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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유치에서 염치까지.2011.01.18 14:12
토욜은 부랴부랴 일을 마치고 경복궁역에서 자하문쪽으로 있는 길담서원 이란 책방에 갔습니다.
우리은행 주자창 안쪽 골목 고개를 빼고 봐야 보이는데요.
일반 책방과는 많이 다릅니다. 차냄새 은은. 의자와 책상엔 토론하는 고등학생들.
아, 음악회도 독서모임도 토론회도 시낭송도 하는 멀티장소 네요.
나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인문학 강좌 한꼭지를 맡았거든요.
나야 성인버젼으로 마구썰을 푸는 사람인데, 점잖게 고운 말을 써야할터이니. 참 걱정스럽기도 하구요.
거기서 처음 들었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책이 19금으로 되있다는걸. 허걱.
우리 고등학생 청소년 수준을 너무 우습게 보는 처사가 아닐까..갸웃.
아무튼. 정자와 난자이야기로 시작해서 어머니 월경날 미역국 끓여드리기로 마무리를 했네요.
어미밥을 20년 이상 먹는 인간의 자식들을 위해 이 시영 선생님의 '성장'이란 시를 놓아둡니다.
난 50년 넘게 먹고 있으니 유치하기 짝이 없는데다가 염치까지 없는 인간이지요. ㅠㅠ
성장
이시영
바다가 가까워지자 어린 강물은 엄마 손을 더욱 꼭 그러쥔 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거대한 파도의 뱃속으로 뛰어드는 꿈을 꾸다 엄마 손을 아득히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 잘 가거라 내 아들아. 이제부터는 크고 다른 삶을 살아야 된단다. 엄마 강물은 새벽 강에 시린 몸을 한번 뒤채고는 오리 처럼 곧 순한 머리를 돌려 반짝이는 은어들의 길을 따라 산골로 조용히 돌아왔습니다. -끝-
도종환 선생은 시를 읽고서는 이렇게 썼네요.-----
어린 강물이 엄마 강물의 손을 놓친 게 아니라 엄마 강물이 살 며시 손을 놓았겠지요. 바다로 가야 하므로, 크고 다른 삶을 살 때가 되었으므로, 떠나보낸 거겠지요. “잘 가거라 내 아들아.”
엄마 강물은 속으로 이렇게 말하며 아팠겠지요. 시린 몸을 한번 뒤채고는 은어들의 길을 따라 조용히 되돌아왔겠지요.
삼월은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학교생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달 입니다. 바다로 나가는 어린 강물들이 저마다 반짝이는 물살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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