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akchobat.com/files/attach/images/671/aa586f70698924dea235ebf53f68a6f2.jpg
  logo    
약초밭자유놀이터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이동 될수 있습니다



민이 3주기 보내고 왔어요

2009.08.01 00:12

해민엄마 조회 수:1240 추천:185

딸아이의 3주기를 보내기 위해 대관령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엔 케익과 카드를 해민이가 골라주었지요.

곰돌이 케익에 초 하나를 꽂고 민이와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대관령 옛길은 민이가 잠든 곳이고

앞으로 엄마 아빠까지 세 사람이 잠들 곳입니다.

그렇게 셋이 만나기까지의 시간이 사람의 머리로는 막막해 보이지만

우주의 시간으로는 찰나일 거라고 생각하면 슬픔의 크기도 작아집니다.

 

이번엔 처음으로 해민이도 함께 했어요.

해민이는 이제 민이 아빠를 아저씨라 부릅니다.

처음 만났을 땐 아빠라 부르더니 저의 계속적인 교육(?) 덕분에 호칭이 제 자리를 찾았어요.

이렇게 특이한 인연의 세 사람은 강릉 바다에 들러 짧지만 꿈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으로 바다를 본 해민이는 파도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희열에 몸을 떨었어요.

밀려오는 파도에 발을 적시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조심할 수 있어!!'하고 소리치고는 엄마 손을 뿌리치고 점점 바다 쪽으로 걸어 들어 갑니다.

얼마나 좋았던지 '이히히히!!' 하는 녀석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어요.

 

 민이 아빠는 해민이를 안아서 파도 타기 놀이를 시켜 줍니다.

 바닷가 모래에 우리가 벗어 던졌던 샌들 세 켤레의 모습이 머리 속에 사진 처럼 남았습니다.

나와 그의 신발 사이에 앙증스럽게 놓여 있던 해민이 신발,

우리가 영원히 잃어 버렸던 바로 그 그림입니다.

 

 

저녁을 먹은 후

민이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다시 대관령 옛길에 올랐습니다.

깜깜한 저녁 시간, 비는 그치고 내가 시키는 대로

'민이누나!'하고 낭랑하게 외쳐 부르는 해민이 목소리가 계곡을 가득 채웠습니다.

'민이누나가 뭐라고 대답해?'하고 해민이에게 물으니

'다음에 또 만나! 그랬어.' 하고 천연덕스레 대답합니다.

 

민이아빠는 민이가 잠든 계곡을 향해 서서 한참 뭔가를 만지다가 아래로 던졌습니다.

던진 게 뭐냐고 물으니 자신의 사진이랍니다.

그렇게 우리는 꽃다발과 함께 그곳에 우리 영혼의 조각을 던져놓고 돌아 왔습니다.

 

민이에게 주는 카드에 '내 어린 스승 민이'라고 썼습니다.

남김 없이 내가 가진 것을 비우고 민이에게 갈 수 있도록 배움을 달라고 아이의 영혼에 기원했지요.

 

다시 일상을 시작하며 민이와 해민이,

나의 소중한 딸과 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8 하숙집 딸들과 피터송, 30년만에 만나다 (아래의 남자) 약초궁주 2009.07.02 1737
467 아이를 어떻게 낳느냐구요. (김선주 칼럼. 옳쏘!!!) [2] 약초궁주 2009.06.30 1080
466 안녕하십니까? [2] Peter Song 2009.06.27 1481
465 매실 액그 오묘한 맛을 위하여 ㅋㅋㅋ [1] 은수 2009.06.26 1516
464 47년 오정희 샘과 72년 심윤경씨 file 랄라 2009.06.26 2158
463 허크핀 재서는 헐크였다- 하여그냥 놀믄 안되는 거였다 랄라 2009.06.25 1547
462 제 세번째 단편영화 '시작' 완성되었습니다. 보시고 싶은 분은... [2] file 유재언 2009.06.25 1108
461 재밌는 TV가 탄생했다!!!(심리학 공부도 겸용) [6] 약초궁주 2009.06.24 1255
460 나를위한 선물 그러나 사려고 보니 ㅠㅠ [7] 은수 2009.06.24 1146
459 요리-상추 치커리 마니 먹는법 [9] file 약초궁주 2009.06.23 2722
458 700만원 포기하기 [4] 은수 2009.06.23 1184
457 내 아들이 무엇인가 [3] 랄라 2009.06.23 1154
456 [사주명리 주역방] 천추의 한 장철학정명원 2009.06.22 1171
455 천연화장수^^ [5] file 지혜자유용기 2009.06.21 1416
454 열마리의 개.. 새끼를 낳는다는건 (오정희샘) [1] 약초궁주 2009.06.20 1164
453 책 읽고는 기쁜 마음에 홈페이지 찾아왔습니다. 윤지영 2009.06.20 1146
452 나에게는 휴가가 필요해~ 안티크 2009.06.19 977
451 또 꿈속에 보이는 우물..깊기도 하지 [2] 약초궁주 2009.06.19 1327
450 ^^* 고맙습니다. 지혜자유용기 2009.06.19 1100
449 난생 처음으로 담가보는 매실액 [3] 랄라 2009.06.19 1108

side_menu_title

  • 약초밭자유놀이터
  • 먹고! 읽고!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