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akchobat.com/files/attach/images/672/25ac150166d1c1b79cef64f80f51bc28.jpg
  logo    
먹고! 읽고! 걷고!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삭제되거나 이동 될수 있습니다



[기고] 윤창중 사건, 국민행복시대의 숙제

 

오한숙희 여성학자·방송인·수키야 놀자 대표

몇 년 전에 캐나다 교민 초청 강연을 갔을 때 들은 이야기다. 캐나다를 출발하여 유럽으로 가던 비행기 안에서 한 남자가 옆에 앉은 지적장애 소녀를 성추행했다. 이 사실을 안 스튜어디스는 기장에게 알렸고 비행기는 즉시 회항하였다. 마치 연료가 떨어졌다는 말을 들은 것처럼 아무도 다른 말이 없었다. 범죄자를 공항경찰에게 넘기고 비행기는 다시 출발했다. 이 말을 전한 교포는 “그래서 캐나다는 외국 땅이지만 살 만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은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샜다’로 요약된다. 고위공직자들과 국회의원, 돈 많은 부자들이 일으키는 성범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대표적인 사건만 나열해도 이 지면이 넘친다. 그 사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양은냄비처럼 우르르 끓었다가 슬그머니 사그라졌다. 가해자 내지 범죄자는 일단 숨죽이고 있다가 한 김 빠지고 나면 공식적으로 오리발을 내민다.
그 오리발은 잠시 도마 위에 오르지만 결국 면죄부로 변신한다. 가해자는 기를 펴고 활보하고 세상은 조용해진다. 피해자만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죽음으로써 이 억울함을 증명하고 싶다. 그래서 성폭력 피해 생존자라는 말이 생겼다.(어제 서울에서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 으라차차 후원행사가 있었다.)
 

성범죄는 남녀간의 일이 아니다. 인권의 문제이다. 인권의 기본은 신체적 자유이다. 사람의 몸을 희롱의 대상으로 삼고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도구로 취급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그것을 인권침해로 여기기보다 ‘남자들의 본성’ 내지는 ‘술김의 실수’ 등으로 쉽게 용서해왔다. 그러니 돈과 권력이 있으면 누구나 해보고 싶고, 할 수 있는 놀이처럼 되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장자연 사건을 보라.)
 

우리 사회에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윤창중 사건을 다루는 언론에서도 나타난다. 피해 여학생의 아픔과 슬픔에 대해서는 별말이 없다. 백인 중심의 사회에서 힘겹게 살던 이 여학생에게 모국 대통령의 순방은 얼마나 자랑스럽고 기쁜 일이었겠는가. 뭐라도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에 사명감과 보람으로 일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막힌 일을 당했으니 본인과 그 부모의 상처는 얼마나 깊을 것인가. 그러나 누구도 그들에게 깊은 사과와 따뜻한 위로를 보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여성운동가 후배 한 사람이 외국으로 유학을 갔다. 신입생 축하 파티를 마치고 남자 유학생 선배가 학교생활 정보를 준다기에 학교 앞 술집에 갔다가 성추행을 당했다. 누가 신고했는지 경찰이 왔고,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경찰 앞에 난데없는 애국심이 발동을 걸어 머뭇거리고 있는데, 그 나라 학생 커플이 다가와 자신들이 신고한 이유를 밝혔다. ‘우리가 옆에서 네가 당하는 것을 보았다. 네가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도 우리가 피해자다. 이 남자의 못된 행동을 보면서 우리가 너무 힘들었고 이 바 전체의 분위기가 훼손당했다.’
 

윤창중 사건은 국민 모두가 피해자이며 성희롱·성폭력 문제 해결은 여성단체만의 일이 아니다. 인권위가 앞장서야 한다. 비정규직·아르바이트·밥줄에 목이 매여 당하고 있는 성희롱과 성폭력은 노동부가 나서야 한다. 교권에 의한 학교 성폭력은 교육부가, 거리에서 일상에서 행해지는 성폭력은 안전행정부가, 가족 안의 성폭력은 여성가족부가, 온 행정부처가 다 할 일이 있다. 입법부와 사법부도 분명한 몫이 있다.
 

지구촌 시대, 남자들의 침묵의 카르텔이 만들어온 한국식 봐주기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 여성대통령 시대에 거는 기대이다. 여자들의 한이 맺힌 나라는 잘되지 못한다. 성희롱과 성폭력의 근절은 국민행복시대의 가장 시급한 숙제이다.
 

오한숙희 여성학자·방송인·수키야 놀자 대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21 강릉바우길-바다 해송길 [3] file 약초궁주 2013.07.02 1716
720 오늘. 낮에 휴진. 3시에 옵니다.~~ 약초궁주 2013.06.28 1311
719 토욜 휴진(환갑빙자여행) file 약초궁주 2013.06.27 1443
718 잔혹..애정사기극, 6시 내고향 약초궁주 2013.06.26 1559
717 아들과 나의 복수혈전? [3] 약초궁주 2013.06.20 1490
716 달라이 라마의 고양이 (샨티출판) [1] file 약초궁주 2013.06.19 1073
715 모기의 계절...이런 방법도 있다공! 약초궁주 2013.06.18 1696
714 원전 마피아는 재앙이다 ( 강강추!) 약초궁주 2013.06.12 1471
713 홈피서체가 저작권위반이라고 민형사 .... [7] 약초궁주 2013.06.05 1569
712 아휴 선생님 너무 고생하신다~`ㅋㅋㅋ [2] 약초궁주 2013.05.30 1618
711 시간제가 좋은 일자리 되려면...(김선주칼럼) 약초궁주 2013.05.29 1476
710 조국은 참 부자다! [1] 약초궁주 2013.05.23 1612
709 술 마시면 개가 됩니다. ㅠㅠ [3] file 약초궁주 2013.05.16 1526
708 윤창중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서민칼럼) [2] 약초궁주 2013.05.16 2087
707 화장품 비법- 쏘쿨 응답하라 스킨과 로션 짱!!! file 약초궁주 2013.05.14 1917
» 윤창중사건, 국민행복시대의 숙제 (오한숙희기고) [1] 약초궁주 2013.05.14 15408
705 이백오 상담소 (소복이 -새만화책) [1] file 약초궁주 2013.05.07 1143
704 길에서 우는 사람들에게(이백오상담소) [4] file 약초궁주 2013.05.07 1761
703 아파트 꽃나무이름알기 올레 (김은수샘) [2] file 약초궁주 2013.04.30 2165
702 막걸리와 황금똥ㅋㅋ [2] file 약초궁주 2013.04.25 1832

side_menu_title

  • 약초밭자유놀이터
  • 먹고! 읽고!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