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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어부 소설가 ..한창훈
내 술상..내 밥상위의 자산어보로 유명하다.

전남 소식지에 실린 바다살이 칼럼을
퍼왔다.  게.조개 새우. 미역 ..생선을 좋아하는
나는 늘
바다가 그리워서...이런 글로 위로를 삼는다.

--한창훈 1- 바다의 일 년은 이렇게 간다  

계절은 바다에도 있다. 당연히 그러겠지 그럼 없겠어? 따질 수 있지만 우리는 계절의 흐름을 새싹, 꽃봉오리, 꽃잎, 열매, 가을걷이 따위의 특징으로 읽어낸다, 모두 육지의 모습이다. 장마가 지고 땡볕이 내려쬐이고 가을비 추적이다가 눈이 내리는 것처럼 말이다.  


육지의 경우, 오늘 뉴스에서 비 온다고 했어, 우산 가지고 가, 또는, 몇 도라고? 그렇다면 춥겠군, 졸라 덥겠군, 정도의 반응이다. 하지만 바다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바닷물 온도, 즉 ‘수온’의 변화가 절대적이다. 당장 15도 이하면 물고기들 움직임이 떨어진다. 낚시에 잘 안 문다는 소리이다. 그러니까 물고기들이 온도 변화에 아주 민감하고 그러다보니 사람도 그렇게 되는 것이다.

바다는 육지보다 대략 두 달 늦는다고 보면 된다. 육지가 6월이면 바다 속은 4월 정도이다.  때문에 따뜻한 유월 햇살을 믿고 바다에 들어갔다간 오들오들 떨기 십상이다. 반대로 10월 찬바람 불기 시작했는데 바닷물은 의외로 따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부터 귀하는 바닷가에 살러 온 것이다. 이 말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것인데 조건이 하나 있다. 먼저 바다와 먹을거리에 대해 선입견과 로망을 버려야 한다. 바다에 대한 귀하의 짐작을 일박이일이나 삼시세끼 같은 유명 프로그램이 조져놨을 가능성 아주 높기 때문이다. 거기 출연하는 이들은 바다에 잠깐 들려 재미있는 것만 골라서 하고 떠났다. 그게 다이다.

셰프니 레시피 같은 단어도 당신을 오염시켰을 것으로 나는 본다. ‘먹방’의 유행이 정치사회 불안에서 기인했다는 것 정도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지만 이 현상은 반대로,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례이기도 하다. 아무튼 현실은 다르다. 모델이 입은 것은 정말 예뻤는데 그 옷을 산 본인은 맵시가 안 나는 것과 같다. 인생에서는 기획과 편집이 없으니까. 지루하고 고단한 시간대를 고스란히 겪어야 하니까.

그래도 좋다면 저를 따라 오시라. 먼저 겨울.


바다의 1월은 미역이나 김, 톳 같은 해초류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눈에 뻔히 보인다. 이 애들은 찬바람이 시작하는 초겨울부터 자라기 시작한다. 그 중에 자연산 김은 하는 사람이 아예 없을 정도로 만드는 과정이 힘들고 까다롭다. 물론 대충 긁어다 끓여먹는 것은 가능하다. 멸치 다시나 쇠고기 좀 넣어서. 톳은 마을 어촌계에서 관리하므로 조금 신경 쓰이지만 두어끼 먹을 정도는 눈 감아 준다. 여린 톳을 데친 다음 자기 좋을 대로 양념하면 된다. 젓국간장은 필수.


그중 가장 만만한 것이 미역. 사리철 썰물이 지면 찾아가본다. 바위에 뿌리 내리고 있는 미역이 보일 것이다. 칼로 밑동을 딴다. 주름진 공처럼 생긴 부분은 미역귀이다. 이것은 그냥 씹어 먹거나 말려놓는다.  


따 온 미역을 끓는 물에 넣고 조금씩 젓는다. 약 삼십초에서 일분 정도 뒤 꺼내서 찬물에 넣고 비빈다. 빤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네 댓 번 찬물에 빨고 행군 뒤 건져놓으면 이게 생미역이다. 가위로 잘라 초고추장이나 간장에 찍어 먹는다. 미역국도 끓인다. 이곳에는 쇠고기 대신 우럭이니 노래미, 양태 같은 생선을 넣는다. 남는 것은 냉동해놓으면 나중에도 생미역 맛을 볼 수 있다.  말리는 것은 채취 상태 그대로 빨랫줄이면 충분하다. 민물 안 닿게 주의. 비라도 조금 맞으면 다시 말려도 노랗게 변질되고 마니까.  봄이 무르익으면 톳은 웃자라고 김과 미역은 녹기 시작한다.


이젠 동물성으로 간다. 먼저 농어가 온다. 그리고 여름 장마철 즈음되면 참돔 무리가 몰려온다.
가을이 되면 방어 종류가 오는데 ;;;;;;중략
낚시는 경험 있는 사람이 옆에 있어야 하지만 어쨌든 잡기만 한다면 끝내주는 회 맛을 볼 수 있다. 특히 대가리는 가운데를 벌려 소금 뿌려 구우면... 아, 설명 그만 할란다.


겨울이 오면 학꽁치이다. 사실 이거 낚기가 가장 쉽다. 회 뜨고 전 부치고 김칫국 끓이고, 아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다시 미역과 톳을 만난다.

어느새 일 년이 지나갔군, 하신다면 더 살아보는 것도 좋다. 이곳엔 백년 가까이 살고 있는 이도 여럿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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