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akchobat.com/files/attach/images/671/aa586f70698924dea235ebf53f68a6f2.jpg
  logo    
약초밭자유놀이터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이동 될수 있습니다



질좋은 안약 찾았음돠-일 잘하는 사내

2009.03.19 16:04

약초궁주 조회 수:1494 추천:202

 

 

 

 

일 잘하는 사내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젊은 눈망울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

내 대답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울었다고 전해 들었다

왜 울었을까

 

홀로 살다 홀로 남은

팔십 노구의 외로운 처지

그것이 안쓰러워 울었을까

저마다 맺힌 한이 있어 울었을까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을거야

누구나 본질을 향한 회귀본능

누구나 순리에 대한 그리움

그것 때문에 울었을 거야

 

 

~~~

이 시인은 누구실까?

.

.

..

박경리 선생님이시다.

시도 쓰셨는데.

토지 이후에 문화관을 만들어서

젊은 후배 작가들 재우고 먹이며

밥과 반찬 장만에 농사를 지으시던 선생님

그 틈에 시를 쓰시는 힘으로

정신을 연명하셨다고 한다. 

 

엊그제 퇴근길.

동네에서 후배랑 저녁을 먹고 8시쯤. 헤어져.

어슬렁 걸어서 단골 책방에 들렀어.

 

외상으로 받아둔 책빚이 있으면 갚으려고.

가보니 빚은 없고 빈손으로 되돌아 나오기 허전하여

시집이 있는 서가를 보았지.

 

케케묵은 오래된 책 먼지 뽀얗게 몇권있고

유행하는 시인의 몽상적 인도찬양가나.

잘나가는 시인 사랑찬양가 틈에.

 

눈에띈 박경리 선생님 유고시집과

신경림 시집을 (갈대, 낙타로 유명한) 집었다.

 

그리곤 만지막 거렸다. 엄마를 부탁해를....

서점 주인에게 물었다.

이 책 읽어 보셨어요?

아니요..엄마가 안좋으셔서 (투병중이시라

못읽겟단다.)

저도 맘이 그럴까봐 나중에 읽으려고해요.

그리고 밀어 놓았다.

 

문을 열고 나오려는데.

등뒤에서 살짝 안는 책방주인.

..선생님이 좋아요.

그리고 내미는 '엄마를 부탁해'...선물이예요.

 

집에 돌아와 딸에게 읽으라고 주었다.

엄마는? 벌써 읽었지. 할머니께 잘하라고 보라는겨.

 

난. 박경리 샘 유고시집을 들고

거기에 나오는 선생님의 사모곡에 울고.

시들에 울고.

소원대로 질좋은 안약 찾았다.

 

박선생님은.

결혼 생활 겨우 4-5년 하시고

1950년에 남편 돌아가신뒤

8살난 아들마져 앞세우고.

 

60년 가까이 딸하나 데리고 상배여성의

삶을 사신거다.

하여

후배작가들이 위의 대답을 듣고는

돌아가며 눈물을 흘렷다고 한다.

 

손수 농사짓고 반찬 장만하여

토지문화관에 빈손으로 입주시킨 작가들

공부하라고 작품 쓰라고 등다독이신 어머니.

위대한 작가이면서

너르신 어머니였던 분.

 

또 베껴서 옮겨보겠으니

읽어주시라. 시들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29 6월 3 월요일 오전10.30분 갱년기 강의 ~~ [2] file 약초궁주 2024.05.29 17
2928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기특기특 보셈) [1] 약초궁주 2024.05.02 65
2927 남편이 아파요 선생님.. [2] 기특기특 2024.05.01 67
2926 86세 선배님 글에 후배가 답장 드립니다.~~ 약초궁주 2024.04.24 62
2925 전세사기 피해방어 하려면~~이런 특약조건 달아라 [1] 약초궁주 2024.04.12 55
2924 멀쩡히 출근해서 일하는 중 (공부해서 남주자) 약초궁주 2024.04.12 202
2923 4월 9화요일 휴진안내~~ [1] file 약초궁주 2024.04.03 32
2922 4월되면 흥얼거리는 노래 약초궁주 2024.03.29 36
2921 엄니들 나이드셨으니 냉장고부터 줄이세유~~제발 [1] 약초궁주 2024.03.27 52
2920 남자 구실? 진작 잘하시지 왜 이제와서 [1] 약초궁주 2024.03.21 56
2919 프랑스에선 이런 일이? (교황청만 반대라고) [1] file 약초궁주 2024.03.07 55
2918 2/29--3/4 휴진 3/5출근합니다~~ 약초궁주 2024.02.23 66
2917 연휴, 영화 한편 플랜75 보고 놀란점 [3] file 약초궁주 2024.02.13 92
2916 목요일부터 휴진 담주 13일 출근합니다,~~~ 약초궁주 2024.02.07 71
2915 어여쁜 봄아 잰 걸음으로 우리 곁에 오니라~~ [2] file 약초궁주 2024.01.31 80
2914 어제는 대통령의 염장이- 유재철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왔어요~~ [1] 약초궁주 2024.01.23 75
2913 부모님들이 죽음 공부까지 시켜 주신다. [1] 약초궁주 2024.01.23 61
2912 커피와 헤어질 결심ㅎㅎ file 약초궁주 2024.01.18 76
2911 새해에 우리 모두 더 나은 삶, 더 좋은 인간이 됩시다 [3] file 약초궁주 2023.12.30 77
2910 노브라가 가슴이 쳐진다고? 프랑스 연구결과 [1] 약초궁주 2023.12.27 55

side_menu_title

  • 약초밭자유놀이터
  • 먹고! 읽고!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