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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좋은 안약 찾았음돠-일 잘하는 사내

2009.03.19 16:04

약초궁주 조회 수:1494 추천:202

 

 

 

 

일 잘하는 사내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젊은 눈망울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

내 대답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울었다고 전해 들었다

왜 울었을까

 

홀로 살다 홀로 남은

팔십 노구의 외로운 처지

그것이 안쓰러워 울었을까

저마다 맺힌 한이 있어 울었을까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을거야

누구나 본질을 향한 회귀본능

누구나 순리에 대한 그리움

그것 때문에 울었을 거야

 

 

~~~

이 시인은 누구실까?

.

.

..

박경리 선생님이시다.

시도 쓰셨는데.

토지 이후에 문화관을 만들어서

젊은 후배 작가들 재우고 먹이며

밥과 반찬 장만에 농사를 지으시던 선생님

그 틈에 시를 쓰시는 힘으로

정신을 연명하셨다고 한다. 

 

엊그제 퇴근길.

동네에서 후배랑 저녁을 먹고 8시쯤. 헤어져.

어슬렁 걸어서 단골 책방에 들렀어.

 

외상으로 받아둔 책빚이 있으면 갚으려고.

가보니 빚은 없고 빈손으로 되돌아 나오기 허전하여

시집이 있는 서가를 보았지.

 

케케묵은 오래된 책 먼지 뽀얗게 몇권있고

유행하는 시인의 몽상적 인도찬양가나.

잘나가는 시인 사랑찬양가 틈에.

 

눈에띈 박경리 선생님 유고시집과

신경림 시집을 (갈대, 낙타로 유명한) 집었다.

 

그리곤 만지막 거렸다. 엄마를 부탁해를....

서점 주인에게 물었다.

이 책 읽어 보셨어요?

아니요..엄마가 안좋으셔서 (투병중이시라

못읽겟단다.)

저도 맘이 그럴까봐 나중에 읽으려고해요.

그리고 밀어 놓았다.

 

문을 열고 나오려는데.

등뒤에서 살짝 안는 책방주인.

..선생님이 좋아요.

그리고 내미는 '엄마를 부탁해'...선물이예요.

 

집에 돌아와 딸에게 읽으라고 주었다.

엄마는? 벌써 읽었지. 할머니께 잘하라고 보라는겨.

 

난. 박경리 샘 유고시집을 들고

거기에 나오는 선생님의 사모곡에 울고.

시들에 울고.

소원대로 질좋은 안약 찾았다.

 

박선생님은.

결혼 생활 겨우 4-5년 하시고

1950년에 남편 돌아가신뒤

8살난 아들마져 앞세우고.

 

60년 가까이 딸하나 데리고 상배여성의

삶을 사신거다.

하여

후배작가들이 위의 대답을 듣고는

돌아가며 눈물을 흘렷다고 한다.

 

손수 농사짓고 반찬 장만하여

토지문화관에 빈손으로 입주시킨 작가들

공부하라고 작품 쓰라고 등다독이신 어머니.

위대한 작가이면서

너르신 어머니였던 분.

 

또 베껴서 옮겨보겠으니

읽어주시라. 시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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