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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마종기 시인.

2016.01.08 10:55

약초궁주 조회 수:522 추천:26

왼쪽 다리가 언제부터 저릿저릿 아프다
해가 갈수록 아픈 게 더하는 것 같다
척추관 협착인가 뭐라더라 추핵탈출증?
어째든 늙어 생긴 퇴행성 변화가 틀림없어


그래도 은퇴를 한 뒤니 얼마나 다행이냐
잘 적에는 별 아프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절뚝이지 않고 걸을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다


나이 들면 어디가 아픈 것은 흔한 일인데
그게 사람을 좀 겸손하게 만드니 다행이다
물론이지 부자가 못된 것도 다행이다


냉동 생선같이 차가운 눈을 안 가져도 되니까
힘이 달려 생각을 천천히 하는 것도
조금씩 낮게 말하고 느리게 행동하는 것도
나이 들어가는 내 짧은 머리에는 다행이다


제일 다행인 건 알 듯한 곳으로  향하는 걸음
그 길에서 자주 들리는 따뜻한 음성의 위안
누구는 그게 다 생각 나름이라고도 하지만
그래도 기댈 곳이 늘 있으니 다행이다


어둠 속에 혼자일 때 세상을 해매 다닐때
손잡아주는 동행이 있으니 천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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