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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칼럼] ‘나는 대통령이다’는 없을까
등록 : 20110605 18:47 | 수정 : 2011060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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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를 보던 남편이 ‘필이 꽂혔는지’ 채근을 했다. 노래방에 한번 가자는 것이다. 결혼 3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쑥스럽고 어색했지만 따라나섰다. 직장 다닐 때 우르르 몰려간 노래방에서 들어본 90년대 이후의 노래들은 모두 멜로디나 가사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대학시절 도처에서 흘러나오던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잔>과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를 찾아 눌렀더니 40년이 지났는데도 가사와 멜로디가 정확하게 기억나서 깜짝 놀랐다.

노래방에서 깨달은 것 두 가지. 하나는 무엇이든 알려고 배우려고 하지 않는 한 진짜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평생 노래 한곡 배워보려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종종 들었던 노래라고 해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이치다. 평생 배워야 한다고 다짐한다. 또 하나는 젊은 시절 체화된 것들은 고집스럽게 어딘가에 남아 있다가 단추 하나만 눌러주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튀어나온다는 사실이다.

 

 

노래뿐이겠는가.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다. 나이가 들면 한 이야기 또 하고 또 할 수밖에 없는, 그게 바로 나 자신일 수도 있다는 자각이 머리를 스쳤다. 묵은 것은 잘 안 빠져나가고 새것은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것이 인간의 뇌 구조라면, 애써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새것들을 받아들이려고 했어도 내 정서와 지식, 관념, 가치관은 모두 70년대, 80년대, 군사독재 시대, 긴급조치 시대, 국가보안법 시대에 가위눌려 살던 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두웠던 70~80년대에 한자리했던, 세상이 어떻게 되어도 일신상의 안위나 출세에만 몰두했던 사람들은 그때가 좋았다며 그리워한다. 젊은 시절 체화된 사고방식을 고치기 어려운 것은 그것이 합리화건 자기 존재 증명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일 수 있다.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수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한 성장은 정지되어 퇴보한다. 정신의 어느 갈피에 꼭 박혀 있는 것을 새것을 받아들여서 버무려 내는 일은 힘든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매사에 “내가 해봐서 다 아는 일인데…” 하는 것도 일반적인 노인 현상일 게다. 젊었을 때 자신이 잘 알던 일에 집착해서 그것이 자신의 전성시대였고 자신의 존재가치가 거기 있었으니까. 집권 초부터 시대에 뒤떨어진 50년 전의 삽질에 올인해서 전 국토와 국가재정을 쏟아넣은 것은 그게 체화되어 있어서다.

 

 

 그 세대 사람들 가운데 “잘못된 것은 모두 북한 탓” “잘된 것은 모두 박정희 덕”이라고 하는 것, 그 반대쪽에 ‘모든 것이 분단 탓, 박정희 탓’이라고 보는 내가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과거에 무엇인가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보다 미래가 보이는 사람이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어야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미국이 미래를 보고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구나 싶었다. 지금 와서 보니까 오바마도 ‘빵꾸’ 아니면 ‘똥꾸’ 정도의 거기서 거기인 미국 대통령일 뿐이지만.

 

 

최근 리얼리티 쇼가 대세다. 이미 짜놓은 각본대로 움직이니까 진짜 리얼 쇼가 아니라고 하지만 이것저것 빠지지 않고 돌아가며 보는 재미가 있다. 얼핏 <나는 대통령이다> <나는 국회의원이다> 이런 리얼리티 쇼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자리에 모아놓고 공평하게 기회를 주고 국민참여 문자투표라는 방식으로 대통령을 뽑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박근혜, 오세훈, 손학규, 문재인, 유시민, 이정희까지 다 세워놓고 예비심사 몇번 하고 문자투표 하면 어떨까.

 

 누리꾼들이 지금은 정작 공인인 대통령이나 관료 정치인의 신상털기는 못하고 애꿎은 연예인들만 공인이라며 이것저것 신상털기를 해서 발가벗기지만, 현재의 리얼리티 쇼에 보이는 열기 정도라면 정치인 신상털기 확실하게 해서 탈락자를 하나씩 걸러내면 대박 아닐까.

 

 

후배에게 그거 하면 재미있겠다 했더니 뭔 말씀이에요, 리얼리티 쇼 너무 보다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야말로 진정한 리얼이에요. 쇼가 아니구요. 국민 모두 한 표씩 하는 선거가 바로 리얼리티 쇼, 리얼리티 다큐 아닙니까. 멍해졌다.

 

아, 바로 그거다. 선거를 리얼리티 쇼처럼 감동적으로 만들어낼 방도, 거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흥분하고 감동받고 행복해지는 그런 선거 리얼리티 쇼를 만들어낼 방도는 없을까.

 

나는 확실히 과거보다 미래에, 새로운 세대에 한 표 던진다.

 

~~~~~~~~명칼럼!!!!! 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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