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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 십년 뒤



나부터였다. 나부터 나를 몰랐다. 여자의 인권은 뒤쳐진 시대에 태어나 아버지 눈을 따라 세상을 봤다. 반항은 못된 것들이나 하는 것. 나는 얌전한 ‘남자의 딸’이었고 조신한 ‘남자의 아내’ 였다. 여자에 대한 관심과 발언은 남자들의 전유물일 뿐, 의학조차도 남성 시각이 지배했다.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여한의사가 되었다. 뱃속 태아가 딸인걸 알아내면 지워 버리는 현실에, 아들 낳는 비방을 찾는 엄마들이 많았다. 딸 낳으면 본전도 못 건지고 남의 집에 줘버리는 억울함과 아들로만 대가 이어진다고 하는 사회적 관념 때문이었다. 남자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투표할수 있는 참정권, 교육권을 해방후에 피 흘리지 않고 얻었다.


나는 굿걸(good girl)을 지나 여한의사가 된 30대부터 드디어 반항을 시작했다. 아주 쎄게. 호주제 페지시민운동에 김밥과 차를 나르고 서명운동과 찌라시를 돌렸다. 지금도 길에서 찌라시 주는대로 받는건 받아만 줘도 고마운 걸 알기 때문. 호주제는 남자들에게도 가부장의 무거운 짐을 지게하는 악법이었다. 2008년 폐지되었다.

그럼 다 해결될줄 알았지만 한국여성의 각종 지수들은 여전히 세계 70위에서 111위를 맴돈다. 놀랍지 아니한가. 월드컵, 올림픽에 100등 했어봐라. 분하고 창피해서 나라가 뒤집혔을지도 모른다. 우리 조국은 국민의 절반이 이런 형편인데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 같다. 우린 아직 피임권 없다. 낙태죄가 시퍼렇게 살아 징역형도 시킬수 있다. 젊은 여성들은 비정규직에 월급은 절반이고 성폭력 위험하고 국민이 모자란다면서 미혼모 정책은 말뿐이다.


이 땅에 여자로, 한의사로 사는 것에 대한 경험과 각성이 책을 쓰게 했다. 당돌하고 발칙한 여성건강서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 책으로 한국사회에 돌직구를 날렸다. 10년이 되었다. 건강부문 베스트셀러로 무려 27쇄를 찍었고 중국 일본 대만 태국 4개국 수출되어 번역되었다. 이제 난 한국사회에 빚 없다 큰소리 쳤다.

그러나 첫 책은 분노와 열정과 내가 이만큼 공부했어.. 마니 알거든 자랑질에 문장 엉망이었다는 것을 나도 안다. 인정한다. 부끄러웠다.


놀아도 일해도 개정판을 다시 써야 한다는 숙제. 퇴근하면 맘은 굴뚝같으나 자료 핑계를 대며 소설책이나 보고 딴 짓이다. 원고지는 진득하게 궁둥이로 쓰는 것. 강의도 다 접고 식탁 앞에 노트북을 펴고 앉았다. 냉장고 문여닫기와 간식부터 늘어놓앗다.

폭식으로 욕망은 옮아갔다 ㅋㅋ 김밥 감자샌드 떡볶이에 커피..자판을 회피할 목적으로? 손이가다 보니 뱃속은 꽉 차고 부글거렸다. 이때쯤 오염된 심신을 정화시켜줄 힐링푸드가 간절했다..


한 사발 퍼 마시면  죄책감이 상쇄되고 온 몸에 힘이 날것 같은 고향의 맛...미역국이다!
미역 빨래하듯 주물러 국간장 넣으면 땡. 끓는 냄새부터 아로마다. 몸이 좋은 건 먼저안다.  사람이나 미역이나 고생 좀 해야 야물다.

파도를 견디며 자란 해초와  바다의 금이 만난 미역국은 원초적 양수 맛!  엄마 핏물을 뽑아낸 따뜻한 양수 속에서 둥둥 떠놀던 생명의 기억. 잊은 게 아닐 것이다.. 한 그릇 퍼먹으니 찌뿌듯한 몸이 확 펴진다.. 언제 숙제 하기 싫어했나 의욕이 불끈 솟는다. 이 힘으로 나는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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