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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스한 엄마가 책을 읽는다2009.06.07 16:54 일흔둘 엄마가 책을 들었다. 물론 재서를 위해서, 녀석을 위해서 떠듬떠듬 그림책을 읽어 주셨던 것 말고, 정말 엄마가 엄마를 위해 책을 들었다.
재서가 여섯살! 5월을 지나는 어느날 엄마는 기어이 재서를 잡다 넘어지셔서 왼손팔이 골절되었다. 그리고 6년 만에 엄마는 나와 재서 곁에서 간만에 휴식??이 찾아왔다. 아침 식사와 주말 식사는 내가 담당하게 되었고, 수영장 도우미도 옆에 사는 언니가 자처햇으니...., 엄마는 말그대로 오후 1시에 재서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와 내가 퇴근할 때까지 있으면 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그 시간도 길 법하지만 엄마에겐 간만에 찾아온 휴식이다. 손자 돌보랴 출근하는 막내딸 아침 마련하랴 동안 엄마는 한 순간도 숨돌릴 틈이 없었다. 재서가 무지 힘들어 다른 사람 손을 빌리고 싶어도, 여기저기 뒤져봐야 속이 시원한 손자, 나분대는 그 손자가, 천덕꾸러기가 될까 싶어, 자기가 사랑으로 그 손자녀석을 묵묵히 지켜봐내셨다.
누군가는 나에게 그랬다. 특수교육을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왜 여기저기 특수교육 치료를 다니지 않느냐고.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내 아들은 그런 좁은 치료실 탐색으로 만족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을. 아이는 집안보다 밖을 탐색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아이는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보고 싶어하고. 놀이터의 놀이기구 이것저것을 실컷 타보고 싶어하고. 아이는 장난감 기차가 아니라 실제 기차를 보고 싶어하고.
엄마! 친구들과 노는 것 걱정하지 말고, 재서가 원하면 오전에도 오후에도 놀이터에서 놀 수 있지? 몸을 쓰게 된 재서는, 미끄럼틀을 타고 싶어했다. 그네를 타고 싶어했다. 정글짐에 오르고 싶어했다. 그것도 너무 실컷.
어린이집의 작은 실내는 생태형 인간 재서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너무 좁았으니까. 엄만! 언니들의 비난에도, 그렇게 묵묵히 내 주문을 따라주었다. 특수교사라고 하는 애엄마는 할머니한테만 온통 아이를 맡기고 할머니는 언어자극은 주지 않고, 지 몸을 굴리는 놀이터로만 애를 실컷 끌고 다닌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결국 엄마가 내가 옳았다. 아이는 실컷 2년여를 바깥놀이에 몰입하더니 이제는 놀이터엔 발걸음도 하지 않는다. 탐색이 다 끝나니 만족하게 된 것이고, 이제는 사람을 만나러 어린이집을 다니게 된 것이다.
그 모진 시간을 우리 엄마여서 지켜주었다. 그게 바로 울엄마! 한결같다라는 말이 또옥 어울리는 사람.
왼팔 골절은 바로 하느님이 우리 엄마에게 내린 휴식의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난 엄마의 골절을 계기로 밥상을 차려내는 기술을 배워가고 있다. 일요일 오늘 아침 메뉴는 "콩나물밥간장비빔"과 "오징어채오이무침" 쓰억쓰억 그 음식을 준비하는게 이제는 싫지 않다. 물론 밥을 준비하는 내 마음도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동안은 엄마에게 뭔가 그럴싸한 것으로 보답드리려고 했는데....., 엄마에게 두달여 밥을 차려드릴 기회가 내게 오다니.....,
처음엔 엄마가 일을 못하게 되자 음식 준비하는 내곁에서 안절부절 하시더니, 어제밤에 남편이 그런다. 장모님이 책을 읽고 계시다고. 오늘도 신랑은 드렁드렁 낮잠을 자고 있고,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고, 엄마는 안방에서 책을 읽고 계신다. 하도 신기해서 작은 책상을 펴서 엄마 앞에 놓아드렸다. 그리고 책 표지에서 어떤 책인가를 본 다음 인터넷 서점에 가서 그 책 시리즈로 두어권을 주문을 넣었다. 엄마에게 드리려고.
내게 남아있던, 엄마에 대한 한점의 미움 조각이 사라지고, 난 정말이지 오랫만에 엄마와 평화롭고 즐거운 주말을 보낸다. 이런 날이 올줄은....., 삶은 힘들다 하여, 포기해서는 안되며, 언젠가 그 모든 갈등이 스르륵 스르륵 풀어지는 날도 온다.
엄마 자신을 위해 책 읽는 모습, 이 모습 정말 너무 보기 좋다.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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