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하는 사람들 옆에서 돈 잔치를 벌였다고 해서
그가 사람이냐고 나는 아직 묻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외부세력이면서 사람으로서 내부세력이다
같은 사람으로서 우리 더이상 다른 사람을 슬프게 하지 말자
지금 부산 한진중공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는, 첫 번째, 지상으로부터 35미터 크레인 위에 160일이 넘게 올라가 있는 김진숙이 무사히 땅으로 내려오는 일이다. 그리고 또 두 번째는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복직되어 공장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다. 한진중공업 경영자 조남호 씨는 지금 당장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을 땅에 내려오게 하기 위해서라도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복직시키고 일부러 받지 않는 수주를 받고 공장을 정상 가동시키는 데 경영자로서 자신의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조남호 씨가 사람이라면 김진숙도 사람이고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노동자들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경영자인 조남호 씨도 사람인지라, 지금 자신이 경영했던 회사의 크레인 위에 사람이 올라가 있는 사실이 괴로울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지금 자신이 경영했던 회사에서 해고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사실 때문에 잠못 이루고 고민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왜냐하면 그도 사람일 것이기에. 남이 괴로우면 나도 괴로움을 느끼는 것이 사람의 마음임을 그도 알 것이기에. 남이 괴로운데 나는 아무렇지 않다면, 옆에서 누군가 고통의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내 귀에는 그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면 ‘나’는 과연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는 것, 그것이 사람이다.
조남호 씨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다. 그는 자본을 가지고 사업을 벌이고 자본을 가지지 못한 노동자들로 하여금 노동을 하게 해서 노동자들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불한 다음 자신의 부를 축적해가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조남호 씨는 노동자들이 노동을 제공하지 않았으면 지금 자신이 갖고 있는 부를 축척할 수가 없었다는 말이다.
염치, 연민, 사랑, 우정… 사람 아닌 것들에는 붙이기 어려운 말들이다. 사람이기에 염치가 있고 사람이기에 연민을 할 줄 알고 사람이기에 사랑을 할 줄 알고 사람이기에 정을 쌓을 줄 알고… 그런 것이다. 염치를 아는 사람이기에 남에게 신세졌으면 고마워 할 줄 알고, 힘들어 하는 누군가의 고통에 공감하는 연민의 정을 갖게 되는 것이다
. 노동자는 자본가가 만든 일터에 들어가면서 고마운 마음으로 열심히 일할 생각으로 들어간다. 그러니 자본가 또한 그들이 내 돈으로 만든 회사에 들어와 준 것을 고맙게 여길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들이 없으면 무슨 공장, 무슨 회사를 만든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람이 없으면, 노동자가 없으면, 일하는 사람이 없으면 공장이, 회사가, 사업체가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자본가나 노동자나 서로 ‘돈’을 좀 ‘만져보자고’ 사업을 벌이고 노동을 했던 것이 아닌가. 다들 한번 잘 먹고 잘 살아보자고 했던 일들 아닌가.
그러나, 때로 그러려고 했던 그 돈이, 사람의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하는 힘을 가졌다고 믿은 그 돈이 사람을 괴물로 만들고 있다. 지금, 그 돈이 없으면 자신과 가족의 생존이 위태로운 사람들이, 일하고 싶다고 절규하는데도 바로 또 그 돈이 아니라도 생존에 지장 없는 사람은(그리고 그 돈은 생존의 기로에서 절규하는 사람들이 만들어주었다!)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있다.
아니, 귀를 막고 눈을 감았을 뿐 아니라, 생존의 기로에서 절규하는 사람들을 옆에 두고 배당금 잔치를 벌였다. 절규하는 사람들 옆에서 돈 잔치를 벌였다고 해서, 그가 사람이냐고 나는 아직 묻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도 끝끝내 사람일 거라고, 사람의 마음을 가졌을 거라고 믿고 싶기 때문에. 남이 아파하면, 나도 아플 줄 아는 가슴을 지녔고 남이 눈물 흘리면 내 눈에서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오는 사람일 것이기에.
~~~한진 크레인 타워에 올라간지 160일 되는 김진숙씨에게
희망을 주기위해/ 전국에서 희망버스가 떴었다.
김여진도 광주에 사는 공선옥도 그 버스에 탔었다.
김진숙씨가 몸을 날릴까봐 몹시 두렵다.
제발 살아서 내려올수 있기를....
사람의 마음이라는 걸(자본간의 마음) 끝까지 믿어보려는 작가의 희망이
가슴에 와 닿네요. 정혜신샘의 평택 쌍용해고노동자 집단상담 얘길 읽고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이번 일 제발 잘 해결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