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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이 3주기 보내고 왔어요2009.08.01 00:12 딸아이의 3주기를 보내기 위해 대관령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엔 케익과 카드를 해민이가 골라주었지요. 곰돌이 케익에 초 하나를 꽂고 민이와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대관령 옛길은 민이가 잠든 곳이고 앞으로 엄마 아빠까지 세 사람이 잠들 곳입니다. 그렇게 셋이 만나기까지의 시간이 사람의 머리로는 막막해 보이지만 우주의 시간으로는 찰나일 거라고 생각하면 슬픔의 크기도 작아집니다.
이번엔 처음으로 해민이도 함께 했어요. 해민이는 이제 민이 아빠를 아저씨라 부릅니다. 처음 만났을 땐 아빠라 부르더니 저의 계속적인 교육(?) 덕분에 호칭이 제 자리를 찾았어요. 이렇게 특이한 인연의 세 사람은 강릉 바다에 들러 짧지만 꿈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으로 바다를 본 해민이는 파도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희열에 몸을 떨었어요. 밀려오는 파도에 발을 적시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조심할 수 있어!!'하고 소리치고는 엄마 손을 뿌리치고 점점 바다 쪽으로 걸어 들어 갑니다. 얼마나 좋았던지 '이히히히!!' 하는 녀석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어요.
민이 아빠는 해민이를 안아서 파도 타기 놀이를 시켜 줍니다. 바닷가 모래에 우리가 벗어 던졌던 샌들 세 켤레의 모습이 머리 속에 사진 처럼 남았습니다. 나와 그의 신발 사이에 앙증스럽게 놓여 있던 해민이 신발, 우리가 영원히 잃어 버렸던 바로 그 그림입니다.
저녁을 먹은 후 민이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다시 대관령 옛길에 올랐습니다. 깜깜한 저녁 시간, 비는 그치고 내가 시키는 대로 '민이누나!'하고 낭랑하게 외쳐 부르는 해민이 목소리가 계곡을 가득 채웠습니다. '민이누나가 뭐라고 대답해?'하고 해민이에게 물으니 '다음에 또 만나! 그랬어.' 하고 천연덕스레 대답합니다.
민이아빠는 민이가 잠든 계곡을 향해 서서 한참 뭔가를 만지다가 아래로 던졌습니다. 던진 게 뭐냐고 물으니 자신의 사진이랍니다. 그렇게 우리는 꽃다발과 함께 그곳에 우리 영혼의 조각을 던져놓고 돌아 왔습니다.
민이에게 주는 카드에 '내 어린 스승 민이'라고 썼습니다. 남김 없이 내가 가진 것을 비우고 민이에게 갈 수 있도록 배움을 달라고 아이의 영혼에 기원했지요.
다시 일상을 시작하며 민이와 해민이, 나의 소중한 딸과 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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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과는 아주 가끔씩 만납니다.
선생님 글을 읽으면 항상 웃는 모습의 아리따운(!) 쌤 얼굴이 떠오릅니다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