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영혼에도 보습이 필요하다
-성수선 작가의 말-
난 회사원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난 세상에서 제일 분주한 도시 서울에서 밥벌이를 하는 13년차 회사원이다. 일요일 밤에
<개그콘서트>를 보며 미친 듯이 웃으면서도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월요일 아침을 걱정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한탄하며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아침에는 또 어김없이 쓰린 속을 부여잡고 정시에 출근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런 내가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가슴이 먹먹하다. 첫 책<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 간다>가 내 일인 해외영업에 관한 '직업에세이'인 반면, 이번 책은 내가 오래전부터 꿈꾸어온 '독서에세이'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 이런 독서일기를 써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나는 회사원이지만 나의 책읽기는 '생산적인 책읽기' '전략적인 책읽기'와는 거리가 멀다. 출세를 하려고 책을 읽은 것도, 실무에 필요한 책을 골라서 읽은 것도 아니다. 그저 책이 좋아서, 책을 읽을 때 행복해서 책을 읽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을 때 가장 행복했다. 운동신경이 둔하고 그렇다고 손 재주도 없는 나는 고무줄놀이도 종이인형 자르기도 재미없고 지루했지만, 책읽기만은 밥먹기가 싫을 만큼 재미있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많이 지칠 때는 환절기 건조한 피부에 수분팩을 붙이듯 책을 읽었다. 갈증에도, 건조한 피부에도, 지친 영혼에도 보습이 필요하다. 책은 내게 힘이 되어주었고, 새로운 에너지를 주었고, 상식을 의심하게 해주었고, 권태에 빠지지 않게 해주었다.
무엇보다도 책은 내게 글을 쓰게 해주었다. 홈페이지에 독서일기를 쓰며 책을 매개로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건 참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일이었다. 내가 꿈꾼 독서일기는 일상과 격리된 '독후감'이 아니라 내 일상과 하나가 된, 내 삶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온 책 이야기였다. 내가 만난 책들에 분홍, 연두, 하늘색.....온갖 컬러로 밑줄 그은 문장들은 내 일상 속에서, 내 출장길에서, 내가 만난 많은 사람과의 대화에서 살아났다. 그렇게 내가 밑줄 그은 문장들은 책 밖으로 튀어나왔다, 톡톡.
주위 사람들이 가끔 묻는다. "회사 다니면서 책 쓰기 안 힘들어요?" 그때마다 머쓱하게 웃고 말았지만, 이 책을 쓰며 정말.....힘들었다.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다. 회사 다니기만도 벅찬데 잠을 줄이고 알토란 같은 주말들을 온전히 바쳐 글을 썼다. 꽃 피는 봄, 꽃구경 가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주말 내내 오피스텔에 틀어박혀 혼자 글을 쓰고 혼자 밥을 먹을때는 왈칵 서럽기도 했다.
힘든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던 건, 내가 그은 밑줄들이 용해된 내 삶의 이야기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이 되고 싶다는 오랜 꿈 덕분이다.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웃으며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하고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좋겠다.
차 례
▫ 너와 함께 먹을 수 있다면
▫ 너는 참 하는 것도 예쁘구나
▫ 어리석은 믿음
▫ Take It Easy!
▫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
▫ 처세술의 모든 것
▫ 나의 이력서
▫ 우리는 시간을 팔았지 영혼을 팔지 않았다.
▫ 일단은 계속 하자, 포기하고 싶을 때 한 걸음만 더!
▫ 당하더라도 알고 당하자
▫ 내게 부족한 것은 훈련이다
▫ 아침형 인간은 아무나 하나?
▫ 회사원들이여, 소설을 읽자
▫ 열정
▫ 당신이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1
▫ 사랑이 없어도 먹고살 수 있습니다
▫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 여자들의 일상에 만연된 강박에 대하여
▫ 와인 초보자를 위한 작업의 정석
▫ 우리의 젓가락질은 정치적인 행동이다
▫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 너무 늦은 고백
▫ 낭만적 사랑, 그 잊혀져가는 존재에 대하여
▫ 당신이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2
▫ 우리에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해
▫ Girl이고 싶어, 언제까지나!
▫ 지금여기
● 책 속 밑줄 긋기
강해보이지만, 마음은 항상 외롭고 헛헛한 당신에게 필요한 밑줄은?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밑줄은?
시간에 쫓기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밑줄은?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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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란 존재의 집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나. 책읽기가 아니었더라면 이 팍팍한 세상을 어찌 건널수 있었을까
작가의 말처럼 그대들의.....헛헛한 가슴이 가출한 영혼이 책을 타고 접신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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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이 꽈아악 충만해지길 ~~~~~
쌤도 나도~~ 가슴이 따듯한 감사한 하루 보내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