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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박지훈의 서바이벌 대작전

(한겨레 신문 목요판. ESC가 오면..
읽을거리가 가득...작은 책을 하나 선물 받는 기분)



22사단 일반전초(지오피·GOP) 총기난사 사고의 쟁점은 다양하다. 개중 ‘관심병사’라는 졸속 제도와 부대 왕따 문제, 그에 따른 피해자 현충원 안장 가부 논쟁이 가장 도드라진다. 하도 요란하니 차라리 말을 아끼겠다. 군의 응급처치 불만에만 집중해 본다.


최근 사고 희생자 유족들이 “군이 총탄이 심장을 관통해 즉사했다고 발표한 병사가 실은 심장에 총을 맞은 게 아니었다. 쇄골과 어깨뼈 사이가 뚫린 채 두시간 가까이 방치되었으니 결국 출혈 과다로 인한 사망이다”라는 내용으로 사고 뒤처리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의혹대로라면 지혈만 했어도 살릴 수 있었던 목숨이란 이야기다. 아득하다. 뭐라 할 말이 없다.


전문 의무병이 아니더라도 전투병이라면 이 정도 응급처치는 필히 교육해야 한다. 응급처치는 생명 보존과 현상 유지를 위한 임시 조치. 인공호흡, 심폐소생술 등 필수 기술 외 군에서는 특히 지혈이 중요하다. 총기는 인체 조직 손상과 감염 최대화를 노리는 물건이니 동맥 파괴도 주요 목적이다.



출혈이 증가하면 혈압이 낮아지고 체온이 내려가다가 혈액의 절반 정도가 빠지면 의식을 잃는다. 새빨간 피가 심장박동 주기에 따라 펑펑 솟으면 일단 동맥 손상으로 판단하고 즉시 지혈하지 않으면 과다출혈로 사망한다.


겸자로 혈관을 물어 막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천을 뭉쳐 주변을 꽉 눌러서라도 출혈을 멈춰야 한다. 미리 훈련받았다면 좀더 심장에 가까운 동맥 부위를 압박해 막을 수도 있다. 전투병과라면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할 기술. 특히 한국군이라면 더더욱.



한국군의 작전은 과다출혈을 전제한다. 흔한 믿음과 달리 지오피 부대는 정예군이 아니다. 전체 전선에 걸쳐 압박하고 약점을 파악해 기갑부대를 집중투입, 기동력과 화력으로 전선을 돌파해 후방으로 급속전진하는 초전박살 전략 시절에 최전방에 정예를 둘 리 없다.


효율이 나쁘니까. 그래서 마치 연고 바르듯 환부 전체에 고루 넓고 얇게 도포한 것이 소위 ‘15분 부대’. 그 뒤로 페바 알파, 브라보, 찰리 순서로 전선이 구축되는데, 비무장지대로부터 40㎞ 후방 브라보 선을 사수하고 외국군 지원을 기다리는 게 한국군 작전이라 정예는 이 선에 집중된다.



그러니 백골이 백마 타고 오뚜기와 젓가락 들고 백두산에 올라 이기자 외친다는 흔한 군대 농담은 실은 매우 슬픈 이야기다. 부대 궤멸 순서니까. 병력의 10%가 사망하면 그 부대는 무력해진다는 게 군사학 정론이다. 10%가 사망할 정도면 30~40%는 부상으로 봐야 하고 나머지 병력 상당수가 부상자를 보호해야 하니 적극적 전투 가담이 불가능하다는 계산.



그런데 한국군 작전을 보면 이 계산 적용이 애매해 수상하다. 병력 손실을 당연시하는 듯한 전개. 설마 부상자 보호를 포기하고 남은 병력 전부를 전투 투입하겠다는 건가? 아니라면 왜 이리 의무병 운용이 부실한가? 이번에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병사 개개가 각자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건가?



국방부는 “사고 초기 응급처치 미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하고, 곧 “북한이 신형 방사포를 계속 성능 개량하는 것 같다”고 떠든다. 또 협박인가. 아 제발, 이러지 말자. 남의 집 귀한 자식 공짜로 데려다 가둬 두고 할 만한 짓이 아니다.
박지훈 소프트웨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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