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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거지악2009.09.20 01:21 조선시대에만 있는 말이 아니다. 2009년 9월 19일 토요일 현재, 대한민국 강서구 마곡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나는 오늘 며칠 전 지나간 남편 생일과 앞으로 다가올 내 생일 축하 밥상과 축하금을 받았다. 그리고 그 밥상엔 칠거지악이라는 옵션도 함께 따라왔다.
칠거지악! 참 단어도 생경해서 그 말을 듣는데 어이가 없었다. 그것도 날 생각하시면서 연신 내 맥주잔에 맥주를 따라 주시는 시압지가 마악 생일 밥상이 마무리 되어 갈 즈음에 허신 소리니까.
더도 덜도 보태지 않고, 요는 그렇다. 장남의 장손인 재서가 조상님 제사를 제대로 모시지 못할 것만 같다는 시압지의 걱정! 그런데 차남은 손녀를 낳았고. 하여 넌즈시 나한테 둘째를 권하신다. 건강한 놈으로 하나 낳아 달라는 말씀이렸다.
하여 그 말씀을 시작하는 첫 어두에 예전 같으면 '칠거지악'이 있었는데 하시면서 기어이 내 앞에서 속내를 드러내시고 말았다. 어이없게도. 물론 나는 오늘은 불같이 화를 내지도 않았다. 물론 아버님의 둘째 낳으라는 말씀엔 단호히 no라고 말씀드렸지만 구구절절 내 심정을 설명드릴 가치도 없다 싶어 더 길게 말씀 드리지 않았다.
아주 좋은 낯빛으로 보내드렸고. 내용을 전혀 모르는 재서아빠는 오늘 아주 즐거웠는듯 대리 운전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시압지 시엄니한테 이 장남 자랑스러워하셔도 된다고 떠벌리더라. 내참!
물론 나는 돌아와서 시압지의 말쌈을 재서아빠한테 고했다. 물론 그의 기분이 과이 좋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도 자기 아버지가 어떤 의중이 있으신지는 알아야게 겠기에. 그의 심기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내 속상함을 다독거리기는 커녕 그는 그만 여기까지 스톱하자고 말했다. 나는 말했다. 아버님께 내가 참 속이 많이 상했다는 말씀을 꼬옥 전해달라고. 당신이 하지 않겠다면 내가 하겠다고 말이다.
결혼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가? 같이 세상에 지어 만든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어느 시절인데 여자한테 몽땅 뒤집어 씌운단 말인가? 요즘 시댁 모임에 가면 재서는 절대로 본인 아들을 닮지 않았다는 말을 한다. 남들은 재서를 보면 아빠랑 붕어빵이라고 하는데 말이다. 나는 재서가 나를 닮았다는데 부정하지 않는데 재서의 절반은 나로부터 왔는데 이 아이가 나를 닮지 않으면 누구를 닮는단 말인가?
칠거지악이라는 말로 건강한 둘째손자를 생산해 내든지 아니면 칠거지악 당해 마땅하니 이대로 가족에서 빠져 달라는 의미인가? 사실 내 아이가 문제가 있는 아이라면 나는 더더군다나 둘째를 생산할 생각이 없다. 아직 내가 재서와 살아낼 온전한 자신감이 서지 않았는데 어찌 둘째를 낳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아직 나는 남편과의 결혼에 대해서도 양가감정이다. 또한 남편은 둘째 양육에 도움이 될 수도 없는 형편!
자궁내막종으로 내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을 때에도 아들을 생산해 내라 세뇌를 시키더만, 이제는 니가 낳은 첫째는 조상 제사를 치룰 자질이 못되니 건강한 둘째를 어서 빨리 생산해 내라는 엄명이란 말인가!
칠거지악 내말을 듣고 재서 아빤 선을 그었다. 재서는 내 아들이고, 당신은 내 아내이고. 자기가 사는 사람은 바로 나와 재서라고. 그가 그렇게 힘주어 말하는데 참 기분이 개운해 지지 않는다. 솔직히 나는 재서 아빠가 내 속이 시원하게 내 편에 서서 싸워주기를 바라지만, 그는 그런 분란을 만들지 않으리라. 물론 그는 두번 다시 이런 소리에 내 귀에 들리지 않게 하겠노라고 약조를 하긴 했다. 하지만 속상함이 풀리지 않는다. 더 말하고 싶었지만 양미간이 지뿌려지는 그를 보니, 더 이상 계속했다간 괜히 우리 가족만 싸울 판이다. 순간 그것은 어리석은 짓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압지, 시엄니, 시동생의 판단으로 더 이상 휘둘리는 가족은 되지 않으리. 그가 선을 그었고 또 그가 내 귀에 더 이상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해주겠다고 했으니 우선은 그를 믿으리라. 재서 아빠 말대로 중요한 것은 재서 아빠의 생각이다.
어째튼 상도 받고 뺨도 맞은 멋진 생일 축하날이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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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때문에 남편이랑 헤어지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까?
아니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내가 이 결혼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여기까지 달려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빌미를 노리는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다. 나야말로 따뜻한 가정을 얼마나 원하는데, 얼마나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그래서 깨고 싶지 않아서 아닌 것을 여태까지 우기면서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른다.
다 그러고 산다고.
뭐가 다 그런대.
그들은 너무 쉽게 본인들의 아들인 큰 아들도 포기해버리더만,
이제는 너무 쉽게 손자도 포기해버린다.
잘 키우라고.
잘 키워서 무엇을 증명해 낼까?
이 아이도 제사를 지낼 능력이 된다는 것을?
웃기는 소리다.
잘 키울 것이다.
그러나 내 아들이 이미 세상에 묻힌 조상님들 받드는 거나 잘하는 아이로 키우지는 않을 것이다.
한걸음더 못할 것 같다.
며느리 노릇 못한다고 할 때에도, 그래 잘한 것 없으니 참았다.
그런데 이제 조상을 못 모실 손자 노릇 운운하며 내 속에 염장을 지르누나.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내 아들이 1시간 반 다니다가 기특하게도 7시간 적응하여 해내는 것에 대해서는.
무엇을 해내고 있는지, 그래서 무엇에 박수 보내 주어야 하는지 평생 모르실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어떤 말을 해서 내가 어떤 상처를 받는지도.
끝내고 싶다.
이 결혼 생활에서 한 걸음 더 달인이 되려는 의지는 이제 고만 내려 놓아야 할 것 같다.
이런 말에 상처 받기엔 내가 너무 귀한 존재이고,
내 아들 또한 그런 말 들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런 말을 가슴에 품고, 생각에 품는 사람들과 이제 더이상 가까이서 같이 호흡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럴 자유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