘사랑밖엔 난 몰라’ 하고 사는 것도 곤란하지만 ‘사랑 따윈 난 몰라’ 하면서 사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젊은이들이여, 힘들지만 그래도 사랑은 할 수 있다.
~~~완전 공감이다. 마치 나들으라고. 우리 모두 들으라고 외치시는듯 하다.
수많은 원고를 읽고는 탈진하셨단다. 사랑이 없어서. 메말라서. 아파서. 눈물겨워서
지난 토욜에는 <누구의 연인도 되지마라>의 김현진 작가를 만났다.
재개발로 철거되는 셋집 방보증금을 빼서...아예 줘버렸다고 한다.
이제부터 돈 안벌고 그냥 살겟다고. 굶겟다고...아주 조금만 모이로 연명하겠다고.
그래도 사랑은 할거라고 믿는다. 복습할수록 더 잘할수있는게 사랑이고 연애일테니.....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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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늘 사랑이 있었는데요. 공부할 때도, 연하남들에게 둘러쌓여 4살 연하와 진짜루 소박한 사랑을 나누었네요. 아침마다 자판기 모닝커피 한잔 빼들고 내려와준 원태(이녀석은 이름 밝혀도 된다. 시작도 예뻤지만, 우리는 마루리도 참 예쁘게 해서)!! 재수생이었던 녀석도, 스물셋이었던 나도. 재도전이라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는 그 시기 온전히 녀석에게 기댔다. 녀석도 마찬가지고.
나는 목표로 한 대학을 가기 위해 다시 일년을 공부하고, 녀석은 꿈깥은 대학생활을 보낸 후, 내가 대입시험을 다 마친 후 녀석은 정말로 날 잊지 않고 찾아와 주었다. 종로 어딘가에서 우리는 그렇게 많이 걸었는데.....,
지금도 나는 원태가 보고 싶다.
사랑~~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다. 그래도 나는 사랑을 한다. 유부녀 유부남이라고 사랑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라도 사랑은 있다.
나는 또 믿는다. 약초샘이 50대가 되어도 사랑이 있다는 말을. 나는 그때도 사랑을 할것이다. 지금도 사랑이 오면 그 사랑에 우선은 들어가본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