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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강요마-김별아 칼럼2009.11.11 13:44 한겨레 신문, 김별아의 세상읽기.
그래 나도 이말에 동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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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운동화가 수명을 다하여 새 신발을 사기 위해 장보기에 나섰다.
“어머니! 이 제품이 이번에 새로 나온 거랍니다. 인체공학적 기술로 만들어 아주 편해요!” “어머니! 이것도 한번 신어보세요. 한국인의 발 모양에 맞게 설계한 신제품이랍니다!”
남의 발을 제 발처럼 걱정해주는 직원들에게 옷깃을 잡혀가며 매장을 돌아다니노라니 싹싹한 접대에는 황공하기 그지없으나 슬그머니 호칭이 귀에 거슬린다. 물론 내가 첫사랑에 실패하지만 않았어도 그네들같이 장성한 아들딸이 있을 나이가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으나, 어머니라니, 일개 잠재 고객에 불과한 내게는 지나치게 과잉한 이름이다.
언제까지는 ‘학생’이나 ‘아가씨’로 불렸다. 그러다 한동안은 ‘아줌마’와 ‘사모님’이 뒤섞이다가, 언제부터인가 ‘어머니’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것도 나름대로 유행인가 보다. 식당에서도 상점에서도 다들 나를 ‘어머니’란다. 젊은 직원들만이 아니라 나보다 연상으로 뵈는 분들까지도 ‘어머니’란다. 그처럼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리니 기분은 나쁘지 않지만 왠지 어색하고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물건을 사주고 밥 먹어줘서 고맙다는 이유만으로, 왜 내가 당신들의 ‘어머니’여야 하는데?
아이엠에프(IMF) 구제금융 시절의 ‘아버지 열풍’을 연상시키는 작금의 ‘어머니 열풍’이 내게 썩 개운치 않게 느껴지는 것도 ‘어머니’를 빌미로 범람하는 호객 때문인지 모른다. 이해는 한다. 몸과 맘이 외롭고 고단한 시절에는 누구라도 아이처럼 무조건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것을. 자식을 위해 손발톱이 빠져라 고생한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이 핑그르르 돌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다.
새로울 거라곤 하나 없는 진부한 이야기라도 조몰락조몰락 문학이며 연극이며 영화로 그럴듯하게 가공해 놓으면, 울고 싶은데 얼뺨 맞는 격으로 웬만하면 어무이 아부지를 부르며 엎어지게 마련이다. 나도 어디다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불효녀의 한 사람으로서 도의상이라기보다 양심상, 후퇴한 여성 캐릭터일망정 함부로 ‘어머니’를 비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머니’ 타령을 하는 사이에 나도 어느새 ‘어머니’가 되었다. 가난과 사회적 불평등을 양 어깨에 걸머지고 고군분투했던 어머니들이 당신들처럼 살지 말라고 희생과 헌신을 불사하며 키워낸 딸들이 누군가의 어머니가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교체되었음에도 여전히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며 재생산되는 ‘어머니 판타지’다. 그에 따라 희생과 헌신이라는 가치는 기묘한 방식으로 재창조된다.
‘앞산 노을 질 때까지 호밋자루 벗을 삼’던 어머니는 아이들을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 ‘자나 깨나 자식 위해 신령님 전 빌고 빌’던 어머니는 우리 아이 수능 잘 보게 해달라고 부처님과 예수님 옷자락을 붙잡고 백일기도를 바치고 있다. 이토록 모지락스런 욕망의 전쟁터 속에서도 ‘학처럼 선녀처럼’ 살아야 한다는 부담에 짓눌린 여성들은 아예 어머니가 되기를 포기하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물질적인 대가를 요구하는 건 아니라 하더라도, 자식에 대한 부모의 희생과 헌신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이가 ‘어머니’인 나를 생각하며 부채의식을 느끼지 않길 바란다. ‘어머니’이기 이전에 여자이고 인간인 나를 이해하길 바란다.
한 인간의 희생이 다른 인간의 성장에 밑거름이 된다는 건 슬프고도 거룩한 진리다. 그러하기에 ‘어머니’가 지갑을 틀어쥔 고객이나 참회의 대상이 아닌 다만 슬프고 거룩한 운명을 지칭하는 이름이길 바란다. 그러니 제발 어머니를 강요 마시라. 어머니는 ‘환상 속의 그녀’가 아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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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별아씨가 저랑 동갑인데 (대학 때 친구의 친구였죠. 이름이 특이해 기억을 하는데 소설가가 될 줄이얌...)
전 더구나 애엄마 조차도 아닌디... 어머니라니... 차라리 걍 아줌마 라고 불러주셈... 에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