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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밭자유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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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은 어려워

2009.04.16 13:29

해민엄마 조회 수:2197 추천:333

와..이프 페스티벌 소개 보니 진짜 끌리네요~

해민 건강만 괘않으면 들쳐업고 가겠는데 환절기 되어 잠깐이라도 외출하면

극심한 감기에 난리랍니다..

 

선생님 치주염은 어떤지 걱정이네요.

의사쌤들이 남덜 건강 돌보다가 자신의 건강은 신경 못쓴다는데

설마 선생님도 그러신 건 아니겠죠?? 믿습니다~

 

제가 가는 사이트에 쓴 글인데 이곳에 들르는 엄마들과도 공유하고 싶어 가져왔슴다..

콩이는 해민이의 애칭이예요..

 

*************************

 

콩이가 커가고, 그 느리던 말솜씨가 일취월장(?)하면서

점차 커밍아웃의 필요성이 커진다.

만일 말솜씨가 늘어 아이가 '저는 입양됐어요'라고 말한다면

이를 몰랐던 이들이 얼마나 뻘쭘하겠는가.

 

사실 커밍아웃은 외곽에서부터 조금씩 행하며

자신감 같은 것도 있었다

콩이 머리 깎아주는 미용실에서

자녀 사별자 모임에서

병원 의사 선생님에게..

 

근데, 이게이게..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공간에서

늘 보는 사람들에게 말하자니

갑자기 명치 끝에 통증 같은 것이 느껴졌다.

성당의 반모임에서, 어린이집에서

사실을 말해야 할텐데 언제쯤이 좋을런가.

그동안은

'굳이 서두를 것 없다,

내가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그때 자연스레 말하리라'

이렇게 생각했건만

어린이집에서야 말할 필요성이 급하지 않고

(콩이가 선생님에게 자신의 입양사실을 말할 정도로

언어 및 인지 발달이 이뤄지지 않았음^^ )

성당 모임에선 내 가족상황이 자꾸 언급되기 땜에

말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어젠 모임에서 남편 얘기가 또 나와서

아이 사별 후 헤어져 지금 뜨문뜨문 만나는 사이임을

자백(?)하였다.

다행히 어색하지 않게 넘어갔는데

차마 콩이 입양 사실은 밝히지 못했다.

내 아이가 동정의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가슴 아플 줄이야.

 

딸아이를 잃은 후 나는 사람들의 동정을 구걸하는

걸인과도 같았다.

누군가는 동정 받는 게 싫어 친한 이들에게도

비밀로 한다 했지만

내 경우는 자존심도, 오기도 없었다.

다만 두려운 것은 내 아이가 '원래부터 없었던 존재'로

망각이 된다는 사실 뿐.

직장의 복도에서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나를 붙잡고

'애기가 그렇게 똑똑했다며! 그럴수록 천도제를 지내줘야 해!

꼭 천도제를 지내줘요, 알았지요?'

천주교 신자인 내게 몇번씩 이렇게 말할 때도

그의 관심이 고맙기만 했다.

 

'하느님은 질 수 있는 십자가만 지게 하신다지요..힘내세요!'

이런 말에 아주 잠깐 '그럼 다른 이들은 이런 십자가를 질 힘이 없어

내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가요?'하는 생각을 했지만

섭섭해 할 오기도 없었다.

 

이제 내 아이가 동정이나 편견의 시선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뭐라 표현하기 힘든 아픔이 가슴 끝을 찌른다.

한편으론 이런 것이 혹여 과잉보호가 아닌지 경계한다.

딸아이를 잃은 데 대한 해소되지 못한 슬픔이

아들에 대한 감정 과잉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깨어 있으려 한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상적으로 오가는 내 아이에게

어떤 특별한 시선도 덧씌워지지 않길 바라는 평범한 엄마의 바램..

그건 어쩔 수 없는 욕심인가 보다.

부모가 버린 불쌍한 아이라는 시선,

나아가 대체 어떤 부모길래 지 자식을 버려, 라는

생부모에 대한 모독의 시선,

그 두가지 시선을 내가 미리 겪는 예민함.

 

편견은 엄연히 존재하고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과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만이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대전제는 확실하다.

 

어제는 공적인 일로 내 가족 관계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

'제 상황이 좀 특수한데요,

아이와 사별하고

남편과 헤어지고

아들은 독신자 입양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말하자 상대방은 황망히 알았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나서 잠시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건 마치 소풍에 참석할 수 있냐고 묻는 전화에다 대고

'저는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추락사고로 두 팔을 잃고

최근의 사고로 머리 일부도 잃었어요.

그렇지만 소풍은 참여하도록 해보죠.'

하는 상황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물론 사고로 심각한 신체 손상을 입은 이를 보고 웃자는 변태성 웃음이 아니다.

약자로서의 공감에서 비롯된 안도의 웃음이라 할까?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은 나를 구해주는 활력소가 된다.

그러니 커밍아웃이여~ 웃으며 네 성곽의 문을 두드려 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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