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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쓴맛 단맛을 느끼게 해 준 직업
윤성의/ 전 도시가스 점검원


중소 전자업체에 다니던 나는 급여 조건과 근무 시간이 자유로워 도시가스 점검원을 하게 되었다. 가스 점검원은 각 각정에 공급되는 가스 시설을 점검하고, 계량기를 검침하고, 가스 요금 고지서를 송달하고, 그리고 3개월 이상 요금이 밀린 수요자 집의 가스 계량기의 밸브를 잠그는 일을 한다.


처음 하는 일이라 적응이 쉽지가 않았다. 발로 뛰고 부지런히 하는 일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각 수요자 집을 방문해서 점검하는 일은 생각하는 것 몇 배 이상, 상상 이상 어려움이 많았다. 말 그대로 더럽고 치사한 일을 겪는 건 허다하다.


이 직업에 대해 잘 모르는 세상 사람들은 가스 점검만 하는데 뭐 그리 더럽고 치사한 일이 있겠느냐고 할 것이다. 모르시는 말씀이다. 점검을 하기 위해선 골목부터 위치한 입상 배관을 꼼꼼히 살피고, 계량기를 살피고, 보일러를 살피고, 그리고 주방에 가스레인지를 살핀다. 계량기나 보일러를 점검하기 위해선 집안 내부 깊숙이 방문해야 하므로 고객들의 집들을 부엌, 거실, 베란다, 어느 때엔 안방까지 들어가야 할 때도 있다.

평범한 집일 때는 괜찮다. 하지만 혼자 사는 남자가 있는 집을 방문할 때는 정말 섬뜩섬뜩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일을 하러 온 직업인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상식 이하, 별종 짓을 하는 경우가 있다. 당신들 집에 가스 시설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점검을 한다는데,

그이들은 그런 의식이 없는 모양이다. 어느 날, 수치스럽고 억울하고, 미칠 지경인 경우를 당한 일이 있었다. 점검원 사이에는 방문객들 중 위험 인물을 PDA에 미리 암호를 써 넣어 조심할 것을 당부한다. 그런데 그 고객 집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가스 점검 왔습니다.”
한 집에 열 가구 정도 되는 다닥다닥 세입자가 많은 집 방문이었다.
똑똑.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현관문을 열어 주는 고객. 헉. 깜짝 놀라서 계단을 두세 칸씩 뛰어 내려갔다. 주인댁에 가서 주인을 불렀다. 주인아줌마는 울고 있는 나를 보며 왜 그러냐고 물으신다.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주인아주머니와 다시 찾아갔다.


잠시 후 다시 열리는 문. 이럴 수가. 정신병자가 틀림없을 게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저런 모습으로 일을 하러 온 사람에게 문을 열어 줄 수가 있나. 그 고객은, 아니, 그 인간은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는게 아닌가.


당황한 아줌마가 얼른 문을 닫고 이게 무슨 짓이냐, 얼른 방에 들어가 있어라 하니 그 인간 방에 들어가 침대 위에 대자로 누워 있다. 여전히 옷을 입지 않은 채로. 주인 아줌마의 도움과 배려로 겨우겨우 할 일을 마치고 돌아서는 난 정말 죽고 싶을만큼 수치스럽고 화가 났다.


또 어느 집에서는 40대 중반쯤 돼 보이는 두 부부만 생활하는 집이 있다. 가스 점검을 하려고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가스 냄새가 확 풍겨왔다. 깜짝 놀라서 가스레인지에 연결된 부분에 누출 검지기를 대어 보니 심하게 삐삐거리며 경고음이 들렸다.

황급히 밸브(휴즈콕)를 잠그고 창문과 현관문을 모조리 열어 환기시킨 다음, 주인에게 누출이 심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아줌마는 가스 냄새를 못 맡았다면서 아저씨가 평소에는 정말 순하고 착한 분인데, 술만 먹고 오는 날에는 때는 같이 죽자고 가스레인지에 연결된 호스를 확 잡아 빼 버릴때가 몇 번 있었다고 한다.

그게 생활이다 보니 냄새에 무뎌져서 별 생각이 없었나 보다.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다. 거주하는 본인도 위험하지만 만약에 누출되다가 큰 사고로 번질 경우 주변 사람들은 무슨 죄란 말인가. 이런 집들은 PDA에 메모해서 지역 센터에서 특별 관리를 하고 본사에까지 보고하게 된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내가 필요해서 선택한 직업인데 계속 하기가 힘들만큼 혼란스러웠다. 팬티만 입고 나오는 인간, 등 뒤에 와서 껴안는 인간, 사인하는 척 손을 잡고 놔 주 지 않는 인간, 별의별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단독 주택의 경우 계량기가 지상으로부터 너무 높은 곳에 설치되어 있으면 숫자가 보이지 않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기도 하고, 담장을 타고 올라가야 할 때도 종종 있다. 자칫 잘못하면 떨어지고 넘어지기 십상이다. 어느 점검원 한 분은 담장 위에 올라서서 검침하다 딛고 있던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그대로 땅으로 추락했었다.


아파트 검침을 할 경우 입주민들께서 복도에 비치된 검침표에 자가표시를 하게 된다. 표시된 숫자대로 입력해서 가스 요금이 책정된다. 6개월에 한 번씩 안전 점검을 하므로 그때는 점검원이 직접 실검침을 해서 가스 사용량을 정확히 알게 된다. 고객 중에 겨울에 사용량이 많아 요금이 많이 나오니까 여름에 숫자를 늘려서 기입하고 겨울에는 숫자를 낮게 기입하는 분들도 간혹 있다. 그럴 때는 참 곤란하다. 작은 꼼수를 써 요금을 조작하려고 하지만 그건 위법이다.


가스 안전 점검원으로 생활하다 보니 특별한 직업병이 생겼다. 이 일하고 상관없이 길을 가다가도 가스 배관이 눈에 띄면 낡고 부식된 곳이 없나 보게 되고, 보일러 연통이 찌그러지거나 막힌 곳이 없나 나도 모르게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계량기 돌아가는 소리가 마치 시계 바늘이 째깍째깍 소리 나듯이 귓속을 파고들 때도 있다.


계량기 검침하다 개에 쫓기고, 물리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리를 삐고, 다치고 했어도 항상 나의 부지런함과 성실함 그리고 책임의식이 고객님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된다.

(같이 읽어보면 좋을듯 싶어. 베껴서 올렸네.
나를 존중받고 싶으면 남도 마찬가지. 잘 부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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