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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의 사람그물] 이럴 수는 없다

이명수 심리기획자 (한겨레 신문 펌)



연구 결과 육체적으로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고통 중 으뜸은 몸이 불에 탈 때의 고통이다. 심리적으론 사랑하는 대상이 눈앞에서 죽어가는데 어찌해볼 수 없을 때의 고통이 그것과 맞먹는다. 실제로 새끼가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는 광경을 본 어미 염소는 창자가 새까맣게 타들어가 죽었다. 잡혀가는 새끼를 쫓아 사흘 밤낮을 뱃길로 내달린 어미 원숭이의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죽었다는 고사에서 비롯한 ‘단장의 슬픔’은 괜한 꾸밈말이 아니다.


세월호 침몰사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지금 그렇다.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에 내 아이, 내 부모형제 수백명이 갇혀 있는데 일주일째 속수무책으로 그들이 죽어가는 광경을 바로 코앞에서 보고 있다. 단 한명도 구하지 못했다. 그건 이미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고문의 수준을 넘어선다. 심장이 불에 타는 고통이다. 그걸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조차 화염에 휩싸이게 만드는 지옥도다.


“얼굴이 띵띵 불어 내 아이 얼굴도 알아볼 수 없으면 평생 못 산다. 조금이라도 멀쩡할 때 꺼내줘라. 딱 한번만이라도 내 새끼 품어주고 보내줘야지. 엄마가 어떻게 그냥 보내.” 어느 실종자 엄마의 말을 옮기다가 살갗이 따갑고 숨이 가빠져서 컴퓨터 자판이 흥건해졌다. 밥 먹다가도 문득 꺽꺽 울게 된다.

이 나라 국민이라면 지금 모두가 그렇다.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의 대처를 믿지 못해 청와대로 가겠다고 하니 그들을 시위대 취급하며 원천봉쇄하는 이 나라 공권력은 끔찍하다. 많은 한탄과 분노처럼 이게 도대체 국가인가. 이럴 수는 없다.


재난청을 신설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시스템이 없어서가 아니다. 시스템을 운용하는 조직구성원들의 ‘윗사람 바라보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런 지옥도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나라 관료들은 예외 없이 윗사람의 비서나 경호원처럼 행동한다. 누군가의 목숨보다 윗사람의 권위가 더 중요하다.

힘센 권력자일수록 그의 심기에 나라의 명운이라도 걸린 것처럼 챙긴다. 그런 때 권력자 이외의 사람들은 투명인간이 돼 버린다. 투명인간들의 고통이나 간절함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에서 관계자들을 병풍처럼 세우고 실종자 가족들과 얘기할 때 나는 대통령이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한 자리인 줄 알았다. 이 나라에서 힘깨나 쓴다는 이들이 둘러서서 대통령의 말을 듣는 태도도 그랬고 추임새처럼 박수를 치는 장면에서도 그랬다.

지옥 속에 있는 가족들의 고통은 안중에 없고 자기 윗사람의 말에만 반응한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학생의 빈소를 찾아간 교육부 장관의 수행원은 잽싸게 빈소 앞에 다가가 유족에게 ‘장관님 오신다’고 귓속말을 전했다가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그런 식이다. 개나 줘버릴 관행이든 자리보전의 본능이든 관료들에겐 누군가의 죽음보다 윗사람의 심기나 의전이 더 중요하다. 어린이공원 개장식 행사거나 아이 목숨에 발 동동거리는 현장이거나 똑같다. 윗사람의 심기 말고는 아무 관심이 없으니 누군가의 고통에 공감하거나 해결책 마련에 힘이 실릴 리 없다.

언론을 구슬려 ‘대통령께서 밤새 뜬눈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는 따위의 보도를 큰 성과라고 생각하는 관료들이 현장구조를 지휘하고 감독하니 이런 지옥도가 펼쳐진다.

사고가 나던 날,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은 이미 죽었다.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도 함께 죽었다. 지금부터 나라의 명운을 걸고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생존자들과 유족들, 실종자 가족들의 몸과 마음을 죽을힘을 다해 지켜내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도 산다. 그마저도 윗선의 심기를 헤아리며 미적거린다면 우리에겐 국가가 없는 게 맞다. 더 이상 그런 곳에서 살 수는 없다.


이명수 심리기획자

경찰차가 유가족을 청와대 데려다 주면
아니면
에스코트 해주면 안되는 일인가...
그렇게 절박하게 도와달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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