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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철부지-세대갈등에 대하여(강추!)

2011.11.03 11:02

약초궁주 조회 수:1285 추천:172

[곽병찬 칼럼] 늙은 철부지

» 곽병찬 논설위원 한겨레 칼럼을 퍼왔슈.

 

 

휴일의 남산 둘레길, 절정의 단풍에 대한 기대는 찬란한 햇살, 싱싱한 바람에 얹혀 하늘 높이 가볍다. 하지만 아뿔싸, 단풍은 아직 멀었다. 도열한 단풍나무 터널은 한여름의 기억 그대로다. 실망의 말들이 수런수런 오간다. 아직 멀었네, 북한산은 기슭까지 다 졌는데, 경복궁 창경궁도 끝물이고. 남산 단풍은 철도 모르나 봐. 수령도 제법 되어 보이는데.

 

늙은 철부지! 순진함을 칭찬하는 건 아니다. 늙어서도 철모르는 푼수라는 뜻이다. 듣고보니 여전히 시퍼런 잎사귀가 조금은 푼수 같고 꾀죄죄하다. 허연 머리카락 베레모로 감추고, 잠자리 선글라스로 자글자글한 주름 가리고, 코만도 장식의 해병대 군복에 세무 군화로 힘을 가장한 사람들, 메가폰 잡고 욕설을 퍼붓고, 자식 혹은 손자뻘 젊은이들과 드잡이하고, 달걀 던지고 발길질하는 이른바 어버이들이 떠올랐다.

 

10·26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대해 진보·보수, 좌우, 남녀노소 불문하고 일치하는 것이 있다. 50~70대와 20~40대의 세대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20~30대는 73% 가까이 야당 단일후보를 선택했고, 60~70대는 70% 가까이 여당 후보를 지지했으니 그런 분석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의문이다. 어떻게 우리 같은 처지에서 그런 세대 전쟁이 나올 수 있는 거지?

 

집으로 돌아가면 부모와 자식 사이다. 미증유의 구제금융 사태, 금융위기 등 각종 위기를 극복하고, 아이들을 교육시켜 세상으로 내보낸 건 부모세대고, 앞으로 납세 혹은 개인적 부조를 통해 이들을 부양해야 하는 건 자식세대다.

따지고 보면 두 세대는 전쟁이 아니라 힘을 합쳐 도전을 극복해야 할 관계다. 사회적 현안 역시 갈등하고 충돌할 것보다 이해하고 함께 대처할 것이 대부분이다.

........ 둘은 다툴 게 아니라, 위로하고 지원하며 연대해야 할 대상이다. 우리가 남이가?

 

그런 사이가 언젠가부터 선거 등 정치적 행사와 이슈만 생기면 철천지원수가 되어 버린다.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언론, 제도보다는 젊은이들의 무책임·무기력을 강조하는 기득권층, 이들과 연합한 보수 정치권, 무작정 희생과 복종을 강요하는 세태 등.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고려하더라도 최종적인 책임은 부모세대에게 돌아간다.

 

물론 50대의 상실감은 깊고도 넓다. 전후의 폐허 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시대의 폭정을 견디고, 구제금융 사태, 지구적 금융위기를 이겨내고, 자식을 길러 세상에 내보냈다. 이제 세월은 흘러 저들이 만들고 세우고 가꾼 것들에서 물러나야 한다.

 

사회를 움직이는 조종간은 젊고 약동하는 이들에게 넘어간다. 물론 상실이지만, 자연스러운 순환이다. ... 저희가 싸울 것도 아니고, 제 자식을 내보낼 것도 아니면서 전쟁 불사를 떠드는 것이나, 자식세대에게 조종간을 넘기지 않으려고 맞서는 것은 철 잃고 버둥대는 나뭇잎처럼 처량하다. 어찌 강의 앞물결이 뒷물결을 거슬러 올라가겠다고 하겠는가.

 

노년의 기품은 힘에서 나오지 않는다. 철을 알고 지키는 데서 나온다. 때가 되어 숨을 고르며 결실하고, 숨을 멈춰 단풍 들고, 말끔히 털어내어 새로운 것에 길을 내줄 때 기품은 완성된다. 그것이 어찌 나무뿐이랴. 지천명의 기품, 이순의 관용, 종심소욕불유구의 대자유 그리고 순명의 아름다움 또한 인간의 이상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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