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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 작가의 글..한겨레 21에서 퍼옴.-----

아침 침 맞으러 오신 박샘이 한작가 글이 재밌다고.
그래서 찾아 보았당.~~~
주제는 사투리!
(표준어 반대)

....중략

......중략

경상·충청·전라, 제일 무서운 놈은

내친김에 하나 더.
5공 때 운동권 학생들 잡아들여 취조하고 고문하던 사람이 있었다. DJ 정권 시절 퇴임했는데 그가 사석에서 한 말이란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애들을 잡아 조지다보면 경상·충청·전라, 이 삼남(三南)의 특색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경상도 애들은 잡아올 때 제일 시끄럽다. 그런데 한번 조지면 단번에 다 분다. 다음날 또 조져봐도 어제 분 것이 전부이다.

반면 전라도 애들은 조진 만큼만 분다. 요만큼 조지면 요만큼 나오고, 조만큼 더 조지면 쪼금 더 나온다. 잔머리 끝내준다. 가장 무서운 애들이 충청도다. 젤 세다. 우선 잘 잡히질 않는다.

석 달 동안 공작해서 무슨 위원장급 하나를 간신히 잡아들인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애가 끝까지 뻗댔다. 아무리 조져봐도 ‘아이구 죽겄네. 그게 아니란디 왜 이러신디우’ ‘아 글쎄, 잘못 아신규. 그러지 말구 내 말 점 들어보유’ 했다. 보름간 그랬다. 아무래도 엉뚱한 놈을 잡아온 것 같다, 결론을 내리고 풀어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애는 진짜였다. 그래서 제일 무서운 놈들이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각 지역의 사투리를 재치있게 표현해냈던 영화 ‘황산벌’의 한 장면.
.....

충청도 언어는 느리다고 소문나 있다. 나는 충남에서 10여 년을 살았다. 말 안 하고 가만히 쳐다보는 사람들, 정말 많았다.

충청도 언어가 느린 것은 정보를 모으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풍경. 삼국시대 때 백제는 곡창지대였다. 평야지역인 것이다. 저 멀리서 한 무리의 군사가 달려오면 생각에 잠기게 된다. 고구려일까, 신라일까. 아니믄 우리 백제 군대일까…

수시로 침입을 당하고 잡혀갔으니 정보를 최대한 빨리, 많이 모아야 하는 상황이 백제 유민의 말버릇으로 굳어진 것이다, 고 나는 짐작한다. 그러기에 자신이 무언가를 책임지는 발언도 잘 하지 않는다. 그 동네 살 때 시국 관련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경우가 있었다.

토론이 끝나고 나면 해야 할 일들이 희한하게도 전부 나에게 할당되곤 했다. 당신이 제안했으니 이 정도 일은 맡아줘야 하는 것 아닌가, 맨 처음 발의한 이에게 내가 채근하면 그는 뜸을 들이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다 잘될 겨.”


덧붙여보자면. 경상도는 말을 내뱉은 다음 정보를 모으는 편이다. 이를테면 왜적 침입이 잦았던데다 산이 높아서 누군가 나타나면 재빠른 반응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나는 본다. ‘누꼬’ ‘뭐꼬’ 같은 말.

전라도는 모아지는 만큼씩 뱉는, 그 중간 형태 정도. 어째, 전직 안기부 직원의 분석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서울에서 잘난 척은 봤어도 교양은…

..........
그런데 표준어라는 개념 때문에 이게 잘못된 것이고 틀린 게 되어버린다.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의되어 있다. 교양과 서울. 좀 웃기지 않은가. 이 기준은 어디서 온 걸까. 나도 서울서 산 적 있지만 잘난 척하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교양 있어 보이는 사람 수는 다른 지역과 별반 차이 없었다. 길이나 무게, 부피 관련한 도량형과 달리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에 어떻게 ‘표준’이 가능할까?

그래서 나는 표준어라는 걸 통제의 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런 통제는 내 컴퓨터까지 점령했다. 좌판에 ‘가시내’나 ‘지지배’라는 단어를 두드리면 컴퓨터가 ‘계집아이‘로 고쳐버린다.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중략..........

국어학자는 PC방에 가보시라

표준어란 국가가 나서서 입을 통제하겠다는 발상 외엔 그 무엇도 아니다. 표준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어학자가 있다면 지금 당장 PC방에 가서 중딩들 대화하는 거나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저 도도하고 광폭한 분노의 욕설들 말이다. 그게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는 징표이다. 애들이 왜 이렇게 됐는지 따져보는 게 언어의 포장보다 더 중요하고 급한 일 아닌가. 내가 표준어 거부운동을 제안하는 이유이다.
한창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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