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akchobat.com/files/attach/images/671/aa586f70698924dea235ebf53f68a6f2.jpg
  logo    
약초밭자유놀이터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이동 될수 있습니다



잘살자.

2009.08.22 11:24

생강 조회 수:1032 추천:136

아버지가 DJ 타계 전날 운명하셨다.

 

신장암 말기셨고 식도까지 퍼져있었다.

 

엄마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수발을 다 하셨지만

아버지를 용서하지도 화해하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시골 보통집에 장남으로 태어나서

어쩌다가 시골 수재가 되서 서울에 명문대를 나온 바람에

인생 초반에 잘 나갔었고 그때 여섯명이나 되는 동생들 수발을 다 해줬다.

 

그러고 나서 늦게 낳은 자기 자식들 키울때는 진이 빠졌던거 같다.

정말로 자식들이 귀찮았던 것 같다. 돈도 없었고.

 

딸들이 모여서 기억해보려고 해봐도 

특별한 애정도 훈육도 꾸지람도 받은 기억이 없다. 말을 섞은 기억이 별로 없다.

그냥 한집에 사는 분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남들과 만나면 얼마나 즐겁고 활발하고 외향적인 분이셨는지.

참 묘한 일이다.

 

그러다 집이 망했다.

사업하시다가 망한 것으로 포장되었지만

일종의 소비파산이다.

딱히 과소비를 한것도 아니고 그냥 조잘조잘하게 작은 돈이 쌓여서 파산이다.

 

그후 엄마와 우리는 많은 고생을 했다.

아버지는 따로 사셨지만

사실은 맘편하게 사셨던거 같다.

엄격한 청교도같은 징징거리는 엄마의 잔소리가 정말 싫었을 것이다.

 

암으로 쓰러지신 다음에 집으로 돌아오셨지만

엄마와는 화해가 되지 않았고

나도 어정쩡하게 있다가

돌아가셨다.

 

오래 사셨고 다행히 암부위의 특징상 통증도 별로 없으셨고

전날까지 TV를 혼자 조정하면서 보실 정도로 정신 또렷하게 지내시다가

이튿날 고요히 돌아가셨으니

돌아가신 형태만 놓고 보면 부러운 죽음이 맞다.

 

그런데 계속 찜찜하다.

서로 해원이 되지 않은것 같다.

 

화장을 해서 납골당에 모셨는데

너무나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셔져있었다.

살 때 잘 살아야 되나보다.

 

덧없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8 우유도 마시고 콩국, 미역국도 먹자 [2] 약초궁주 2009.08.05 1410
507 우울한 대한민국 <김선주칼럼> 읽다가.... [1] 약초궁주 2009.08.05 1063
506 [이프] GOGO 安全夜行 모니터단, 체험단 모집 [2] 안티크 2009.08.04 1046
505 한살림 대중강좌 - 이유명호 샘의 '뇌력충전' [2] file 더불어숲 2009.08.04 1561
504 세벽별 보기 운동 그러나 ㅠㅠ [1] 은수 2009.08.04 1118
503 집이 너무 넓어서- 휴가기 2 [2] 약초궁주 2009.08.03 1314
502 민이 3주기 보내고 왔어요 [3] 해민엄마 2009.08.01 1240
501 쫄았다 웃었다-휴가기 1 [7] file 약초궁주 2009.07.31 1413
500 여왕의 귀환 ㅋㅋ [2] 은수 2009.07.31 1062
499 반전-이현의 연애 랄라 2009.07.29 1095
498 친정엄니 오셨어유... [1] 주렁주렁이룸 2009.07.29 1309
497 [re] 화엄사 [1] file 장철학정명원 2009.07.27 1406
496 [잡담] 사진 찍은거, 돈받고 파는거 그게 어때서? 유재언 2009.07.27 1054
495 쌤과 약초밭 식구들 SOS [3] 랄라 2009.07.27 1263
494 배는 안고픈데..헛헛 약초궁주 2009.07.26 1045
493 기억은 뒤죽이박죽이 머리속은 심란하고 맘껏 웁니다 [2] 은수 2009.07.25 1091
492 이글 봐주시고 의견좀 내주세요 [6] 은수 2009.07.22 1070
491 어느 유명 가수 이야기-허장무 시인 [1] 약초궁주 2009.07.22 1652
490 여성동지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 [4] 지혜자유용기 2009.07.22 1084
489 날뭘믿고 보모하라 그러냐? [4] 은수 2009.07.21 1215

side_menu_title

  • 약초밭자유놀이터
  • 먹고! 읽고!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