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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못다한 이야기가 있어서

2011.03.25 09:10

유지선 조회 수:908 추천:91

선생님 안녕하세요,

 

지난 화요일 오전에 찾아뵈었던 유지선입니다. 자궁에 탄력이 없어서 힘들게 제왕절개 했다던... 그후로 수많은 환자를 또 보셨을텐데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그날 선생님 뵙고 두 가지 생각에 내내 찜찜했었답니다.

 

첫번째는, 사실 선생님 책도 그렇고 올레길 통해서도 그렇고 속으로 선생님 무지 팬이었고 실제로 마주대하니 살짝 설레기도 했었는데(^^) 제가 무작정 기대했던 희망적인 말보다 걱정어린 말씀을 먼저 듣고 나니 너무 풀이 죽어서 축 쳐진 모습만 보여드리고 온 것 같아 속상했더랬습니다.

 

두번째는 처방해주신 약에 대해 반신반의한 것.. 한의원에 가면 무조건 한약부터 먹어야한다는게 싫어서 사실 생각은 했지만 그토록 오래 방문을 망설였는지도 모르겠어요. 게다가 그동안 자궁 따뜻해지라고 먹었던 수많은 약들이 사실상 병을 키운 것일수도 있다는 말을 병원에서 듣고나니 설령 그 말이 사실인지 딱히 증명할 수는 없다고 해도 '내 다시는 한약 먹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제 생각과 태도가 선생님 입장에서는 굉장히 언짢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혹시나 그러셨다면 죄송합니다.

 

다녀온 후 참으로 많은 생각들을 했는데 문득 그런 생각들은 다 접어두고 선생님 말씀처럼 제 몸부터 다시 돌보자란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수술 부위가 유착될까봐 산후조리원에서는 오히려 그렇게 열심히 했던 운동을 애 키우느라 일하느라 전혀 하지 않고 산지가 1년이 넘었더라구요. 정신 바짝 차리고 다음날부터 당장 30분 이상씩 걷기를 시작했어요. 그날 방문이 둘째에 살짝 조바심 냈던 제 자신에게 '나 자신부터 돌보라'는 경각심을 일깨워준 듯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제 안의 상태가 얼마나 심란할지 완전히 까먹어버렸나봐요.

 

어제 약도 잘 받았습니다. 약을 받고 나니 이 약도 즐겁게, 내 몸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을 갖고 열심히 먹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약을 떠나서, 선생님의 진료도 떠나서 그날 선생님과의 만남이 저에게 어떤 전환점이 된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그럴수록 선생님 약 처방에 살짝 반신반의했던 제가 어찌나 죄송해지는지요.

 

일단 약 열심히 먹고 걷기 꾸준히 하고 그리고 다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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