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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의 사람그물] 밥셔틀, 치유적 밥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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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심리기획자

밥셔틀이라는 게 있다. 대한문 쌍차 희생자 분향소에서 비롯한 신개념의 조어다. 간단하게 말하면 분향소를 지키는 이들에게 밥을 날라다 주는 일이다. 누가 무엇 때문에. 혹시 어떤 배후라도 있는 것일까. 하지만 분석조차 필요없을 만큼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대한문 분향소 지킴이들은 매일 밤 가로등 불빛을 이불 삼아 잠을 청한다. 보도블록을 밥상 삼고 매연이 반찬 노릇을 하는 끼니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견뎌오고 있는 시간이 160일. 이런 경우 사람 사는 사회에선 그들의 이불이 되어주고 밥상이 되어주고픈 이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밥셔틀 또한 그런 인지상정의 한 결과다. 평범한 주부·직장인 등이 일주일에 한두번 자기 형편에 맞게 따뜻한 밥을 준비해 분향소 지킴이들에게 때로는 시골밥상을, 때로는 소박한 회식 밥상을 차려준다. 그게 다다.

 

 

밥셔틀을 처음 시작한 한 아기엄마의 이유도 거창하거나 심오하지 않다. 분향소가 설치된 직후 빵으로 식사하고 있는 쌍차 조합원들을 경찰들이 비웃으며 지켜봤다는 얘기를 들었단다. 너무 화가 나 ‘경찰들 앞에서 고기를 굽고 진수성찬을 차려 주겠다’는 생각으로 밥을 싸들고 대한문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5개월째다. 더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밥에도 성실한 밥이 있고, 옳은 밥이 있고, 아름다운 밥이 있고, 마음을 움직이는 밥이 있단다. 밥셔틀의 밥상은 그 모든 것을 포함한다. 그것은 치유적 밥상의 또다른 이름이 된다.

모든 연대는, 누군가에게 마음 포개는 일의 배후는 그렇게 간단하고 자명하다. 분노, 안타까움, 연민, 호기심에서 비롯하지만 자신의 몸으로 재능으로 눈물로 웃음으로 마음을 포개는 순간 세상은 거대한 치유적 밥상이 된다. 사람에게 마음이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그런 마음의 세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의 처지에선 치밀한 음모나 불순한 배후세력을 떠올리는 게 당연하다. 희망버스를 타고 수만명의 사람들이 크레인 앞으로 달려갔을 때 젊은 용역들은 희망버스 승객들에게 묻곤 했단다. “당신들 일당은 도대체 얼마길래 이렇게나?” 그들의 처지에선 당연한 의문이다.
 

수천명이 참여한 쌍용차 해고자 후원 행사장에서 목이 쉬어라 바자회 자원활동을 하는 엄마에게 함께 갔던 초등학생 딸내미가 물었단다. “나는 엄마가 굳이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연단에 올라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연설하는 유명인도 아니고 해고자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닌데 엄마는 왜 수천명 중의 한 사람으로 이 자리에 있는 것일까. 그런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길 가는데 한 사람이 이유도 없이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고 있어…’로 시작되는 지혜로운 엄마의 눈밝은 설명을 다시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람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그 말을 못 알아들을 리 없다.
 

열심히 사는 직장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 연대자가 된 한 시민의 통찰과 자성은 깊고 선하다. “대추리에 마을이 있었는지, 평택 쌍용차 공장에 사람이 있었는지 내 삶에 취해 무관심하게 살아온 지난날을 반성하며 사람과 생명이 있는 모든 곳에 연대하고 응원합니다.”
 

어느 시인에 따르면 ‘살아 있다는 것은 내 슬픔보다 더 큰 슬픔을 만나는 일’이다.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잘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러므로 물리적 겁박과 회유와 봉쇄로 ‘밥 같은 연대’를 막으려는 모든 시도는 이미 흘러넘치기 시작한 물을 다시 컵 속으로 주워담으려는 행위만큼이나 어리석고 어림없는 일이다.
 

세상의 모든 밥셔틀을 응원한다. 그대들, 세상 참 잘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명수 심리기획자, 트위터 @mep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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