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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같으면 잊겠니? 그만 두곘니?

2015.03.25 10:34

약초궁주 조회 수:790 추천:102

담주 월요일
안산에 가볼랍니다.

세월호 아이들 1주기가 되오는데
다들 잊으라고 그만 하라고 지겹다하네.

세월호 특위가 구성되면 뭐하나.
공전시키고 세금도둑 비난만 하고
무력화...어떤 실무도 가동되지 못하게
지연 지연...지쳐 관두게 하는듯.


안산에 치유공간 <이웃>을 열고 있는
정혜신 신경정신과 샘의 동반자 이명수남의
칼럼을 여기에 퍼왔네.

봄이면 아이들이 사진찍고 재잘되던
벚꽃...그마져 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명수의 사람그물] 안산의, 봄


안산에서 첫봄을 맞으며 기도하는 일이 잦아졌다. 환청으로 시끄러워서다. 처음에 나는 그것이 꽃대에 물이 오르고, 땅이 갓 구운 빵처럼 말랑해질 때 들리는 봄 소리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건 시가전 한가운데서 몸이 감지하는 전쟁음에 가깝다. 정신과 의사인 아내도 그렇다고 해서 겨우 안심할 만큼 격렬한 소리없는 총성이다.


아이 잃은 엄마 아빠와 형제들에게 지금 안산의 모든 곳은 어디에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시가전의 현장이다. 아이가 사진을 찍던 교정의 나무그늘, 등굣길, 아이가 자주 가던 편의점, 피시방, 자전거를 타던 천변길… 도처에서 아이를 만난다. 무슨 수로 그 총알을 피하나.



트라우마를 겪은 시기가 다가오면 그 상처가 생생하게 재현되면서 깊은 우울에 빠지게 된다. 그때의 온도와 습도, 공기가 각인되듯 남아 있어서 고통을 반복 경험하게 된다. ‘기념일 우울증’이다. 지금 안산의 봄이 그렇다.


학교 안팎으로 벚꽃이 흐드러져서 그 꽃그늘 아래서 사진을 찍지 않은 아이가 거의 없다. 꽃과 관련된 엄마들의 고통도 그만큼 크다. 꽃망울을 보고 ‘이제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단다. 꽃망울을 고통의 전조로 기억하는 것이다. 꽃이 피지 못하도록 꽃봉오리를 다 따 버리고 싶다는 엄마도 많다.


어느 엄마는 아이가 저녁 8시에 보는 벚꽃이 제일 아름답다고 했다며 아이처럼 벚꽃의 개화를 기다린다. 광주 시민들이 겪는 ‘5월 증후군’처럼 안산에 있는 이들도 오래 ‘4월 증후군’을 겪을 것이다. 250명의 꽃망울 같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학살되듯 사라졌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엄마들에게 아이는 아직도 사라진 존재가 아니다. 어디에나 있다. 그것도 생생하게.


집 화장실 세면대 위로 거미 한 마리가 내려오는데 거미줄이 안 보이더란다. 순간 엄마는 ‘내가 보고 싶어서 걔가 거미로 왔구나’ 생각했다. 그담부턴 하루살이도 못 죽이겠더란다. 혹시 엄마 보고 싶어서 온 내 새끼일지 몰라서. 매일 산에 오르는데 새소리가 유난히 많아졌다며 ‘날 보고 반가워서 그런 거 같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산에 가요’ 하는 엄마도 있다.


분향소나 추모공원에 있는 아이 사진의 표정을 전하는 엄마의 말도 매일이 다르다. 어떤 날은 ‘오늘은 우리 아이가 무척 슬펐어요’ 하고, 또 며칠은 무엇 때문에 아이가 즐거워한다고 엄마의 얼굴마저 환하다. 그런 엄마들의 마음을 전하는 치유자 정혜신의 표정도 겨울과 봄을 오간다.


함께 있을 때는 잊고 사는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이가 곁에 없어서 더 생생해진다. 어디 한군데 아이가 있으면 그만하겠는데 확인이 안 되니까 모든 것에 혹시 하게 된다. 개인적 영역에서 비슷한 일을 당한 모든 엄마는 똑같다.


세월호 트라우마는 집단이 공유하는 상처라서 남달라 보이는 것뿐이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구십의 엄마가 아이들 내복을 사는 다큐를 봤다. 아이와 이별한 지 70년이 넘었음에도 나중에 만나면 아이들에게 입혀 보고 싶어서 그렇다. 그게 엄마다.
안산에선 지금 그런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이 보고 싶고 만지고 싶어서 목숨을 걸고 벌이는 시가전이 치열하다. 그러니 ‘일년이나 됐으니 이제…’ 따위의 말들은 무지하고 잔인하다.


꽃망울이 한창인 안산에서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시가전을 벌이고 있는 부모형제, 생존자 친구들, 단원고 선생님들, 아이와 가까웠던 이웃들 그리고 그곳에 함께하는 연대자들과 자원봉사자를 위해서 간절히 기도해 주시기 바란다.


촛불 하나 켜고 아이를 위해서 눈물 흘려 주시기 바란다. 그런 공감만이 사람을 구한다. 이 모진 시간을 통과할 수 있게 해준다. 해보면, 그것이 자신이 위로받고 응원받는 일임을 알게 된다. 공감자들만이 얻을 수 있는 덤이다.

이명수 ‘치유공간 이웃’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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