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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는 봤나, 지뢀 총량의 법칙 -2-

2010.09.18 10:02

약초궁주 조회 수:1932 추천:256

40년만에 등록한 영어학원

8월, 나의 고군분투는 시작되었다.

 

한의원 마치고 영등포역 근처를 배회하며

불량간식을 사먹으며 좀 놀다가 학원에 간다.

외국인회화반은 레벨테스트를 한다고 해서

쪽팔려 포기..(내가 이 나이에 시험보랴)

화목금반 토크쇼 10회,,,말이 그렇지 인간관계 포기해야

간다. 일마치고 간식먹고 가면 꾸벅꾸벅 졸기일쑤.

 

 

하여튼 주 3일씩 두시간.

샘은 영어이름을 지으라고 했다.

첫날은 명호의 엠자를 따서 ‘매기’라고 했다.

매기에 대한 아픈 추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은 초딩때, 매기의 추억이란 노래있잖아.

 

거기 나오는 매기에 대해서 무쟈게 괴로워 했거덩.

아니 수염달린 메기가 워치게 동산에 금잔디에서

뛰어놀며, 사랑하는 메기일수 있는지.

친구들, 아무도 의심없이 노래만 잘부르는데

나만 모르는것 같아서 말도 못하고 속앓이끙끙

 

먼 훗날, 매기는 미쿡 여자아이 이름이라는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매리 쫑이라고 부르는 개이름도 역시.

쫑이 누구냐고? 그야 죤이었던 것이지.

어여쁜 영어샘이 수업중 질문을 하면

모기소리로 대답한다.

 

‘매기~~큰 소리로 답하세욧’

아니, 난 젊은 여성들에게 답할 기회를 주느라

아는척 안하려고 겸손 떤건데.

집에와서 다시 영어이름을 생각했다.

호의 에이취를 따서 헬렌이라고 할까

메릴스트립의 메릴이라고 할까.

 

다음날, 나는 헬렌으로 개명신청을 했다.

좀 지혜가 있고 우아해 보이지 않나하면서.

토크쇼 시간인데 늙은 학생이 자꾸 문법을 물어봐서

샘은 관사. 부정사. 동명사...의문사. 이런걸 열심히 설명해준다.

놀랍게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깨알같은 글씨로 나를 괴롭혔던 성문종합영어식

영문법이 아니었다.

오리무중이었던 단어들이 젊은선생님이

재밌는 감각으로 설명해주니까

오십년만에 깨달음이 왔다. 곧 까먹겠지만 얏호!

예를 들면. 3인칭에 동사S 붙이는거를 설명하는데

비유가 기똥차다.

 

be 동사는 자식 교육을 잘시켜서@#$%^&*(

DO 일반동사는 셀수없이 많아서 3인칭에

엄마가 달러S를 가지고 돈을 내준단다.

3인칭은 뒷담화 깔수있는 사람들이다. 기타등등

회화못하면 어떠랴. 오래된 영어상처가 낫는 느낌이면 됐지.

 

 

당나귀 꽃그림 그리는 화가 사석원씨의 수필집에 나온 야그

숙제 안해가서 수백번 따귀를 맞은 초딩시절을 졸압한 화가.

중학교 입학해서 영어라는 너와내게 모두 새로운 세상을 접하자

이제부턴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려고 알파벳을 외웠단다.

첫수업, 영어책을 읽어보겠냐는 샘 말씀에

누구보다 먼저 손을 번쩍 들었단다.

그리고는 ‘아임어 보이’를 읽어나갔다.

아이 에이엠 에이..비..오..와이 ....나름 유창하게 좔좔 읽다간

역시 영어공부도 쫑쳤다는 슬픈 실화다.

 

토욜 주말반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씩

공부하는거다. 한의원 마치면 세시, 한시간쯤 못들어도

3시간이면 짭짤하다고 들어간 첫수업.

학생이 딸랑 나혼자뿐. 돈을 돌려받고 폐강하는 대신

같은 시간에 들어간곳이 토마토 토익 500반.

운명은 금시초청인 토익이란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

 

토욜오후 급히 점심먹고 날라와 앉으면

어찌 이리 졸리울까.... 결코 다 읽을리만무한 두꺼운 책을

베개삼아 꾸벅거리다가 집에 돌아온다.

일주일치 피로가 쓰나미처럼 밀려오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기특하다.

 

평일 10번수업 중. 한번은 딸과 목욕가느라. 또 샘이 대학원개강이라

마지막엔 아파트재건축설명회라 빠졌다.

토욜 4번 수업중 한번은 학회참석. 마지막엔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올라와서 빠졌다.

14번중에 9번을 출석했으니...대견하고 또 흡족했다.

 

선후배들이 전화를 건다. 완존히 시비쪼다.

“너 요즘 잠수타냐. 왜 통 연락이 안되는거야 얼굴도 안보이고..”

“여기 OO 인데 누구누구랑 술마시고 있어. 빨랑 나와라”

‘’‘언니이...나 담달에 뉴욕가려고 영어학원 다녀“

“뭐라고? 그런건 뭐하러 다녀엉~~ 하면서 덧붙이는 말.

너두 참 지랄 끔찍이도 헌다.“

 

인간에겐 <지뢀 총량의 법칙>이 있단다.

평생 떨 지랄의 총량이 대충 있는데, 언제 떨지는 모르는거란다.

사춘기때 반항으로, 청춘에 연애로, 늘그막에 바람이 날지도 모르는 일.

그래. 난 아직도 지뢀을 더 떨고 살고싶다. 아직 총량이 남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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