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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의 명대사 열전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이재익의 명대사 열전>은 드라마와 영화 속 명대사를 곱씹어봅니다. 요즘 ‘뜨는’ 대사뿐 아니라 오래된 작품의 명대사를 불러내 필자의 개성적 시선으로 요모조모 음미합니다. 첫회는 지난 5월 종영한 드라마 <밀회>입니다.

“내가 정말 미친 게, 세상이 다 눈을 감고 있는 줄 알았어.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세상이 다 감시자야. 다 눈이야.”
- 드라마 <밀회>중 혜원의 대사



......

. 정성주 작가가 중년의 여성이어서 그런지 선재의 대사보다는 혜원의 대사가 훨씬 더 와닿는 것이 사실이다. 오늘 골라본 명대사 역시 오혜원의 대사다.
11회에서 혜원은 선재와의 관계가 들킬 위험을 감지하고 일단 몸을 수그린다. 답답한 마음에 친구를 만나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때 이런 대사를 한다. “내가 정말 미친 게, 세상이 다 눈을 감고 있는 줄 알았어.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세상이 다 감시자야. 다 눈이야.”


그렇다. 사랑이란 이런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눈이 멀어버린다는 동서양을 막론한 표현은 연애의 상대를 향한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당사자 둘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에 대한 ‘실명’의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왜 그럴 때가 있지 않나. 학교나 회사에서 나름 몰래 연애를 한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다 알면서 지켜보는 경우. 정작 당사자 두 사람만 ‘아무도 모르겠지?’ 하며 이미 들켜버린 비밀연애를 계속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가난과 기침처럼, 사랑도 숨길 수 없다고 했다...... 다 감시자고 다 눈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밀회>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가 또 다른 사랑의 속성을 보여준다. 오혜원이 그 다음에 이런 대사를 던진다. “그런데도 선재가 보고 싶어.”


이런이런. 세상이 다 감시자고 눈이라 할지라도, 들켜서 곤란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망신당하고 많은 것을 잃어야 한다 해도 보고 싶은 것이 사랑이다. 인간의 보호본능마저 거스르는 무서운 감정이란 말이다.


<밀회>의 재미는 이 대사 이후에 두 배로 증폭된다. 그전까지 이른바 불륜드라마(이런 표현을 쓰긴 정말 싫지만)의 관습적인 진행에 따르면, 들키고 난 뒤 주인공의 행보는 두 가지 중 하나였다. 뭇매를 맞거나 도피하거나. 그런데 <밀회>는 달랐다.


들켜놓고도 계속 저지르는, 감시자들 앞에서 대놓고 저지르는 불륜의 뻔뻔함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하고 둘의 사랑을 응원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밀회>의 대단함이었다.


숨어서 사랑하는 이들이여 명심하라. 세상이 다 눈이다. 그래도 괜찮아야, 그래도 보고 싶어야 사랑이다.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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