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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에세이스트가 녹즙배달을 3년 마치고

취직을 했다.

무려 185대 1의 경쟁을 뜷고.~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는 풍경과 심회를 따라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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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우리의 사랑을 위하여

김현진/에세이스트

<작은책> 독자 여러분께 보고 드립니다. 전직 녹즙 아가씨 미스 김, 치맥치맥 소맥소맥 열매를 야근야근 먹는 긴 겨울을 보내고 10킬로그램의 살을 몸에 달고 살다가 방황을 마치려 4월부터 구직 과정을 거쳐 현재 임시 수습 계약직이 되어 이에 신고합니다.

 

임시 수습 계약직이라니 앞에 붙는 말도 참 많지만 이 임시 수습 계약직이 되기 위해 185 1의 경쟁이 있었다니 겁 많은 미스 김은 이제 겨우 출근 후 교육 이틀째인데 겁이 나서 나가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소심하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은 어찌나 대단해 보이는지, 외국 연수나 유학 정보는 기본이고 중국이나 일어, 영어 등 최소 2개 국어들은 하는 잘난 친구들이라 개중 나이도 제일 많은 미스 김은 이보다 더 쫄 수도 없겠다 싶을 만큼 쫄았다.

 

그러나 두 번째 교육 날 예산이니 회계니 개인 정보니 평소 모르고 살던 것들을 잔뜩 듣고 집에 돌아오는데 하필이면 길을 잘못 타서 생전에 아버지를 떠나 보낸 세브란스 병원 앞으로 지나갔다. 아버지 생전에도 뭔가 꾸준히 노동을 하신 적은 없지만 어머니는 아버지 떠나 보낸 후 디스크가 부쩍 심해져, 일상생활을 할 때도 얼굴을 간혹 찌푸린다. 큰 이모는 막내 여동생, 그러니까 우리 엄마에게 “너는 팔자도 좋다. 일해야만 할 때 쏙쏙 아프냐” 하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늘 측은해서 뭐라도 쥐어 주지 못해 안달을 하시는 분 말씀이니 오죽 답답해서 하신 말씀일까.

 

미스 김 달랑 하나 있는 몸이라면 굶거나 변산공동체에 일신을 의탁하게끔 받아 달라고 읍소라도 하겠는데 허리 병 난 어머니를 팔다리 튼튼한 딸년이 그냥 놔두고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려 여기저기 찔러 보고 있던 차에 취직이 된 것이다. 물론 다시 회사원이 될 줄도 몰랐고 이렇게 빨리 될 줄도 몰랐다.

 

첫 출근 날의 격세지감은 단연 무심코 인사했을 때 수위 아저씨와 청소 노동자 분이 반색을 하며 인사를 받아 주실 때였다. 녹즙 아가씨로 건물을 드나들던 시절에는 본 척도 안 하거나 코를 한번 까딱 해 주시거나 샘플 가져오라고 머리통을 쥐어박던 분들이 인사를 받아 주시니 어찌나 황송하던지.

 

옛날부터 다시 그분들 표현대로 ‘사무실 분들’ 되면 해 보고 싶었던 바로 그것, 매일 한 병씩 녹즙 주문해 먹을 생각이다. 배달원 경력을 살려 이미 한 주 계획까지 세워 놓았다. 여기 혹시 녹즙 들어오시는 분들 있냐고 여쭤 보니 선배들이 요구르트 아줌마는 오시는데 하길래 요구르트 여사님과의 악연을 다시 되새기며 ‘내 인생에 요구르트는 들여놓는 일 없어!’ 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출근길 대중교통이 애매해서, 콕 박아 뒀던 배달 시절 쓰던 스쿠너를 꺼내 달달달 달려간다. 시청에서 청계 9가까지 달리다 보면 회사가 나온다. 평화시장도 지나고 좁다란 청계천 도로에서는 물건을 배달하려는 오토바이 기사님들이 목숨을 건 운전을 하기 때문에 내 목숨을 잘 지키며 운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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