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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나오면 1빠...김소민의 부탄살이

2016.02.04 16:13

약초궁주 조회 수:1036 추천:37


목요일이면 한겨레 esc면

기다려지는 <김소민의 부탄살이>



여기서 부탄이란 까스를 말하는게 아닌.

부탄왕국!

가보지도 않고 이말저말 말고

김소민님의 글 맛좀 보자.

김소민의 부탄살이--한겨레 신문 2.4

왜 내 몸은 자꾸 내 뒤통수를 치는 걸까. 내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생 텐진(25)이 고향집에 초대했다. 1년에 한번 온 식구가 모여 일종의 굿인 ‘푸자’를 한단다. 스님들이 이틀 내내 머물며 불경을 읊는다. 텐진의 고향은 수도 팀푸에서 차로 3시간 거리인 푸나카, 그것도 산꼭대기다. “부탄 전통 집이에요.” 그 말은 곧, 수세식 화장실이 아닐 확률이 크다는 거다.
나는 비운의 공주다. 돈도 없고 미모도 없는데 까탈만 공주다. 텐진 집으로 가는 날 아침부터 장 비우기에 들어갔다. 텐진 고향집에서 되도록 화장실 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거다. 아무리 긴 대장이라도 이 정도면 됐겠지 싶었다.

푸나카로 가는 버스가 없어 택시를 나눠 탔다. 값은 300눌트룸(약 6000원), 티코 크기 차에 다섯이 꽉 차기 전엔 출발 안 한다. 짐까지 채우니 내 다리가 네 다린지 내 다린지 모르겠다. 이 살뜰한 택시가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승객들은 기절 상태 수면에 빠졌다. 안전벨트도 안전펜스도 없고 비포장 좁은 길 반대편에서 트럭이 오고 있지만, 눈 부릅뜨고 있으면 뭐하나. 괴롭기만 하다.

부탄에서는 이 정도는 돼야 식구가 있다 하나 보다. 30여명이 모였다. 이름이 소남인 사람만도 셋이다. 화장실은 예상대로 집 밖에 있었다. 개량된 푸세식으로, 쪼그리고 앉았을 때 적어도 널빤지가 흔들거리며 서스펜스를 조장하진 않았다. 제단 앞엔 공양물이 산맥을 이뤘다. 내가 가져간 컵케이크부터 사탕, 초콜릿, 고기 등이 일단 부처님 몫이다.

일단 뭘 자꾸 먹어야 했다. 밥 스케일이 히말라야다. 이 식구를 먹여대자니 일이 어마어마하다. 밥 나르고 설거지하는 게 여자들 몫이다. 참고로, 세계경제포럼이 내놓은 2015년 세계 성 격차 보고서를 보면, 145개 나라 가운데 부탄은 118위, 한국은 115위다.

그래도 적어도 며느리가 독박을 쓰는 것 같진 않다. 이 집의 좌장은 텐진의 외할머니다. 부탄에선 결혼하면 남편이 처가로 들어와 사는 경우가 많다. 땔감은 남자들이 해왔다. 반찬은 살보다 비계가 많은 돼지고기 요리 팍샤 등인데 고기 요리는 텐진 아버지 솜씨다. 나는 밥만 죽자고 먹었다. 그때부터 불안했다. 그렇게 아부를 해놨는데도 장이 시비를 걸었다. 이 똥들은 어디에 잠복해 있었던 걸까.


...............................
드디어 누울 수 있게 됐다. 식구들이 이부자리를 봐줬다. 서 있을 때보다 항문으로 몰리는 하중이 줄어선지 화장실 욕망이 고요해졌다. 휴전인가? 이모할머니가 옆에 앉더니 담요를 내 턱까지 바짝 끌어당겨 덮어줬다. 이모할머니 말을 내 옆에 누운 텐진의 여동생이 통역했다. “너한테 노래를 많이 불러주고 싶었어. 즐겁게 해주고 싶었어. 내가 감기 들어 그렇게 못했구나. 우리는 네가 와서 아주 행복했어. 너도 행복했니?” 그때 한 낱말이 떠올랐다. ‘엄마.’


김소민 자유기고가

책으로 나오면 1등으로 사서
읽고싶은 책-- 김소민을 여러분은 기억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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