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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원 아줌마가 도망갔다!

2012.10.04 11:58

약초궁주 조회 수:1650 추천:175

미장원 아줌마가 도망갔다?

 

마포 골목에 자리한 오랜 미용실.

울 엄니와 외숙모의 평생 단골.

한 삼십년 넘었을 미용실.

 

동네 할머니 아주머니들의 안풀리는 뽀글 파마와 염색 전공.

아침 8시부터 문을 여는 부지런여사.

파마를 말고나면 시간나면 계절에 따라 고추를 말리고

고향꺼라며 소금을 팔고. 장아찌를 팔았다.

 

그러니 미용실 안에는 장독이 들어와 있고

오이지독에 먹거리들이 늘여져 있으니...

좀 젊은 여자손님은 없다.

구질스럽고 정신없으니 쌈빡한 미용실로 갔을터.

 

난. 가끔 급할 때 커트를 하러 들린다.

미용실 아주머니는 엄니 안부를 묻고

내 동생. 딸. 남동생까지. 온가족 인사를 한다.

 

그다음부터는 내 차례. 슬쩍 동네 야그 운만 띄우면

시시콜콜 소문에 팩트에 온갖 시사까지

신나게 수다를 떨면서도 머리를 자른다.

좀 걱정 스럽기도 하지만. 장사 어디 한두번 해보는것도 아니니

걍 맡긴다.

 

 

며칠전, 티비녹화한다고도 급하게 머리를 자른게

엊그제 같은데~~~~

오늘 아침. 엄니의 말씀

- 미장원 여자 도망갔댄다"

아니 왜요?

-돈때문이지...안 걸린 사람은 나밖에 없단다.

하긴 엄니가 아프셔서 못가고. 돈두 없으시니...

 

 

평생 새벽부터 일어나 집안일 다 해치우고 버스 두 번타고 출근해서

열 시간씩 파마 말고. 이제 애들도 다컸는데

살만한가 했더니 왜 그랬을까?

 

 

-계 오야하다가 돈을 뜯겨서..그게 ...커져서.

그렇구나. 이자 돌려막기하다가. 또는 방만한 돈놀이와

뭐가 잘못 어긋나기 시작하면...눈덩이 커지듯 사단이 나는거다.

 

 

어릴때부터 사금융 동네 계 깨지는거 숱하게 보고 커온 나다.

우리 외할머니는 양잿물 마시고 음독기도 까지 하신 적도 있다.

계의 무서움은 어린날 배운것 중에 몇 안되는 지식이다.

사람은 거짓말 안해도 돈은 거짓말 한다!

 

 

동네 할머니들의 절통한 마음과는 별도로

난 미용실 아줌마가 너무 가엽다.

관광도 제대로 못가봤을 그이. 닥치는 대로 일만 했던 그이.

매일 종종 걸음으로 집과 미용실만 오갔을 그이의 고단한 한평생이.

허무하게 날아가버린 그의 휴식과 노후가 가엾다.

지게지고 버는 놈에 갓쓰고 쓰는 놈...

 

그이가 갓쓰고 노는 걸 본적이 없으니

누군가 썼겠지...ㅠㅠ 에라이 써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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