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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에 쓴 글입니다2009.05.26 13:36
선생님, 시간이 지날수록 상실감이 커집니다.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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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잠이 깨어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대한 산처럼 깊은 절망과 바위처럼 단단한 고통 온 한반도를 덮고도 남을 한 사람의 형언할 수 없는 어두움이 깊고 차갑게 몰아쳐 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일순간 한 사람의 죽음으로 세상 햇빛의 빛깔이 달라지고 현실과 비현실이 뒤섞이는 경험, 그의 오랜 싸움과 아픔이 한꺼번에 휘몰아쳐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심장을 훑어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재임 시절 당신의 행보에 대해 너무 쉽게 평가하고 너무 간단하게 실망을 얘기했음이 사무치게 가슴에 저며 왔습니다. 정의와 평등을 말하던 이가 어떤 식으로 기득권자들과 부패 세력에 의해 물어 뜯겼는지 봉하마을로 내려온 당신이 ‘노인과 바다’에서 뼈만 남은 물고기처럼 늙은 어부처럼 회한 속에 여생을 마무리 하려 얼마나 애를 썼는지 이제서야 조금씩 느껴져 눈물이 흐릅니다. 한 시대의 순수와 눈물이 이렇게 바위에서 떨어져 버렸는지 그러고도 그걸 몰랐는지 내 젊음의 끄트머리에서 당신이 있어 얼마나 행복했는지 이제서야 느끼며 눈물 짓습니다. 그대여…… 우리의 순수가 그렇게 바위 아래 떨어지는 동안 잠 속에서 아무것도 몰랐음을 괴로워합니다. 예수가 고통스런 마지막 기도를 하는 동안 잠을 못이기는 제자들에게 한 순간만이라도 깨어있을 수 없냐 했음에도 그렇게 잠 속에 아무 것도 모른 채 당신을 보냈습니다.
온 세상의 존재가 하나라는 걸 당신의 죽음 앞에 다시 느낍니다. 부패한 자들의 썩은 숨소리 조차 우리의 일부라는 걸 그걸 아파하는 것도, 응시하고 치유하는 것도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오늘 예수회의 신부님이 사별자 모임 미사에서 희망을 말씀하셨습니다. 고 장영희 교수의 삶과 죽음을 얘기하며 장영희 교수의 삶이 고난의 연속이었음에도 항상 전해주려 한 건 희망이었다는 걸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의 영원한 안식도 청하셨습니다.
아주 희미하게 느낍니다. 당신의 죽음 이후 살아가야 할 하루하루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그 깨달음 조금씩 희망을 얘기해도 괜찮다고 담담히 당신이 어깨 두드려 줄 것 같습니다. 이제 정말 보내드립니다. 이 땅의 산과 바다 위에서 따뜻한 빗물로 내려와 우리들을 적셔 주길,
님이시여…… 안녕히 가십시오. 정말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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