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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동네서 치매노모랑 살기-고은광순

2010.12.07 11:01

약초궁주 조회 수:1749 추천:228

리영희 샘에게 화관을 만들어 씌워준이.

바로 고은이다. 우덜은 꽃을 좋아해서

일을 꾸밀때마다..꽃달고 꽃고 걸고 붙이고 씌우고 논다.

 

꽃중의 꽃-노래에 가사를 바꿔 부르자고한건

나다. 샘을 울게만든 노래.

가요를 많이 알아야 노가바를 잘할수있다. ㅋㅋ

 

우리 어머니들이 요즘 준비들을 하신다.

고은엄니가 가장 나이많으신 87세.

큰병없이..암도 고혈압 당뇨 성인병도 없이

잿불처럼 가볍게 쇠진해지는

자연사의 축복 ****누리시는 중이다.

 

광순은 딱 사계절만 엄니랑 보내고자

요양원에서 엄니를 모시고 나와

갑사황토집에서 살고있다.

 

가시는일도- 아래처럼 준비를 하고있다.

 

내가 감동깊게 본 영화 강추했던거.

굿바이--일본영화 보신분들 있으려나.

 

 

우리는 사람불러보아 구동안 계들은 부조금받고

형식으로 치르는 제의....이거 불편하고.

나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생들과 합의가 (영화보래도 안보는 동생들)

안이루어지겟지만.

 

나는 엄니 소원대로

한 많은 자신을 위해 씻김굿을 해드릴거다.

 

~~~~~

 

고은광순/ 갑사동네서 치매노모랑 살기-6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건너편 밭에서 일하시던 아주머니가 막 딴 거라며 늘씬하게 잘 빠진 가지 몇 개를 가지고 오셨다. 자기네 뜰 안에 여러 가지 약초를 심었다기에 곧바로 따라나섰다. 시골집 마당에 얌전하게 깔린 금잔디가 아름다워 놀랐는데, 바구니에 담긴 가지를 보고 또 놀랐다. 근사한 가지는 내게 주어버리고 꼬부라지고 못생긴 가지를 자기 몫으로 챙겨놓았던 것이다.

 

집안에는 여러 가지 약초들을, 밭에는 배추, 양배추, 무, 땅콩, 파, 케일 등등을 심어놓았다. 케일에 연두색 벌레가 있다고 말하자 그녀는 툭툭 털어 내버리곤 그만이었다. 그럼 금방 다시 기어오를 거라고 내가 걱정하자 “냅 둬유. 쟤들도 얼마 못 살아유. 나는 그냥 웬지 죽이고 싶지 않네유.”라고 해서 나를 또 한 번 놀래켰다. 야채들에 일체의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건 물론, 넓은 닭장에 키우고 있는 닭들에게는 쌀겨와 싸래기만 먹일 뿐, 항생제를 섞어 파는 사료는 일체 먹이지 않는단다.

 

 자식들은 주말에나 들른다는데 혼자 살고 있는 집에는 한약재와 민간요법에 관한 책들이 수백 권은 되는 듯싶었고 장독대에는 혈액을 맑게 하는 효과가 메주보다 몇 배나 크다고 청국장을 띄워 그것으로 간장과 된장을 담갔다는 항아리가 즐비했다. 나는 그녀에게 ‘중장리 타샤아줌마’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간병인 생활을 20여 년간 했다는 타샤아줌마는 지난 주 우리 집에 극락조 하나가 떴을 때(어머니가 여러 날 음식을 거부해서 비상이 걸렸었음) 찾아와 임종환자들을 무수하게 지켜보았다면서 대개 그런 상황이 되면 딸들이 문제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물 한 모금, 밥 한 숟가락 더 밀어 넣으려 하는 건 딸들인데, 그게 돌아가시는 분을 위하는 길이 아니라는 거다.

 

아... 미련한 딸들. 맞는 말씀이다. 돌아가시는 분에게 물이나 음식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고통의 시간만 늘어날 것을... 그러고 보면 나도 미련한 딸이라 할 것이다. 요양사쌤이 어머니 음식수발에 좀 더 적극적이기를 바랐었지만 어찌 보면 악착같이 정해진 양을 먹이려했던 나 보다 훨씬 현명한 처사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언제 임종을 맞게 될지, 그걸 어찌 안단 말인가? 임종시기를 미리 안다면 며칠 전부터는 나도 현명한 딸이 되어 아무 것도 드리지 않겠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건, 극락조 하나가 지나간 이후, 나는 다시 미련한 딸이 되어 이제는 뚝배기가 아니라 젖병에 죽과 주스를 담아 열심히 드리고 있다. 고무젖꼭지 구멍을 크게 뚫었건만, 젖꼭지를 빠는 것은 아기들의 본능이지 노인의 본능은 아닌 모양이어서 어머니는 꼭지를 질겅질겅 씹기만 하신다. 그러느라 앞쪽 아랫니가 두 개나 부러져버렸는데 어찌되었든 젖병으로 가득 주스나 묽은 죽을 드릴 수 있게 되었으니 극락조가 떴을 때보다는 상황이 훨씬 나아진 것이다.

 

사진1) 적든 많든 차든 뜨겁든 갈아주는 믹서방망이, 거실과 침대간 이동수단인 바퀴의자...우리 집 고마운 5대 필수품들이다.

 

극락조 하나가 떴을 때, 장례식도 내가 준비해야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계룡면 농협장례식장을 찾아갔다. 법정스님은 ‘장례식이나 제사 같은 것은 아예 소용없는 일.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이 만약 내 이름으로 행해진다면 나를 위로하기는커녕 몹시 화날 것’이니  장례식도 하지 말고 관도 짜지 말고 입은 채로 다비하고 재는 평소 가꾸던 오두막 뜰의 꽃밭에다 뿌릴 것을 유언하셨다고 한다. 내 장례라면 나도 그리하고 싶지만, 어머니하고야 생전에 그런 일로 상의한 바가 없으니 최소한의 절차는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 사는 오빠와 남동생에게는 장례식에 올 필요 없고 살아계실 때 뵈라고 해서 최근 다녀갔으니 장례식에는 오지 않을 것이다. 언니 둘은 자주 한국에 들어와 뵈었으니 급할 것 없고 세 언니 중 둘은 돌이 안 된 손주들을 보느라 경황이 없다. 서울에 친인척들이 많이 있지만 최근 수년 간 왕래가 적었고 멀리 떨어져 있으니 모두에게 연락하고 싶지는 않다. 조위금은 받지 않을 것이며 아주 소박하고 조용하게 보내드리고 싶다.

 

감사하게도 농협장례식장에서는 장례식장을 이용하지 않아도 집에서 염하고 입관한 뒤 바로 화장터로 갈 수 있도록 진행해준다고 했다. 아... 강화도 요양소에서 퇴소해서 운전하는 내게 자꾸 기울어지며 내려왔던 코스모스 피었던 그 길... 그 길을 이제 어머니는 영구차에 실려서나 다시 달리게 되시겠구나.

 

죽은 다음에 국화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인터넷을 뒤져 꽃다발 배달을 주문했다. 오빠 이름으로. 그 다음날은 큰 언니와 둘째 언니 이름으로. 그리고 그 다음날은 셋째 언니와 나와 동생의 이름으로 카드 한 장에 한 마디씩 적어서.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니 평화로우시기를. 어머니 주신 사랑 잊지 않겠습니다. 어머니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연이어 배달된 꽃다발의 의미를 어머니는 아시려나? 

 

사진2) 어머니 발치 쪽에 걸어둔 꽃다발 여섯 개. 젖병을 입에 넣고 어머니는 내 손가락을 따라 꽃다발을 보신다.
사진3) 어머니, 이건 오빠가, 이건 큰 언니가, 이건 둘째 언니가, 이건 셋째 언니가, 이건 막내가 보낸 거에요. 광조야, 광옥아, 광림아, 광희야, 광순아, 광로야... 부르던 거 생각나시나요?

 

극락조 하나가 떴던 와중에도 욕창치료는 계속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줌에 젖은 속기저귀가 욕창부위에 닿지 않도록 하는 일. 짧게 접은 일자형 속기저귀가 몸에 밀착되도록 초록색 배추망으로 커버를 만들고 허리고무줄에는 찍찍이를 붙였다. 상처치유에 좋다기에 맥반석가루도 발랐다. 욕창부위에 햇빛을 쬐라는 독자님의 말에 힌트를 얻어 적외선 조사기도 틈틈이 쬐었다.(독자님, 감사해요. ^^)

 

사진4) 배추망으로 만든 속기저귀 커버. 입으면 섹시해 보인다. ^^
사진5) 적외선 조사기로 틈틈이...

 

오... 드디어 큰 콩알만하던 욕창이 점점 줄더니 이제 쌀알 크기정도가 되었다. 에헤라 디여~ 극락조 하나가 뜬 상황에서도 꼬리뼈의 세포들은 재생작업을 부지런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이 생명의 신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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