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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즙아가씨-사람마다 다 단가가 있다고?

2011.07.06 13:46

약초궁주 조회 수:1519 추천:169

 사람마다 단가가있다고?

 

<작은책>에 연재되는 김현진 에세이를 워드로 침~~~.

 

 

꼭지 제목은 `일상 예찬` 이라고 하지만 미스김은 정말이지 눈을씻고 보긴커녕 눈알을 통재로 꺼냈다 소독해서 제자리에 다시

끼운 다음 찾아봐도 예찬할 만한 일상이 없었다.

 

드디어 녹즙 배달도 8개월째에 돌입한 미스 심은 3일 만에 그만두리라는 녹즙 관계자들의 예상을 깨기는 했으나 녹즙처럼

푸르당딩해졌다. 그리고 기륭전자 농성장에서 배운(비정규직 철폐 연대가)를 이를 뿌드득 갈며 부르게 된다. 특히 "나서라 하청 노동자 탄압 착취를 뚫고 서 굴욕과 상대적인 박탈감 장벽을 넘어 눈물과 설움 떨치고"할 때 바르르 떤다.

 

 

일이 딱히 힘들어서 그런 건 아니다. 책상 앞에 앉아서 화이트칼라 정규직으로 일할 때도 골치 아픈 건 똑같았다.

노동이 주는 고통의 총량은 어느 정도는 동일한 것 같아. 하지만 사람들이 언제 멀쩡한 일 가질 거냐고 물어볼 때마다 짜증이 와락 치민다.

 

멀쩡한 일과 안 멀쩡한 일의 구분은 뭐고, 녹즙 배달한는 건 어디가 어떻게 안 멀쩡한 일이며,도데체 어느 정도로 멀쩡해야 멀쩡한 일 취급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 며칠 전 프로야구 경기 결과를 가지고 내기하자는 손님의 이야기를 듣고 대강 짐작은 갔다.

 

 

내기를 해서 자기가 이기면 한 달치 녹즙을 공짜로 달란자. 미스 김이 이기면 어떡할까 묻길래 그럼 대신 한 달 배달하라고 했도니. 사람시간이라는 게 단가가 있는 건데 너무하다면서 자신은 단가가 비싼 사람이니 자기가 이기면 한 달 공짜 녹즙 을 받고

자기가 지면 하루 대신 배달하는 게 공평하단다. 녹즙 병으로 때려 주고 싶은 사람 명단에 이렇게 한 명이 추가됐다.

 

 

사람 시간 단가 운운하는 건 사람의 값을 매기겠다는 이야기인데, 한마디로 내 시간은 네 시간보다 몇십 배 비싸다는 이야기를 너무 당당하게 하니 미스김은 오히려 아무 말도 못했다.

먹고사는 일은 다 귀하다는 게 지금까지 미스 김이 살면서 해 온 생각이었는데 그게 다 여쭙잖은 거였다. 비정규직 문제도 다

 

 

"단가 낮은 놈들 제값 주고 부려 먹게다는데 왜?" 하는 식으로 사람 가지고 단가 치는 놈들한테는 당연한 거였다. 게다가 그단가 싸게 매기려고 거짓말들까지 한다. 이를테면, 녹즙 배달 같은 건 판촉에서 배달과 수금까지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고 손님이 실컷 녹즙 먹고돈 떼먹고 도망가기로 자심하면 어떻게 할 길이 없고 받아낼 방법도 없다. 미스 김도 요모조노 뜯겼다.

 

이 지사에서 일하다가 다른 곳으로 옮기는 아줌마가 있으면 지사장이 여기저기 전화해서 그사람 쓰지 말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사에서 수당 안 주기로 마음 먹는다면 계약서 쓴 것도 아니니 이것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사회적 보호 장치가 전혀없다. 수금하는 거나 수당 받는 거나 다 그냥 인정만 믿고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같이 일하는 아줌마들은 "애들 학교 보내고 나서 일하고 가계에도 도움이 되니까 이만 한 일도 없지" 한다. 사실은 품이 많이 드는 일인데 애들 학교 보내고 한가한 아줌마들 부업 하는 식으로 일을 낮게 봐서 단가를 낮추는 거구나 하고 미스 김은 아주 늦게 깨달았다.

 

 

그러구 보니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를 봐도 `별 다방이니 `콩 다방이니 하는 데는 정말로 시간당 최저 임금4,110원만 딱 준다 .

그러고도 당당하다. 스타벅스는 `스타벅스파트너`네 뭐네. 맥도날드는 `맥잡`이 네 뭐네 하면서 "너희들은 돈도 받고 사회 경험도 하는 거야. 그리고 넌여기 잠깐 머물렀다 가는 거야"

 

 

하고 거짓말하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돈도 받으면서 사회 경험하는 거고 여기는 내가

 

갈데가 없지 않은가. 예찬할 일상은엾고 화만 나지만, 아아, 굴욕과 상대적인 박탈감, 그래도 사람 가지고 단가 쳐선 안된다믿으며 푸르딩딩한 얼굴로 녹즙 가방을 새벽마다 꾸린다.

 

~~~햇살현아 연락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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