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러분의 성원으로 힘을 내고자 합니다#
하지만 하늘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시련만 준다고 했던가요. 일부의 선정적인 여론과 초점을 잃은 문제제기가 쏟아질수록, 이를 질타하고 길을 옹호하고 저희들을 격려하는 올레꾼들의 응원도 커져갔습니다. 수많은 응원과 격려 메시지가 사무국과 저희 스태프들에게 속속 도착했고, 일부 올레꾼은 일부러 사무국을 방문하기도 했고, 어떤 분들은 서둘러 후원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해주었습니다. 기존 회원분들은 특별 회비를 내주시기도 했구요.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응원은 희생된 그 여성을 절절하게 애도하면서도, 그녀가 다 못 걸었던 올레길을 우리라도 걷겠다면서 여전히 올레길을 찾는 올레꾼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사무국과 안내센터에 들러서 말했습니다. ‘길이 무슨 죄냐’ ‘우리는 이 길을 사랑한다’ ‘당분간은 함께 다니겠지만 여자 혼자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그 날이 오길 바란다’ ‘CCTV는 답이 아니다. 올레꾼들이 서로 지켜주자’ 고요.
패닉 상태에 놓여 있던 저나 사무국 식구들, 자원봉사자들은 이런 올레꾼의 성원과 격려에 점점 기운을 차리고 있습니다.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길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내일(8월4일(토)) 저희는 9월15일 제주올레 해안코스 최종 코스 개장을 앞두고 전체 해안코스를 완주하는 ‘이음단 걷기’ 행사를 우도에서 시작합니다. 매 코스 10여명의 자원자로 구성된 이음단은 이날부터 주말마다 섬 올레 길을 돌고, 8월24일부터는 제주 본섬의 올레 시작점인 1코스를 걷기 시작해 마침내 마지막 코스가 개장되는 9월 15일 종달리에 이를 예정입니다. 저도 내일 우도 올레 길에 동행할 예정이고, 나머지 구간도 다른 일정이 없는 한 내내 이음단과 함께 할 생각입니다. 그 길에서 우리 모두는 그토록 걷고 싶어 했던 올레 길을 한 코스도 다 못 걸은 그녀를 떠올리면서, 그녀의 넋을 위로하면서, 우리가 대신 걸을 것입니다. 걸으면서 이 길을 낸 초심을 다지고 또 다질 것입니다.
이음단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동행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허락되는 날, 해당 코스의 출발점에 제 시간에 오신다면, 함께 걸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날인 9월15일에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되도록 개장 행사에 마음과 몸을 함께 해주셨으면 합니다. 한 여성의 희생을 딛고 드디어 제주올레길이 섬을 한바퀴 두르는 날에 여러분들을 뵙고 싶습니다.
저희들 못지 않게 이번 불행한 사건을 걱정하고 염려하고 안타까워하셨을 후원회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런 고통스러운 편지를 쓰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