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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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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은 고리대금 사채업잔가ㅠㅠ

2009.10.06 12:34

약초궁주 조회 수:1042 추천:107

병은 빚쟁이다...내가 살면서 알게 모르게 해로운 짓 한거

나이테 처럼 몸에 쌓여 있는거. 다 안다고.

어느날. 해결사가 들이닥치듯 무섭게 으르땅땅 몰아부친다.

 

병은 그림자다...늘 어둠속 내 등뒤에 찰싹 붙어있건만

빛만 좇는 나는 그림자를 잊는다. 잊고 싶어한다.

모른체 한다...

역시 어느날 깊은 시름에 잠긴 그림자를 알게 된다.

서글픔 비통함에 원망서린 그림자.

 

 

몸은 멀리 중국하고도 낙양성 어름의 소림사를 떠돌다왔지만.

숭산을 바라보면서도 몸은 그냥 둥둥 떠다니고

머릿속은 궁금해했다.

 

 

통증, 생명이 유한한건 알겠고 인정하겠는데

끔찍한 통증은 왜, 어쩌라고 생기는 건가고.

인간이 알아채릴 정도로만, 참을수 있을정도로만 아프면

왜 안되는가고.

 

 

폐결핵..균이 페조직을 파먹고 구멍을 내고

통증은 없다. 각혈은 할지언정.

지나고 보니까 고마운 일이었다.

위궤양...그만큼 아팠으니 조심하고 고쳤다.

통증에게 공을 돌려야 한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참기 어려운 고통은

좀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되었으면 얼마나 고마울까

 

사람뿐만이 아니고 차에 치여 죽는 강아지

1주일만에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 매미.

장난꾸러기 손에 붙들려 날개떼이고 발떼어가며 죽는 여치

아파트에서 떨어뜨려 죽는 병아리.

화장실에서 폭행당해 항문조직이 다 짓뭉개진

나영이가 겪었을 그 아픔. 말로못할 극한의 통증.

자궁암에, 암이 퍼져 전신에 퍼져 통증과 싸워내야 할 환자들.

 

 

통증 때문에 추석연휴가 끝난 지금

난 우울하다.

 

사는게 고귀하다고. 살아잇는것만도 장한 일이라고

지당한 말씀을 외고 있지만.

아픔, 덜 아프게 진화해줬으면 안되었을까

 

병을 친구 삼기엔 아픔이 너무 크다고.

그러나 품위를 유지하면서 애써보겠다고.

조지훈 시인의 ‘병에게’ 시를 올려 놓는다.

 

 

<병에게>

                              - 조지훈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면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音階)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

 

여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생의 외경(畏敬)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직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마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생에의 집착과 미련은 없어도 이 생은 그지없이 아름답고

형벌이야 있다손 치더라도 죽는 것 그다지 두렵지 않노라면

자네는 몹시 화를 내었지

 

자네는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怒)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네는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쉬지 않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에게 경도(傾倒)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부리치고 떠나가네.

 

잘 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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